새만금 간척지 용도변경은

국민과 사법부를 우롱하는 처사다


○ 내일(9월 5일) 오후 전북도청에서 ‘새만금 내부토지이용구상 조정방안 연구’에 대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 돌연 새만금 간척지 내의 농업용지 비중을 줄이고 산업용지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인수위가 밀실에서 결정했던 토지이용계획 변경 방침을 이번에는 국책연구기관에 의한 5개월 남짓의 연구결과로 포장해 발표하려는 것이다.

○ 이번에 발표될 내용의 핵심은 간척지의 30%만 농지로 이용하고 70%를 산업/관광/도시용지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동진강 수역을 우선 개발하고 만경강 수역은 수질을 개선해가면서 순차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은 동시개발로 바뀌었으며, 새만금 신항만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추가되었다.

○ 하지만 국토연구원 등 5개 국책연구기관들은 이미 지난 2007년 4월「새만금내부토지 이용기본구상」을 통해 간척지 면적의 72%에 농지를 조성하고 나머지 28%를 기타 산업용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구상을 위해 이들 연구기관이 2년여 동안 사용한 연구비만 20억 원에 이른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연구를 수행해야할 연구기관들이 권력 핵심부의 강력한 주문에 따라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일거에 뒤집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새만금 간척사업은 애초에 농지를 조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입안되었다. 오랜 사회적 논란과 법정 다툼 끝에 2006년 3월 16일 내려졌던 대법원 판결 역시 농지조성을 전제하고 있었다. 따라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어떠한 근거 제시도 없이 간척지 용도를 대폭 바꾸는 것은, 스스로 관련 법령과 제도를 어기는 행위이자 국민은 물론 사법부까지 우롱하는 처사이다. 

○ 법정 다툼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였던 담수호의 수질오염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와 전라북도가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질개선에 많은 예산을 투자했다지만, 새만금 내해에서 적조가 발생하는 등 수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농지를 대신해 대규모 산업시설과 신도시 등이 간척지에 들어선다면 담수호의 수질오염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산업시설 용지 복토를 위한 토사 확보방안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공청회 자료는 내부 간척지 개발에 7억㎥의 매립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불어나고 있는 사업비도 문제다. 공청회 자료는 새만금 사업의 사업비를 19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사업 인가 당시 정부가 제시했던 1조 3천억원의 15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지금까지 정부가 새만금사업에 소요되는 사업비를 거의 해마다 수정해 증액해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종 사업비가 얼마가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 앞으로 50여일 후면 경남 창원에서 습지 보전을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세계 최대의 갯벌 파괴사업인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서는 람사르협약 사무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정부와 비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제9차 당사국총회에서는 새만금갯벌에 도래하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 개체군에 대해 간척사업이 미칠 영향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보고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결의안이 공식적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 람사르총회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정부는 협약의 기본정신과 결정사항을 존중해야 마땅하다. 지금이라도 육지화된 일부 지역만 개발하고 나머지는 바닷물을 유통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전라북도 경제와 새만금 갯벌을 동시에 살리는 현명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의 두바이 건설’ 이라는 허황된 꿈에 젖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생태계 재앙을 부를 사업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면, 당장 오는 10월 람사르총회장에서 국제사회의 비난과 비웃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08년 9월 4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윤준하▪조한혜정▪최재천  사무총장 안병옥

습지위원회 위원장 이평주

※ 문의: 마용운 환경연합 습지센터 국장 (016-260-2361, ma@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