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터널 용두골 공사구간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는 엉터리다! 
대구시와 문화재청은 앞산터널공사를 즉각 중지시키고 파동바위그늘유적(巖陰遺蹟 Rock Shelter) 등을 전면발굴조사하라! 

2005년 주식회사 태영(태영이 대구은행 등과 남부순환도로주식회사를 건설하였다.)이 대구 상인동~범물동간 4차순환도로 구간내 문화재 지표조사를 영남문화재연구원(이하 영문연)에 의뢰하였고, 영문연은 2005년 6월 29일부터 7월 26일까지 문헌조사와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영문연은 조사구간내(도원3거리, 주택공사대경본부 앞 ~ 범물동 가톨릭 공동묘지까지) 문화재를 조사하였다. 

하지만 영문연은 이 구간내 문화재 가운데 14곳의 주요문화재를 조사하면서 유독 용두골 신천변 가장 가까운 지역 안에 대구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유적의 하나로 선사시대유적인 ‘암음(바위그늘)유적’과 ‘상동지석묘 상석채석장추정지 두 곳’을 누락시켰다. 더구나 문헌조사에서부터 제외했으며, 기타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바위그늘 추정지 두 곳’과 ‘용두산성 성곽 부문’, ‘척첨대유적’, 그밖의 유형의 민속자료(토속민간신앙의 기도처)에 대한 내용도 현장조사 결과에도 빠져있다. 

바위그늘 유적은 국립대구박물관이 2000년 12월에 이미 발굴하였고, 2002년 12월에 보고서를 내 놓았다. 당시 지역 언론에도 크게 보도된 내용이다. 

대구박물관 보고서 맺음말에서 ‘앞으로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유적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밝혀내야’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2004년 11월 대구광역시가 발간한 ‘대구의 정신을 찾기 위한 대구향토사 조사연구’에도 그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밝히고 있다. 이 곳은 대구의 역사를 3000년 전에서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 유적이며, 다시 만년 이전으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앞으로 조사 결과가 기대된다고 할 만큼 중요한 유적지로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화재 전문연구기관인 영문연에서는 어째서 이 바위그늘 유적을 기본적인 문헌조사에서조차 빼 먹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설마 영문연의 교수와 박사급 조사원들이 바위그늘을 전혀 몰랐다고 하거나, 실수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문연은 (주)태영으로부터 조사의뢰를 받아 2005년 6,7월 한 여름에 조사를 실시하고 7개월이 지난 2006년 2월 초, 문화재지표조사결과서를 수성구청에 보고했다. 그 뒤 수성구청은 2월 10일 대구시청과 문화재청에 보고를 하고 2월 16일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행정절차가 있는 것은 여러 과정을 통해 검토과정에서 걸러 문화재 훼손 없이 문화재를 보존하자는 목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도 마음먹으면 며칠 만에 찾아낼 수 있는 것임에도, 문헌조사, 현장조사에서 용두골 신천변의 선사시대 유적과 추정지가 보고서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납득할 수 없다. 

현재, 터널공사는 용두골 대구수목원 묘포장에 교각 공사가 끝이 났고, 용두골 안으로 벌목과 이식, 그리고 공사에 필요한 길을 내는 공사로 땅이 파헤쳐지고 있는 중이다. 공사도면을 구글 항공지도와 비교해보면 바위그늘 발굴지 뿐 아니라 추정지들까지 모두 500m 이내에 있다. 이는 명백하게 문화재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문연이 문화재 지표조사를 할 당시에는 2005년 설계도에 따라 문화재지표조사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후 설계 변경이 있었고 변경된 현재의 설계도면을 보면 바위그늘 유적은 완전히 훼손되도록 되어있다. 우리가 현장을 확인하고 도면에 따라 실측해 보아도 바위그늘 유적지가 대부분 훼손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문화재청과 학계 전문가들에게 확인한 결과 공사현장에서 불과 500m 반경 안에 있는 바위그늘 유적지를 문헌조사와 현장조사에서 누락시킨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더구나 설계를 변경할 경우, 문화재 재조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런 상태까지 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구가 명실상부한 '문화도시', '컬러풀대구'로 나아가려면 무엇보다 대구정신의 원류인 역사적 유산을 잘 보존하면서 현재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개발을 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기본적인 절차를 철저히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구나 대구 역사의 기원(뿌리)을 3000년에서 5000년 전으로 끌어올리고, 다시 그것을 1만 년 전으로 끌어올릴지도 모를 중요한 문화유적조차 이토록 소홀하게 취급하는 것은 참으로 무지하고 한심한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돈을 위해서라면, 개발을 위해서라면 우리 대구의 뿌리도 역사도 다 내팽개치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그동안 앞산터널 공사가 대구 경제를 파탄 낼 것이라고 일관되게 경고해왔다. 그런데 이런 막무가내 개발로 만에 하나 대구경제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비롯한 지역문화의 뿌리를 이토록 가볍게 여기고 파괴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은 천민자본주의로 나아가는 저급한 방식일 뿐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것은 결국 우리 대구를 뿌리도 없는 도시, 문화적 자존심도 없는 지역으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전히 앞산터널공사 강행을 반대하면서 다음과 같은 요구를 밝힌다. 

1. 기본적인 문헌조사와 현장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보고 된, 영남문화재연구원의 문화재지표조사 결과서는 기본적인 조사보고서로서의 결격사유가 너무 많아, 폐기되어야 한다. 학자적 양식을 찾아볼 수 없으면 상업적인 이익단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2. 더구나 설계변경에 따른 문화재 지표조사가 전혀 이루어 지지 않은 것에 대해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3. 따라서 문화재청은 용두골 앞산터널공사는 즉각 중단시키고, 문화재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해야 한다. 

4. 파동 일대에 대한 선사시대 바위그늘 유적지와 용두산성의 전면적인 성곽유적조사, 공룡화석, 민속자료, 척첨대 등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이 이루어져야 한다. 

5. 이와 같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한 관련자들에 대한 행정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6. 우리는 이를 위한 형사적 고발, 문화재청 조사요구, 수성구청과 대구시청에 대한 책임요구, 공사중지가처분소송 등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 

2008. 10. 30 

앞산을꼭지키려는사람들, 대구참여연대, 대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