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워준 캠프를 마치며...

  2005년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3박 4일 동안 난 대학생이라는 직책인 아닌 어떤 아이들의 교사로서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 푸르미 학교’ 교사로 새만금 갯벌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다.
환경을 전공하고 교사의 꿈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나로써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기쁜 마음으로 교사 제의를 받아 들었다. 캠프 교사로서의 경험은 아직 한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 있었다.
“내가 먼저 다가서면 되지 뭐. 그래 내가 마음을 여는 만큼 아이들도 마음을 열어줄 거야.”이렇게 생각하니 그리 겁낼 일도 아이들로 인해 힘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캠프 내내 난 내 능력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각기 다른 얼굴, 다른 성격, 다른 취미를 가진 8, 9명의 아이들이 한 모둠을 이루어 생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통된 화제가 하나도 없는 이 아이들을 하나로 묶어줘야 하는 임무를 받은 나 역시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로를 경계하는 듯한 아이들의 눈빛, 나에게서 벗어나려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열심히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말만 잘 들으면 얼마나 예쁠까’이런 생각들만 자꾸 들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내가 제일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행동 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 낯선 아이들 속에 섞여 있는 그 아이들의 어색함과 불편함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오로지 내 입장에서만 다들 잘 어울려 내 지시에 잘 따라주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이런 나의 이기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지내면서 가까워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 고마웠다. 등 돌려 앉아 있던 아이들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서로 부둥켜 장난도 치고, 함께 의견도 나누어 가며 과제를 수행해가는 모습이 어찌나 예뻤는지 모르겠다.
캠프 2, 3일째 조사활동을 하러 나갔을 때는 교사의 입장이 아닌 나 역시 캠프에 참가한 학생의 입장으로 이모저모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조사 활동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지시하지 못한 점이 참 안타까웠다.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 아직까지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캠프를 하면서 아이들로 인하여 힘든 점도 있었지만, 그 아이들로 하여금 웃을 수 있었고, 감동 받을 수 있었다. 조사를 다녀와 발표준비를 하면서 내가 이끌지 않아도 모둠 아이들 스스로가 의견을 내놓고 조금은 미흡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결과물을 내놓은 것을 보고 감동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장난만 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언제 그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참 대견하고 기특했다. 또한 모둠 안에서 맡은바 역할 분담도 척척 해내는 것을 보고 아이들 한명 한명에 대한 신뢰가 나도 모르게 쌓여가고 있었다.
마지막 날 밤, 공동체 놀이를 하면서 들은 ‘쌤 사랑해요’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첫 번째 제자 일지도 모르는 이 아이들에게서 들은 고백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것이 진짜 속마음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어쩔 수 없이 한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너무 행복했다. 내가 언제 저 아들 때문에 힘들었나 싶었을 정도로 그 여운은 너무도 컸다. 이런데서 교사의 기쁨과 보람이 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고마운 우리 아이들... 내가 받은 기쁨과 사랑을 드넓은 갯벌만큼 불려 다시 전하고 싶다.

- 3조 교사 육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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