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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회원 생태기행이 있는 날이다. 이날의 현장은 현재 영주댐으로 그 원형이 많이 훼손되고 있는 내성천이다. 기자는 그 생태기행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삼강 전망대 바라보는, 4대강사업 이전의 낙동강 비경
생태기행의 첫 코스는 낙동강과 내성천 그리고 문경에서 내려오는 금천이 만난다 하여 이름 붙여진 삼강의 전망대에서 시작했다. 삼강 전망대에 서니 눈앞에 비경이 펼쳐진다. 회룡포의 그것과도 전혀 밀리지 않는 풍광이다.
삼강교 지점에서 세 강이 만나서 힘찬 물줄기로 낙동강 본류를 형성해준다. 그 물길은 건너편인 문경시 영순면 이목리 앞에서 반달 모양의 큰 모래사장을 만들어주고 유유히 흘러 산을 만나 절벽을 형성시키고 이내 하류로 모래톱을 만들면서 잔잔히 흘러내려 간다.
무엇보다 이 풍광은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옛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현 시점에서 낙동강의 옛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 4대강사업 이전 낙동강이 이런 모습들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이자 유명한 식물사회학 박사인 김종원 전 교수를 만나 강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말했다.
“강물은 흐를 뿐이고 여울은 빨리 흐른다. 여울과 소의 반복이 강이다. 통제하게 되면 흐름을 조절한다 해서 ‘조절 강’이라 한다. ‘조절 강’은 댐과 보다. 4대강 보 같은 것을 만들어 국가의 강을 호수화시켜 놓았다. 에코테러리스트들이 하는 짓이다. 생태폭력자라고 이야기한다. 자연에 대한 무지막지한 폭력이다. 그 결과는 생물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급기야 지금 벌까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지 않느냐.”
4대강사업은 에코테러리스트들이 벌여놓은 국가폭력
4대강사업은 에코테러리스트들이 벌여놓은 국가폭력이란 정의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그는 곡학아세한 지식인들을 질타한다.
“지식인들에게 속고 있다.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다 보인다. 강 문제는 거짓말과의 싸움이다. 자연을 이야기하는데 함부로 거짓말할 수 없다. 식물 앞에 거짓말할 수 없지 않느냐.”
일행은 삼강 전망대의 비경을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인 국가명승 제19호 선몽대 일원으로 향했다. 이곳도 내성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풀과 버드나무가 우거진 곳이었는데, 예천군이 문화재청의 예산을 지원받아 수목제거사업을 벌여놓았다. 그래서 선몽대 정자를 중심으로 상하류 500미터 정도씩 모래톱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모래톱이 너무 거칠다. 며칠 전 비가 와서 그런지 강물도 너무 탁하다.
이곳에서도 김종원 박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는 현장을 보는 예리한 눈으로 지금 내성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과정을 설명해준다.
“지금 물이 흐른다. 물이 흐르는 이곳보다 저곳의 모래톱 높이가 다르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강물이 만들었다. 그 강물을 사람이 조절 중이다. 댐으로 조절하게 되면 강 속에 강바닥에 단층이 형성된다. 강폭이 좁아지고 깊어졌다. 물흐름을 통제하니까 한마디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대신에 모래가 공급되지 않으니까 물이 흘러가는 쪽으로 점점 더 패이고 패이다 보니까 좁아진다. 좁아지니까 이쪽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화이트 리버(White River)’가 ‘그린 리버(Green River)’
그의 설명은 또 이어진다.
“달뿌리풀이 들어오기 전에 무슨 풀이 들어올까? 저 보이는 풀이 속속이풀이다. 그보다 잘 아는 식물. 가시박이 들어왔다. 가시박이 들어와야 정상이다. 이곳을 이따위로 해놨는데. 가시박이 누구 덕분에 들어오는지 아느냐 사람들 때문이다. 가시박이 어떤 풀인지 아느냐? 환경부에서 아주 나쁜 풀로 지정해놨다. 가시박은 북미 거다. 조경하는 사람들이 꽃식물 수입하면서 씨가 묻어왔다.
저 물 가장 가장자리에 가시박이 들어와 산다. 정말 자기들은 행운이다. 가시박이 뭔 죄가 있다고. 이런 걸 왜 위해식물이라고 그래? 그런 식으로 과학을 이용해서 국토의 생태계를 관리하는 국가정책 다 일그러져 있다.”
그는 한편의 논문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하천은 내성천처럼 ‘화이트 리버(White River)’다. 그런데 물의 흐름을 통제하고 댐을 만들고 보를 만들게 되면 ‘그린 리버(Green River)’가 된다. ‘화이트 리버’에서 ‘그린 리버’로 바뀐다. ‘화이트 리버’가 ‘그린 리버’!”
그러면서 모래강 내성천의 생성 비결을 일러준다.
“내성천 모래 알갱이가 소백산 바위에서 왔다. 내성천 들머리에 소백산 백두대간이 화강암 덩어리로 꽉 차 있다. 99%가 화강암이다. 내성천이 모래하천인 이유가 거기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댐으로) 물과 모래를 조절한다고 생각할 수 있느냐 말도 안되는 일이다.”
내성천 물길 걷기
일행은 선몽대를 뒤로 하고 내성천 물길 걷기를 할 곳인 예천군 보문면의 우래교에 다다랐다. 이곳에서는 모두 신발을 벗고 맨발로 강을 걸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모래의 촉감이 좋았다. 비록 예전보다는 많이 거칠어졌지만 우래교 하류는 맨발로 걷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돌아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회원 생태기행 현장 | |
ⓒ 정수근 |
이곳에서도 식물사회학자 김종원 박사의 설명은 이어진다.
“저기 보이는 분홍 꽃이 수달래다. 철쭉인데 표준말로 산철쭉이다. 수달래가 본래 토착민들이 쓰는 말이다. 그래서 수달래가 맞고. 진달래 진짜 달래, 물에 사는 달래가 수달래. 저 수달래는 어디 사냐 하면 저 화강암지역에 산다. 우리나라에 가장 사랑해야 하는 진달래가 수달래라 생각한다. 물이 있는 경계에 자란다. 수달래가 있는 위치는 물이 가장 높이 흘렀을 때의 깊이다.”
그는 다시 한번 내성천 생성원리를 설명하면서 내성천 회생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내성천은 태백산맥 소백산이 만들어 낸 결과다. 태백산맥이 없으면 내성천은 이 모습이 안된다. 태백산맥이 있는 한 영주댐만 걷어내면 시간이 지나면 큰물이 몇 회가 지나면 원상 복귀 가까워진다. 너무 우려할 것 없고, 조급해할 것 없다.
영주댐 자체가 있는 한 점점 더 원상회복은 멀어진다. 내성천은 더 이상 늦게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시험담수다 뭐다 다 해봤으니까 댐이 무용지물인 거 결정났으니 헐어내던지 물과 모래가 통수되도록 댐의 흔적만 남기고 수문을 다 열어서 물과 모래가 자연유하가 되도록 해주면 된다.”
그러면서 이 나라 하천정책이 천편일률적으로 바뀐 이유를 개탄한다.
“쉽게 말해 내성천을 성형하려면 의사가 성형하는 환자 피부에 여러 가지 특성을 다 파악해서 최종 처방해야 되는데 내성천을 아무것도 모르는 하천학자들에 의해서 어디 가나 똑같게 처방된다.”
그의 설명을 계속 이어졌다. 내성천에 대한, 하천에 대한 그의 해박하고 거침없는 설명 덕분에 내성천의 비극과 희망을 동시에 길어올릴 수 있었다. 그가 주장하는 바처럼 영주댐이 속히 허물어지거나 수문을 전면 개방케해 내성천 물길이 막힘 없기 흐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보게 된다.
영주댐 철거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부푼 희망을 안고 일행은 이번 기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영주댐 현장으로 올라간다. 영주댐 물문화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영주댐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으로 가서 영주댐이 어떻게 해서 언제 완공이 됐으며 녹조라떼 댐으로 전락하게 된 이유와 그로 인해 한동안 물을 채우지도 못한 채 방치된 사실과 현재는 영주댐 담수를 주장하는 이곳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30% 정도 물을 채우고 있다는 설명까지 이어진다.
영주댐은 수질 문제뿐만 아니라 댐의 안전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불량한 댐이다. 용도를 상실한 것에 더해 댐의 안전성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댐이다. 그렇다면 영주댐은 합리적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모든 상황상 영주댐은 하루빨리 철거하고 이곳을 국내 하천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만들어서 보존하는 동시에 생태관광 접목시켜 지역 주민들의 경제도 살리는 일거양득의 방안을 내성천을 사랑하는 이들이 이전부터 주장해온 바다.
이제 공은 윤석열 정부에게로 넘어갔다. 윤석열 당선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용도와 기능을 상실한 무용지물 댐은 철거되는 게 맞다. 그리고 이후 김종원 박사의 희망 찬 설명처럼 몇 번 큰 물만 만난다면 내성천은 이전 모습으로 원상회복 될 것을 믿으며 우리 일행의 기행도 마무리됐다.
끝으로 일행은 영주댐을 뒤로 하고 함께 간절히 외쳤다.
“영주댐을 철거하라!,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글/사진 : 정수근 생태보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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