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2.7킬로미터 남은 방조제 구간마저 막히면 어민들의 모든 조업은 중단된다.


“새만금, 그 아픔에 눈물이 난다”
                                                                       글.사진 이은정(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꽃샘추위가 걷히고 해사한 봄바람이 봄꽃들을 불러오면, 바람을 타고 바닷길을 따라 수많은 생명들이 새만금에 안겨온다. 새만금은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이 여린 생명들의 삶과 죽음을 함께 잉태해 왔다. 바다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갯벌을 키우고 바람과 햇살은 하늘과 바다를 이어 그들을 보듬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 모두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제 한 달이 지나면 “새만금의 목을 치는 것과도 같은”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완공된다.
오늘 또 대법원은 개발주의자들에게 손을 들어 주어 새만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 갯벌잡이로 자식 키우고 뱃일로 먹고 살아온 어민들은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

새만금 방조제를 만들기 위해서만 무려 150여개의 산이 형체도 없이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가 지키자고 지정해 놓은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조제 내부 경지공사에 들어갈 막대한 모래와 흙은 또 어디서 가지고 올 것인가.
15년을 끌어왔고 재판만 4년을 끌어오는 동안 우리는 자연이 타전하는 예민한 신호를 듣지 못했다.

새만금에 방조제가 생기면서 꽃새우와 같은 갑각류들이 가장 먼저 사라져갔다.

바닷물의 염도와 유속이 변하면서 조개는 성장을 멈추었다.
유량과 유속이 변하니 지형이 변하고 생물의 분포와 생물서식형태가 변하였다.
방조제 공사로 인해 수량이 줄어들자 식물이 갯벌로 침투하여 갯벌을 빠르게 육상화하고 있다.

세계5대 갯벌 중 하나라는 생명의 보물창고는 이렇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쓰임새도 뚜렷하지 않은 간척사업에 떼돈을 들이부어서 새만금 갯벌을 잃는 것은 단지 그곳에 살고 있는 수만 가지 생명들을 잃어버리는 것만이 아니다. 새만금 갯벌을 잃는 것은 그곳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갯벌의 노래와 문화와 역사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지도를 다시 그린다”는 찬탄의 호들갑 속에서 한반도의 아름다운 곡선을 지구의 역사와 함께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수천만 년 동안 자연이 만들어놓은 길고 구불구불한 서해안의 부드러운 율동을 순식간에 밀어버리는 무자비한 폭력이다. 이제 도시인들의 밥상에서 우리 갯벌에서 나는 우리 바다음식이 없어져도 아무런 할 말이 없다.

슬픔이 밀려온다. 심장을 쿡 찔리는 아픔은 눈물이 된다.
짱둥어야, 칠게야, 백합아, 도요새야...... 너희들은 지금 어디 있니?



* 4년 7개월을 끌어온 새만금 소송이 막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 재판부는 3월 16일, 환경단체들이 제기한 새만금 소송에 대해 상고를 기각했다.
"환경단체측이 주장하는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과 환경생태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주장은 명백하지 않은 반면, 농지조성 필요성 등이 인정된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2005.12)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이번 판결로 모든 법적인 논쟁을 끝나고 내일부터 새만금 방조제 33킬로미터 중 개방구간 2.7킬로미터에 대한 끝막이 공사가 시작된다. 다음달 24일에 끝막이 공사가 마무리 되면 전북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세계 최대 길이의 방조제가 완성되고, 내년 하반기부터 8500만평의 간척지를 얻기 위한 대규모 간척사업이 시작된다. 환경단체들은 사라지는 새만금에 안타까움을 그치지 못한다...

(**평화뉴스 3.16자에 실린글을 그대로 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