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에 뒤통수 맞았다"

[앞산터널] 김세곤 건설국장 "사업은 무조건 추진" / 시민단체 "협의는 왜 했나?"

                                          -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시민단체의 뒤통수를 친 것입니다. 마주보면 진지하게 대화하자면서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를 돌변하는 이런 공무원들 때문에 시민들이 대구시를 더 불신합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문창식 운영위원장이 9월 21일 '앞산살리기 20번째 편지'에 남긴 말이다.
문 위원장은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앞산터널(4차순환도로)' 사업에 반대하며 지난 봄부터 지역 언론인과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전자우편으로 편지를 띄우고 있다.

문 위원장이 말하는 '뒤통수를 친' 사람은 대구시 김세곤 건설방재국장.
지역 시민단체는 지난 7월 말부터 두달동안 '앞산터널'과 관련해 대구시와 협의를 해왔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시민단체의 간담회(7.25) 결과에 따라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최근까지 6차례 회의를 가졌다.
대구시 허운열 도로계장과 도로과 정병환씨, 대구참여연대 윤종화 사무처장과 문창식 위원장이 줄곧 만났고, 김세곤 건설국장도 2차례 참석했다. 이들은 그동안 '앞산터널'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나누는 한편, 조만간 전문가를 비롯한 10명 안팎의 '4차순환도로 건설 대구시.시민단체 공동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김세곤 건설국장이 "이 사업은 무조건 추진한다"는 취지의 말을 시의회에서 했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지난 19일 대구시의회에서 ▶"시민단체가 반대해도 이 사업은 그만 둘 수 없다" ▶"시민단체와 가진 '협의체'는 건설사업을 전제로 한 것" ▶"시민단체들도 원칙적으로 이 사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시민단체는 발끈했다.
협의체에 참가한 4개 단체는 다음 날(9.20) 성명을 내고, "김 국장의 발언은 망언"이라며 비난했다.
▶"시민단체가 반대해도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말은 아예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 ▶"시민단체는 '건설을 전제로 한 협의체'에 전혀 동의한 적 없다" ▶"시민단체는 이 사업을 줄곧 반대해왔다"면서 김 국장의 사과와 퇴진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 세곤 국장을 비롯한 당사자들에게 입장을 물어봤다.
김 국장과 도로과 담당자는 “사업 추진에 변화 없다”는 입장을, 시민단체는 “신뢰가 깨졌다”고 말했다.


“원천적으로 반대한다면 어떻게 협의했겠나?”...“두달동안 얘기해놓고 이제와서 어떻게 그런 말을?”


김세곤 국장은“시의회에서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면서 “4차순환도로 사업은 무조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실무협의체는 이 사업에 대한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고 사업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자리였지,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논의하는 건 아니었다”면서 “시민단체가 정말 이 사업을 원천적으로 반대한다면 어떻게 그동안 협의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또,“이 사업은 이미 지난 99년부터 대구시 교통계획에 따라 추진해 왔는데, 시민단체가 반대한다고 이제와서 사업을 취소한다면 시민들이 뭐라고 하겠느냐”며 ‘사업 강행’ 의지를 밝혔다. 김 국장은 다만, “대구시는 ‘환경’를 걱정하는 시민단체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조만간 시민단체를 다시 만나 내 입장을 설명하고 실무협의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실무협의’에 참여하고 있는 도로과 정병환씨도 “법 위에 ‘협의체’가 있는 건 아니다”면서 “지금까지 여러 국책연구기관의 검토와 분석을 거쳐 적법하게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지금와서 새 판을 짜자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정병환씨는 그러나, “사업 추진을 전제로 시민단체와 협의해 왔다는게 사실이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내 입장에서 말하기 곤란하다”며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 윤종화 사무처장은, “대구시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면서 “특히, 김 국장은 그동안 2번이나 협의에 참여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윤 처장은 “대구시와 시민단체의 입장이 다르다는 건 이미 서로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자는게 협의체의 취지였다”면서 “이제와서 ‘시민단체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식의 거짓말을 하는 건 더 이상 대화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문창식 운영위원장도, “시민단체가 이 사업을 반대한다는 건 이미 수없이 밝혀왔을 뿐 아니라, 조만간 ‘공동협의회’까지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제와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대구시를 더 이상 어떻게 믿겠느냐”고 발끈했다. 또, “4차순환도로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대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김범일 대구시장에게 면담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5일 열린 대구시장과 시민단체의 간담회는 무려 8년만에 이뤄졌다.
그리고, 김범일 시장의 지시에 따라 ‘4차순환도로’에 대한 ‘실무협의체’가 구성됐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알면서도 ‘대화’에 의미를 두고 두달동안 여섯차례 만나 논의했다.
김세곤 건설국장의 발언으로 논란이 있지만, 이들 4명 모두 ‘대화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모처럼 마주한 대구시와 시민단체. 그래서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 최선의 방안은 없는 것일까?


*****9월21일자 평화뉴스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