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 > 이수희 선생님과 모둠 아이들

  사진 아래 > 직접 떡을 만들어보고 있는 아이들
  

  다음은 꾸러기 자원교사로 수고한 이수희 쌤의 글입니다...

봄의 중턱에 들어선 4월, 따뜻한 날씨 속에서 14~15일 안동으로 꾸러기 캠프를 다녀왔다.

우연한 계기로 인솔교사로 참여하게 된 나는 전부터 이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라 개인적으로 '잘됐다' 는 생각으로 나섰지만, 당일 아이들과 아이들을 배웅 나오신 부모님을 뵙고는 약간의 긴장과 큰 책임감이 몰려왔다.

캠프는 안동 임청각에서 하룻밤을 묵고 병산서원, 하회마을로 답사를 가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14일 오전 10시 교대 앞에서 집합하여 안동 임청각에 도착하니 12시, 그 곳 대마루에서 집에서 싸 온 맛난 도시락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로 선생님 먹으라고 챙겨주던 이쁜 아이들~ 저절로 배가 불렀다.

임청각은 내게도 낯선 곳이었다. 건축된 지 50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사람이 거주하고 있을 만큼 잘 보존되고 있는 임청각은 화려하진 않지만 전통적인 한옥집이었고, 뒤에는 산을, 앞에는 강을 끼고 있어 지리적으로 가장 이상적이라는 배산임수형이었다. 강 건너 솟은 산으로는 매화가 피어있고, 아늑하고 평온했다. 다행히 아이들도 맘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바로 앞에 철길과 그 방음벽이 놓여있어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졌는데, 이것은 일제 시대에 독립 운동가들의 맥을 끊어 놓기 위해 임청각을 가로질러 철길을 놓은 것이라 하였다.  안타까운 우리 역사의 흔적이었다.

  이 곳에서 짐을 풀고는 천연염색과 떡치기 체험을 했는데, 아이들 모두 적극적이었다. 천연 염색을 위해 넉넉히 준비했던 손수건이 뒤에는 모자랄 만큼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것, 어머니 것, 아버지 것 하며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며 열중이었다. 떡치기 역시 아이들이 헥헥- 힘들어하면서도 떡매를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뒤에는 치는 소리부터 전문가가 다 된 친구도 있었다. 이렇게 힘 모아 즉석에서 만든 떡을 고물에 묻혀 먹은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루는 정말 금방이었다. 하루 종일 지칠 줄 모르고 줄넘기, 팽이치기 등 전통놀이에 푹 빠져 노는 아이들과 함께 한 나였지만, 이렇게 밝은 아이들과 함께 해서였을까. 피로감도 없이 오랜만에 하는 놀이에 나 역시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음 날은 일찍 일어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새소리로 시작되었다.
신세동 7층전탑과 잔잔한 안동댐을 보며 평온한 아침 산책 후 우리가 바삐 발걸음을 옮긴 곳은 병산 서원이었다. 아슬아슬한 비포장도로를 지나서야 나온 병산서원은 약 400년 전 양반 자제들을 교육하기 위해 지어진 것으로 당시 건립시 스승이었던 유성룡 선생님의 위패를 모시며 추모하고 있다. 입교당이라고 해서 서원 중앙에 위치하고 있던 이 곳은 가르침이 행해지던 곳으로 문이 없이 열린 공간이었는데, 이는 추우나 더우나 학업에 열중하던 우리 조상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맞은편 만대루에 오르자 주위 경치가 한 눈에 들어왔는데, 병풍처럼 펼쳐진 이 경치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하회마을 !
마을 주위로 물이 돌아 나간다고 해서 하회마을이라 불려지는 이 곳에서 그 유명한 하회별신굿탈춤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이 속에 숨은 해학과 풍자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1박 2일간 컴퓨터 게임과 TV를 떠나서도 그 이상으로 잘 놀던 아이들, 전자가 아닌 사람, 친구와 어울리는 기쁨을 배웠을 것이다. 또한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과 지혜, 흥 역시 의식하진 못하더라도 어렴풋이 나마 느낀 시간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로서는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들 앞에 서서 더 많이, 더 잘 전하지 못해 이번 캠프의 의미를 제대로 부여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웃음 가득한 아이들과 멋진 교사님들과 함께 한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가슴에 남는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즐겁고 유익한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