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강으로 진행되는 사찰음식 특강, 첫 강좌는 16일 쑥을 이용한 음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냉이를 이용한 음식을 할 계획이었으나  시작하는 주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냉이철이 지나버렸네요. 한 주씩 당겨 진행하고 마지막 시간에는 채식김밥을 할까 합니다(첫 강좌 때 선생님의 제안이었어요)

쑥개떡과 애탕.

애탕은 말하자면 쑥국이라 할 수 있는데,선생님께서 서민들이 먹으면 쑥국, 양반이 먹으면 애탕이라는 우스개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애탕을 보고 확실히 서민임을 확인했습니다. 씻은 쑥에다 콩가루을 묻혀 끓인 '쑥국'만 먹어봤는데 확실히 애탕은 다르더라고요.

모양부터 얌전하고 깔끔하고 먹음직스러운. 특히 국물맛이 끝내줬는데 그 국물에 들어간 거라고는 말린 표고버섯과 집간장 뿐이라는 놀라운 사실과 그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두 마셨다는...

아래 사진같이 요렇게 생겼습니다. 먹을 때는 먹느라고 바빠서 예쁘게 세팅된 사진이 없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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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개떡 역시 서민들이 먹었던 대표적인 음식인데 쑥을 잘게 썰어 쌀가루와 물을 조금만 넣어 치대어 손으로 탁탁 쳐서 얇게 치대고 모양내어 찌는 떡입니다. 쑥을 쌀가루보다 훨씬 많이 넣어 진한 쑥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음식입니다.  일본에서 원폭이 투하된 지역에서 가장 먼저 올라온 식물이 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말이지요. 쑥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빼주고 특히 여성들에게 좋은 음식이랍니다.  쑥과 살가루, 뭉쳐질 만큼의 물과 죽염으로만 간을 했는데 단맛과 쑥의 향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는 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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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개떡과 애탕에 들어갈 완자를 빚는 동안 선생님께 시골살이 이야기, 음식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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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은 곰취김치, 곰취전, 봄나물 샐러드합니다.  곰취김치 넉넉히 만들어 나눠갈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통 꼭 갖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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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탄]

 

지난 시간 주재료가 쑥이었다면 오늘의 주인공은 곰취.

곰취로 김치도 담고, 전도 굽고, 다른 봄나물과 함께 샐러드도 한답니다. 곰취를 넉넉히 준비해서 저는 김치 많이 담가 참가하신 분들이 나눠갔으면 했는데 선생님은 다른 것도 가르쳐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쌈밥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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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김치입니다.

양념이 특이한데 액젓 대신 간장을, 풀 대신 두유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마늘은 넣지 않고 생강만.

밤도 채 썰어 넣어 납작납작 썰어서 얹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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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나요? 맛있습니다. 향이 강하서 입 안에 봄내음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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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전은 모양이 이쁘지요?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반죽을 했는데 아무것도 넣지 않고 쌀 갈때 넣은 소금이 간의 전부.

담백하고 밀가루 반죽보다 더 쫄깃한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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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보다 쌀가루반죽은 조금 더 익혀야 맛있는데 이때 뚜껑을 살짝 덮어주면 타지 않고 잘 익는다는 비결을 알려주시네요. 완전히 덮지는 말고 물이 다시 후라이팬에 떨어지지 않고 수증기가 나가도록 삐뚜루하게 덮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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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샐러드입니다.

봄에 나오는 여러 채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소스에 버무려 접시에 담고 과일, 꽃 따위로 장식하면 먹음직스러운 샐러드 탄생.

소스는 집간장, 물을 1:1로 맞추고 식초, 오미자나 매실 효소, 죽염, 들깨가루, 흑임자 갈은것을 넣으면 끝. 다들 집에 있는 재료지요. 흑임자가 없으면 깨로 대신하고요. 들깨가루가 없으면 말고. 견과류가 있으면 같이 넣어주고, 밤이나 고구마가 있으면 그것도 잘라 넣고...

정해진 레시피가 없습니다. 집에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넣으면 나만의 레시피가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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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쌈밥입니다. 안에 들어간 것은 밥과 날된장.  쌈장 넣어도 되냐는 질문에 '쌈밥에는 그냥 집된장이 더 잘 어울린다'는 답이 돌아오네요. 맛은 정말 깔끔하고 담백합니다. 특히 어른들은 김밥보다 이런 쌈밥을 더 잘 드신다고 하는데 우리 입맛에도 맛있습니다. 

오늘은 취나물이 많아서 취나물 쌈밥을 했지만 모든 잎 큰 나물이 쌈밥 재료가 된다고. 특히 머위잎이 선생님 입맛에는 가장 맛있다고 하니 머위쌈밥의 맛이 궁금해집니다. 

 

7c0eec9764967ec763fe0b881606e464.jpg 오늘도  함께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나눠 먹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채식 비빔밥을 합니다.

쇠고기 고명 대신 두부와 구운 다시마를 부숴 넣는다고 하는데 맛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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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탄]

 

마지막 날 음식은 채식비빔밥과 나물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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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은 한 그릇에 여러가지 나물을 골고루 섞어 비벼 먹기에 영양과 맛을 모두 갖춘 훌륭하고도 먹을 때 간편한 음식입니다. 

하나 준비하는데는 손이 엄청 많이 가는 음식이기도 하지요. 나물을 기름 듬뿍 넣어서 볶거나 무치거나 하니 열량도 엄청나고요.

그래서 선생님은 재료를 간단히 준비하기를 권하시는군요. 모든 음식에 대한 선생님의 기본적인 생각이기도 한데 재료가 너무 여러가지이면 오히려 음식 맛을 살리지 못한다고요.

 

비빔밥 재료: 숙주나물, 표고버섯, 파란나물(시금치, 열무, 취나물 등 무엇이든 제철에 나는...), 그리고 두부, 다시마

 

표고의 검은색, 숙주나물의 흰색, 열무의 파란색 이렇게 삼색나물을 준비했습니다.  표고버섯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들기름을 조금만 둘러 볶고 숙주나물과 열무는 끓는 물에 데친 후 체에 받쳐 물기를 뺀 후 집간장과 깨소금만 넣고 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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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1. 나물 삶고 나서  어떤 이들은 찬물에 씻어 물기를 꼭 짜는데 삶은 나물에 객(客)물이 들어가면 싱겁고 맛이 없다고 하네요. 국이나 찌개가 쫄아들어 짤 때도 찬물이 더 붓는 것이 아니라 꼭 끓여서 넣어야 한다고.

 

비빔밥에 김가루와 쇠고기 고명을 얹기도 하고, 고추장을 넣어 비비기도 하는데 고추장은 맛이 너무 강해 다른 재료의 맛을 잘 살리지 못한다고 하네요.  김가루보다 더 맛있는 게 바로 다시마인데 다시마를 불에 살짝 구워 잘게 부숴 뿌려주고, 두부도 으깨 후라이팬에서 고슬고슬하게 볶아 올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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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2. 두부는 콩물에 응고제인 간수를 넣어 만든 것.  이 간수가 별로 좋지 않아 충분히 빼고 먹는 게 좋습니다. 옛날 어른들이 두부를 물에 담가놓고 먹었는데 이렇게 하면 간수가 빠진다고 하네요. 그래서 두부가 대체로 물에 담긴 채 팔리나봐요.  두부를 사면 일단 포장을 뜯어서 그릇에 담가 물을 부어 놓고 자주 갈아주라고 하네요. 급하게 써야할  때는 찬물에 넣어 끓여 쓰면 된답니다.  

 

재료 준비에 관해 선생님과 이심전심이 되지 못하여  깨소금 준비하는 걸 빠뜨렸어요.  그래서 달랑 간장만 넣고 무쳤기에 다들 "저래서 무슨 맛이 날란가?"했으나 맛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나물국도 마찬가지. 표고버섯 우린 물에 된장을 풀어서 끓을 때 씻은 시금치를 넣고 푹 끓여서 감자를 큼직하게 썰어 넣은 후 감자가 익으면 완성. 많다 싶게 끓였는데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모두 싹 비웠습니다. 엄마와 함께 온 일곱 살 유경이도 맛있다 하며 잘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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