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대구 앞산, 왜 뚫어야 하나요


[희망버스 - 대구 ④] 문창식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기고



왜 앞산이라 했는지 그 유래는 분명치 않습니다.

'경상감영공원의 앞에 있는 산' 혹은 '경상감영공원의 안산'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내려오기도 합니다.

비슬산·성불산·대덕산처럼 번듯한 이름을 두고도 왜 겸손하고 촌티나게 '앞산'이라 했는지 분명치 않습니다.

외지인들은 대구에 앞산이 있다고 하면 어느 시골 마을 앞에 나즈막하게 자리한 작은 동산 정도로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주봉 높이가 660m에 비슬산은 1084m에 이르고, 하루에 3~4만, 휴일에는 5만, 연간으론 1800만명 이상이 등산과 산책을 즐기는 산이라고 덧붙인 뒤에야 놀라움과 부러움을 금치 못하지요.



촌티나는 앞산엔 가침박달나무와 금강제비꽃이 살아요


이 산은 천연림에 가까운 참나무숲 10만여 평에 잣나무 단지, 산성산, 대덕산, 성북산 등 주봉에다 크고 작은 여덟골과 스물여개의 약수터가 있는 천혜의 도시자연공원입니다.

앞산에서만 두번 가침박달나무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나무는 주로 중부 이북에서 자라는데 이렇게 남부지방에서 군락형태로 두 번이나 발견된 것은 식물분포학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합니다. 학계의 연구를 거친 후에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산림청이 희귀 및 멸종식물 114호로 지정한 금강제비꽃이 서식하는 것도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요.

최근 뉴질랜드 연방정부는 빅토리아주가 추진 중인 풍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중단시켰습니다. 공사비 2억2천만 호주달러, 한화로 무려 1528억원에 달하는 이 공사를 중단한 것은 풍력발전소 터빈에 부딪쳐 희귀종 앵무새가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무새가 죽을 확률은 1년에 1마리 정도입니다.

새 한 마리 때문에 대형공사를 중단하는 뉴질랜드가 있는가 하면 천연기념물, 희귀식물이 서식하는데도 막무가내로 앞산을 뚫겠다는 대구시도 있습니다. 이런 현실은 우리를 참 안타깝게 합니다.




길 위에서, 사람과 사람이 갈라졌습니다.

유하의 시 '길 위에서 말하다'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합니다.


나는 길에게서 참으로 많은 지혜와 깨달음을 얻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온갖 엔진들이 내지르는 포효와
단단한 포도(鋪道)같은 절망의 중심에 서서 나는 묻는다.
나는 길로부터 진정 무엇을 배웠던가



바퀴는 최소 BC 3500여년 경에 존재했다고 합니다. 바퀴의 발명과 실생활에의 도입은 인류 문명에서 이송과 운송의 혁명을 뜻합니다.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먼 지역 간 물자 교류와 사람의 왕래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인간의 생활이 그만큼 풍요해졌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거리와 지역을 넘어 선 자본과 권력 집중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길은 질주하는 바퀴들에 오랫동안 단련되었다.
인간의 상상력은 바퀴를 창조하였지만
바퀴는 길을 만들고 바퀴의 방법과 사고로 길을 길들였다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려는 자본과 권력의 속성은 바퀴의 속도와 기동성을 필요로 했습니다. 바퀴는 움직이기 위해 존재합니다. 머물러있는 바퀴는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퀴는 혼자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바퀴가 달릴 길이 필요했습니다. 바퀴와 도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정복과 수탈의 제국주의 문명을 이끌어 왔습니다.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민족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정복지에는 어김없이 가장 먼저 길을 닦았습니다. 마치 선진 문명의 상징처럼. 길이 놓여질 때마다 개인과 개인, 사회와 사회, 민족과 민족이 갈라섰습니다.



도시와 국가로 향하는 감각의 고속도로여
나는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버릴 것이다.
나를 이끌었던 상상력의 바퀴들아 멈추어라
그리고 보이는 모든 길에서 이륙하라


갈라진 것, 다시 만나야 합니다



한 대구시장 후보의 말처럼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길은 혈관처럼 나 있습니다. 도시·농촌·평지·심산야곡·땅의 밑·위·공중 어디에서나 거미줄처럼 엉켜 나 있습니다.

그 위를 잠시도 쉴 틈 없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수많은 자동차 행렬은 마치 블랙홀로 향하는 일벌레를 연상시킵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바퀴를 창조했지만, 그 상상력은 바퀴에 길들여진 길을 따라 분열과 파괴의 종착점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이제 보이는 모든 길에서 이륙해야 될 때입니다. 바퀴와 길로 인해 놓쳤던 자연과 인간이 참모습으로 만나고, 갈라진 모든 것들은 다시 만나야 합니다.



2006-07-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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