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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환경운동연합
2011.03.31 16:54

아래 글은 대구환경운동연합 4월호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강의 눈물 강연회를 듣고 후기를 쓴 것인데요,

이곳에서도 함께 나누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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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한다.



이창호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라는 땅의 물줄기를 설명해보라 한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도시 심장을 신천이 가로질러 흘러가고, 도시의 머리를 감싸며 금호강이 흘러서,

낙동강에 이르고, 바다로 흘러 갑니다.”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설명도 이제 곧 얼마 뒤면, 얘기를 꺼내기가 부끄러울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소위 정부가 말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고, 하천생태계의 복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부의 사업배경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단순히 “저렇게 무분별하게 4대강을 개발하면 안될텐데”라며 걱정만 해왔습니다.


하지만, ‘강의 눈물, 전국 강연투어’ 강연을 들으면서,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4대강사업은 지금이라도 중단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저에게 부여해주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의 현황에 대한 영상물과 강연으로 이루어진 세미나형식의 단순 학술회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강의눈물’은 3시간 동안 펼쳐지는 한편의 뮤지컬이었습니다.


유원일 의원님과 김정욱 선생님의 논리정연한, 4대강사업이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설명해주신 것뿐만 아니라,

극단 ‘함께사는 세상’의 신명나는 소리 공연, 이승렬 교수님이 번역하여 낭독해주신 소로의 영시,

노래패 ‘내가그린’의 아름다운 화음이 담긴 노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과정이었던 가야산골프장 철회까지,

다양하고 참신한 내용들로 꾸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두가 함께 ‘강물은 흘러야 한다.’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제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편으론 화가 났습니다.


세계 선진국들의 하천관리는 과거 보를 통한 관리에서 탈피해, 자연하천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거기에 거슬러 겉으론 ‘보’라지만 ‘댐’을 건설하는 선진국의 과거를 따르는 우리 정부의 모습에 화가 났고,

말로만 친환경적 공사라면서 국가가 오히려 불법적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더욱 더 화가 났었습니다.


자연은 한번 그 모습이 바뀌면, 다시 되돌리는데 수많은 시간이 걸리며,

그 수많은 시간 후에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데,

이렇게 무분별하게 공사를 하면, 후손들에게 우리나라의 하천은 어떤 모습으로 물려줘야하는가, 걱정이 됐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어렸을 때 흔히 불렀던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버들가지 한들한들 꾀꼬리는 꾀꼴꾀꼴”이라는 동요는 아이들에게 거짓이 되는 건 아닌지.


어느 날 외출을 나갔을 때, 반월당 지하철역, 동대구 기차역 등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4대강사업 전시관을 살펴보았습니다.

유리관 속에 우리 4대강의 모형은 정말 화려하고, 우리 강의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유리관은 우리의 자연하천을 무덤으로 보내는 관이라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가장 빠른 때다’라는 격언이 아직 유효할 때 우리는 움직여야 합니다.

강물은 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창호 님은 경북대 지리교육과 학생이며, 꾸러기환경탐사대 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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