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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와 새들의 산란철에 준설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대구시


[성명서]

물고기와 새들의 산란철에 신천 준설공사 강행하는 대구시의 반생태적 행정을 규탄한다!

대구시는 지금 즉시 공사를 중지하고 대구시민들에게 사죄하라!

 

대구 신천을 대표하는 생물 하나를 들라 하면 많은 대구시민들이 꼽는 생물로 단연 잉어가 으뜸일 것이다. 그만큼 신천에는 잉어들이 많이 산다. 특히 봄철을 맞은 이맘때 신천에는 그런 잉어들의 몸부림을 볼 수 있는 시기로 신천이 진실로 잉어들의 영토임을 실감하게 된다.

 

산란철을 맞아 요란한 구애 행동으로 소란스러운 것이 이맘때 신천의 특징적인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잉어들의 구애 행동을 도무지 볼 수가 없다. 이른바 산란 춤이라는 그 요란한 행위가 전혀 포착되지 않는다.

 

대신에 중장비의 기계음 소리만 요란하다. 잉어들의 산란 춤대신에 포크레인의 육중한 율동만이 굉음과 함께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대구시가 잉어와 오리 등의 산란철에 준설공사를 강행하고 있기에 벌어지는 반생태적인 광경인 것이다.

 

비단 잉어와 오리뿐이겠는가? 잉어 이외에도 피라미나 돌고기, 수수미꾸리, 참붕어, 꺽지 같은 작은 물고기에서부터 할미새나 물떼새 같은 새들도 신천에서 살아간다. 이들 무수한 생명들이 대를 잇기 위한 가장 본능적인 행위를 하는 이 산란철에 하천공사를 그것도 준설공사를 강행하는 이 무지의 행정을 대구시가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현장이 신천의 상류 가창교에서 하류 침산교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었고 공사 기간도 41일부터 731일까지로 딱 산란철과 이후 부화한 새끼를 기르는 육추기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대구시는 신천의 뭇 생명들이 새끼를 낳고 기르는 그 중요한 시기에 하천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생태적인 행위에 대해 어류학자인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채병수 박사는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지금이 딱 어류들의 산란철이다. 잉어들은 주로 물가 가장자리 수초 같은 곳에 산란하고 돌고기나 참붕어 같은 어종들은 물속 자갈에 산란하기 때문에 지금 하상 준설공사를 한다는 것은 한참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이자 어류들이 산란을 못하게 막는 행위로서 비상식의 극치의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지금 즉시 하천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조류 전문가인 김신환동물병원의 김신환 원장 또한 대구시의 엉터리 행정을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반문한다.

 

지금이 흰뺨검둥오리 같은 텃새들의 산란철로서 하천 안의 습지 즉 풀밭 같은 곳에 알을 낳는 산란철이기 때문에 이런 때 하천에 그나마 남아 있는 하중도나 작은 둔치 같은 곳을 준설해버리면 이들이 산란할 곳이 없어서 이들의 생태에도 엄청난 교란 요소가 된다. 대구시는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용감한 행정을 벌이는 것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대구시의 해명은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8억원의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받아 전액 국비로 진행되는 공사로 지난해 집중호우로 신천 바닥에 퇴적토가 많이 쌓여 이를 걷어내는 공사를 벌이는 것이라 해명한다. 그러면서 신천 상류에서부터 퇴적토가 쌓여 비가 오면 고수부지로 하천이 범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많은 비가 오면 고수부지가 잠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고수부지가 잠길 정도로 많은 비가 오면 고수부지로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행정을 해야지 고수부지가 잠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준설공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정부로부터 재난교부세가 내려온 것을 핑계로 벌이는 하천공사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대표적인 혈세탕진 공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재난교부세를 펑펑 내려보내는 정부도 문제지만, 돈이 내려왔다고 덮어놓고 하천공사를 강행하는 지방정부는 더 문제다.

 

혈세는 혈세대로 탕진되고 그로 인해 하천 생태계만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준설공사는 하천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들의 산란이라는 그 원초적 행위조차 막는 것으로 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반교육적 행정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인 것이다.

 

준설공사가 정말 필요하다면 하천 생물들의 산란기와 육추기를 지나서 부분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부분적으로 공사가 진행되야만 다른 곳으로 이들이 잠시 피신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본적인 생태적 지식도 없이 용감하게도 하천공사를 그것도 준설공사를 이 산란철에 감행하는 대구시는 지탄받아 마땅하고 지금이라도 비상식적 하천공사를 벌인 것에 대해 사과하고 공사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하천은 특히 도심 하천은 도심에서 야생동물들이 마지막으로 피신해 살고 있는 그들의 마지막 서식처로서 인간들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닌 것이다.

 

21세기 화두는 공존으로 인간과 야생은 공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하천공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하천은 도심에서의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서식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구시는 지금이라도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신천을 사랑하는 많은 대구시민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정말로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홍수를 예방하려면 고수부지에 많은 혈세를 들여 수영장과 같은 각종 시설을 들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물 흐름을 방해하는 둔치에 세운 각종 시설들을 걷어내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하나마나한 반생태적인 준설공사를 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홍수를 예방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생태적 개안(開眼)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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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환경운동연합

문의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 010-2802-0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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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의 하상과 둔치를 심각하게 건드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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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에는 잉어, 자라, 피라미 같은 각종 수생생물들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