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이 암전되고 극장에 불이 켜지면, 어둠 속에서 볼 수 없었던 관객의 표정이 보인다. 누군가는 상기된 빛으로 다른 이는 뜨악한 표정으로 혹은 생각 많은 얼굴로 극장을 나선다. 이번 달 인문학 강연 후 사무실을 나서는 참석자들 역시 장편영화 한 편을 관람하고 나온 표정이었다. 


 8월 대구 환경운동연합 환경인문학 <두런두런>의 이야깃거리는 ‘영화’였다. 평소 영화를 즐겨 보시고 지역 신문에 영화 칼럼까지 쓰실 정도로 조예가 깊은 이상용 선생님의 아홉 편의 ‘영화로 보는 삶과 죽음, 선과 악, 구도와 구원’이란 주제 강연은 두 시간짜리 예술 영화를 감상한 느낌이었다.


 그 날은 지난  3월 회원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두런두런 강연 중 가장 많은 참석자의 기록을 남겼다. 그만큼 ‘영화’가 우리 생활 가까이 있고, 대중성이 강한 예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뭣보다 강연자의 인기와 지명도가 한 몫 하지 않았을 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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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송필경 의장님 페이스북>


앙드레 바쟁이란 평론가는 “영화는 일종의 언어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일종의 언어’영화로 소통하는 그 자리에서 이상용 선생님은 준비된 길잡이였다. 미리 보내신 영화 아홉 편에 대한 글을 참석자들께 나눠 드리고, 예고편과 주요 장면을 위주로 편집한 영상을 보면서 저마다 영화에 대한 기억과 호기심으로 눈빛은 물론 마음에도 불이 켜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두 주인공이 아프리카 상공을 비행하는 장면이 인상적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 혁명가 <체 게바라>의 이타적 삶, 사유하지 않는 것이 악이 될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을 주장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 용서와 구원을 다룬 <밀양>, 인간에게 사랑이 존재하기에 구원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막연한 공포 같은 미래의 죽음에 전전긍긍할 게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에 충실하라는 <화장>, 슬픔의 집합체는 죽음이 아니라 삶이기에 삶을 더 생각하라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마지막으로 세상의 많은 사람만큼 구도의 방법도 다양하다는 <길 위에서>.


못 본 영화도 있지만, 이미 봤던 영화는 선생님의 해설에 의해 새로운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아홉 편을 관통하는 삶의 방식은 바로 ‘존재자로서 인간’이 소유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로운 삶이다란 것이다.


일종의 언어로서 영화가 갖는 한계이자 장점은 발신자의 의도와 달리 수신자가 오독하고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영화는 관객에게 여러 해석의 여지를 주는 게 아닐까. 마치 잘 쓴 소설과 시가 독자에게 분분한 논쟁과 감동을 주는 것처럼 언어로서 영화를 대하고, 감상을 나누고, 소통하는 자리였던 그날은 훌륭한 안내자의 번역(?)으로 익숙한 영화를 다르게 보았다.


 달력의 숫자로는 가을이지만, 아직도 여름 셔츠를 입을 수 있는 9월이다.  9월부터 시작하는 환경인문학 <두런두런>은 소소한 삶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다음 달 주제는 “사람이 책이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책, 사람을 진부한 표현이지만 독서의 계절 가을에 함께 읽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