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환경운동연합·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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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4)


경북지역에 몰리는 의료폐기물,

대책 없이 주민 희생만 강요하는 시스템 바꿔야


의료폐기물보건·의료기관, 동물병원, 시험·검사기관 등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폐기물과 인체 조직 등 적출물, 실험동물의 사체 등 보건·환경보호상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폐기물을 일컫는다. 격리의료폐기물, 위해의료폐기물(조직물류·병리계·손상성·생물화학·혈액오염·태반), 일반의료폐기물 등 종류별로 전용 용기에 보관해 안전하게 관리 및 처리해야 하는 지정폐기물이다.

 

의료폐기물, 왜 경북에 몰리나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기준, 219천톤으로 수도권이 절반(47%)을 차지하고, 대구경북은 전국 발생량의 9%(대구4.8%/경북4.2%)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폐기물은 배출사업장에서 자가처리 또는 지정폐기물 처리업체에 위탁하여 처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의료폐기물을 자가처리하는 곳은 전국에서 경기도에 2곳뿐인데 1곳은 멸균분쇄, 다른 1곳은 소각한다. 대부분은 수집·운반되어 위탁처리되는데 재활용되는 태반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각된다. 2017년 기준, 전체 의료폐기물의 93%가 소각됐다.

 

20191월 기준, 의료폐기물 위탁처리업체는 경북 3(경주, 고령, 경산), 경기도 3(용인, 연천, 포천), 충남 2(천안, 논산), 충북(진천전남(장흥광주·부산·울산·경남(진주)에 각각 1곳씩 총 14곳이다. 시설현황 기준으로 전국 14곳 소각장이 일 600(시간당 25)을 소각할 수 있는데 경북 3(시간당 8.15)이 전체의 1/3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경북지역은 전국 의료폐기물 발생량의 4% 내외를 차지하는데 비해 전체의 30% 가량을 소각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타지역에서 경북으로 의료폐기물 쏠림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의료폐기물 장거리 이동, 이대로 괜찮은가

의료폐기물 소각장의 지역별 편중이 심하고, 발생지에서 다 처리할 수 없는 구조라 멀리 떨어진 처리시설까지 장거리 운반된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폐기물에 대한 장거리 이동을 제한해 감염과 전염 확산의 위험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소나무 재선충 등 동식물 전염병이 발생하면 외부반출을 통제하고 일정 거리 내에서 매몰 등을 통해 처리하는데 비해 의료폐기물은 그렇지 않다. 위해나 감염의 이유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의료폐기물이 지역 안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수백 킬로미터 운송되어 소각처리 되는 구조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의료폐기물의 장거리 이동은 국민 보건에 잠재적 위험 요인일 수밖에 없다. 이동거리가 길수록 사고 위험이나 전염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의료폐기물 운송차량의 사고에 대한 대비책도 미비한 실정이다. 특히 감염성 높은 폐기물의 경우, 한 번의 사고가 대형재난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지난 201319대 국회에서는 의료폐기물의 장거리 이동을 금지하고 권역별로 나눠 이동을 최소화하려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대표발의 홍영표 의원)됐으나,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깜깜이 운영에 용량 증설까지, 주민 고통 가중된다

의료폐기물 처리는 전적으로 민간업체의 소각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지금처럼 특정 지역의 희생을 담보로 의료폐기물을 소각하는 거 말고는 다른 대책이 없는 것인가. 최근 경주와 고령 등 경북의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들이 용량 증설을 강행해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경주 안강읍의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는 전국 14곳 중 소각용량이 가장 큰 시설이다. 시간당 1.5톤과 2.5톤의 소각로 2개로 일 96톤을 처리할 수 있는데, 120톤으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과 400미터 거리에 산업폐기물 소각장(100)이 건설되어 시험 가동 중인데 여기에 또다시 의료폐기물 소각장까지 증설한다니 주민들이 울분을 토하고 거세게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업체가 위치한 경주시 안강읍 두류공단은 1990년대 초반부터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이 밀집하기 시작했다. 악취·소음·분진 등 공해 피해가 극심해 민원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주민 중 암 환자가 늘어나는 등 피해가 계속되자 2012년 경주시는 이주단지를 조성해 두류리 주민 200여명을 집단이주시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페인트공장 화재, 폐가스통 폭발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질 않고 있는 곳이다. 메르스 사태 때는 의료폐기물 대량반입으로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의료폐기물 업체와 주민들 간에 오랫동안 쌓여온 불신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폐기물이 소각되는지, 다이옥신을 비롯한 유해물질들은 어떻게 배출 관리되고 있는지, 주민들의 정당한 요청에 업체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운영되는지 깜깜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은 없고 개별 업체와 주민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갈등만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늘어나는 의료폐기물, 환경정의에 부합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고령화 사회를 맞아 의료폐기물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더 많은 의료폐기물이 발생하니 소각시설을 더 많이 건설하고 용량을 늘리면 그만인가. 지금처럼 한 지역에 폐기물을 끌어모아 태우기만 하는 방법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가.

 

경주시 안강읍 처리시설을 비롯해 진행 중인 의료폐기물 소각장 용량증설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의료폐기물의 4%만 배출하는 경상북도에서 30% 이상을 소각하는 구조이다. 이런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고통전담이 고착되는 것은 환경정의에 어긋난다. 문제해결 없이 갈등만 촉발할 뿐이고, 우리 사회에 올바른 폐기물 정책이 뿌리내리는 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다.

 

주민과 소통 없이 용량증설을 강행하는 기존의 관행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모든 대책에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신뢰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처리되는 의료폐기물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시작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철저하고 엄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중장기적 의료폐기물 로드맵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번이 기회다. 늘어나는 의료폐기물을 비롯해 의성군의 쓰레기 산처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폐기물 문제의 현명한 대처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주민의 일방적인 희생에 기반한 잘못된 폐기물 소각 정책의 일대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순간이다.


2019326

 

경주환경운동연합 · 대구환경운동연합

 

 

 

 

 

[붙임자료]

 

1) 의료폐기물 처리방법 현황(단위: /, %) 출처: 환경부

구 분

2015년도

2016년도

2017년도

처리량

구성비

처리량

구성비

처리량

구성비

합 계

200,283

100

217,458

100

219,013

100

재 활 용

19

0.0

24

0.0

28

0.0

소 각

182,222

91.0

200,619

92.3

203,397

92.9

매 립

-

-

-

-

-

-

기 타*

18,042

9.0

16,815

7.7

15,588

7.1

* 멸균분쇄(자가)와 폐수처리시설 등으로 처리되는 경우. (기타 처리량+최종보관량)-전년도 이월량.

 

2) 의료폐기물 지역별 발생 현황(단위: /, %) 출처: 환경부

구 분

2015년도

2016년도

2017년도

발생량

구성비

발생량

구성비

발생량

구성비

합 계

200,283

100

217,458

100

219,013

100

서 울

54,306

27.1

60,430

27.8

53,152

24.3

부 산

14,974

7.5

16,579

7.6

18,180

8.3

대 구

9,051

4.5

9,916

4.6

10,447

4.8

인 천

8,149

4.1

8,500

3.9

9,550

4.4

광 주

6,359

3.2

6,835

3.1

7,614

3.5

대 전

6,793

3.4

7,344

3.4

7,602

3.5

울 산

3,868

1.9

4,104

1.9

4,418

2.0

세 종

214

0.1

261

0.1

280

0.1

경 기

34,734

17.3

38,403

17.7

39,365

18.0

강 원

4,031

2.0

4,515

2.1

5,079

2.3

충 북

4,341

2.2

4,882

2.2

5,172

2.4

충 남

5,413

2.7

6,631

3.0

6,800

3.1

전 북

7,833

3.9

7,203

3.3

9,143

4.2

전 남

6,657

3.3

7,104

3.3

7,437

3.4

경 북

8,079

4.0

8,960

4.1

9,100

4.2

경 남

24,247

12.1

24,440

11.2

23,882

10.9

제 주

1,233

0.6

1,351

0.6

1,792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