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이란 이름 석 자를 알게 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여고시절 일찍이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친구가 안동에 권 선생님과 전 선생님 만나러 갔다 왔어라며 위험한 인물의 이름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80년대 후반 경북 북부 지역에서 권 선생님, 권정생과 전 선생님 전우익은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주이며 스승이었다. 두 분의 인격은 비단 경북 북부라는 제한된 지역에 그칠 수 있는 품격이 아니었다. <몽실 언니>를 비롯해 <강아지 똥>, <오소리네 꽃밭>,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슬픈 나막신> 등 아이의 성장과 함께 그림책, 단편소설집과 장편을 읽으며 권정생 선생님의 문학세계를 폭넓게 접할 수 있었다.

 

<문화 공감> 6월 둘째 모임에서 읽은 <우리들의 하느님> 초판이 나왔을 때, 막 영세를 받고 신앙에 대해 고민하던 즈음이었다. 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하느님은 배타적인 유일신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 안에 존재하는 신성(神性)으로서의 하느님으로 느껴졌다.고민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아서 기뻤다.

 

이번 <문화 공감>은 권정생 선생님의 글을 분석하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읽지 않았다. 표제작 <우리들의 하느님>을 돌아가면서 낭독했고, 마무리로 <승용차를 버려야 파병도 안할 수 있다>는 꼭지를 함께 읽었다. 우리 몸이 하나의 소리관이라면 낭독은 눈으로 읽는 것과 달리 글자가 소리로 변환되어 몸에 파장을 일으킨다. 글자가 육화되는 느낌이었다.

 

<우리들의 하느님>은 종교적 삶에 국한된 글로 읽히지 않는다. 산업화 이전과 이후의 교회를 비교하면서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를 이야기했다. 교회에서 사람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사랑할 줄 알았는데, ‘사랑이 빠진 교회에 돈이 우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온 세계가 하느님의 교회라면 교리의 기본은 사랑이며 모든 생명에 대해 섬기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섬김의 기본은 내 몸을 낮추는 것이다. 공동체가 존속하는 데 기본 원칙 역시 낮은 데로 임하는태도가 아닐까.

 

<승용차를 버려야 파병도 안할 수 있다>는 석유 문제에서 시작해 이라크 파병과 폭력의 연쇄 그리고 승용차의 편리에 가려진 폭력성을 이야기하며 자발적 가난을 진지하게 생각하자고 한다.

 

책 한 권에 평화, 생태, 공동체, 역사, 사회 비판 등 무거운 주제가 담겼지만,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우리말맛을 살린 문체가 어렵지 않게 읽힌다. 권정생 선생님의 삶과 글은 닮았다.

 

서문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 ‘자연 살리기나 환경운동은 먼저 내가 지나친 과소비를 하고 있지 않는가를 생각해 볼일입니다.’, 은 환경운동 활동가로서 지금의 나를 향한 죽비 같았다. 권 정생 선생님의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수수하게 풀어내는 방식에 감동하며 다음 모임을 기약했다.


<문화 공감> 7월 모임 안내 합니다.

 

1. 시간 : 2015714일 화요일 저녁 7(*매월 2,4주 화요일로 변경되었습니다)


 #  만남의 기간이 너무 멀다고 생각한다면, 메르스 공포는 '그까이껏'쯤으로 치부하고, 마른 하늘에 '영화 번개'

    를 모임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내리쳐 주신다면 기꺼이 동참하여 번개 맞을 의지가 충만한 <문화공감> 입니다.


2. 장소 :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실 2


3. 주제도서 : 녹색평론 5-6월호 중 각자 이야기하고픈 주제

(자본주의는 스스로 무너지는 가/ 대한민국 쓰레기시멘트의 비밀/유전자조작 기술의 문제/소크라테스의 비판/자동차 보이지 않는 독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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