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저녁 7시 40분에 있었던 회원 영화 번개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보고  <한상오 회원>께서 밴드에 올려주신 후기 입니다.

회원님의 동의 하에 포스팅 합니다.  '감상'에 정답이 없습니다. 각자 보고 느낀 대로 영화에 반응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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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를 보고나서~~>  글. 한상오


(많이 깁니다. 쉽게 줄일 수가 없네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이 영화를 봤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게 된 독립영화라 영화감상 보다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영화를 봤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알게 된 동아리 직속 선배인 정수근 옹을 몇 년 만에 만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취미로 시작한 서예는 내 인생에 많은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낭만이 넘치는 대학까지 와서 먹과 벼루로 씨름 하고 선후배 서열이 엄격한 동아리에 계속하여 몸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입학 전 우연히 참석하게 된 모임에서 형님을 알게 되었고 대학에서는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었던 나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다시 붓을 잡고야 말았으며 그 때 그 인연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혹시 ‘환경연합’ 이란 단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4대 강에 20조원 넘게 투입 하신 MB 각하 덕분에 이 단체의 지역본부 운영진 및 회원들은 오늘도 분주히 우리 주변에서 부조리를 고발하고 사회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불철주야 뛰어다닌다. 대구환경연합의 사무처장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형님은 간간히 얼굴과 목소리를 잊을라 하면 브라운관과 라디오를 통해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주신다. 형님이 언론에 종종 노출된다는 말은 그 만큼 사회가 정상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반증 사례이다. 여담이지만, 나 역시 대구환경연합의 회원이다.      


영화를 보러 간다면 흔히들 전국망 체인을 갖고 있는 CGV, 롯데씨네마, 메가박스로 발길을 향할 것이다. 그런데 혹시 독립영화전용극장을 가본적이 있는가? 사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독립영화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극장을 가본 적은 없었다. ‘오오극장’이란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대구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자칭하는 ‘만경관’ 바로 곁에 ‘오오극장’이 있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곳에 영화관이 있는지 조차 알아채기 힘들 것이다.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해 언급을 하기 전에 사설이 너무 길었다. ‘대구환경연합’ 이란 단체를 언급하려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음을...

   

퇴근을 하면서 동료, 혹은 다른 모임의 사람을 만나면서 뭘 먹을지 항상 고민을 한다. 어제는 돼지고기를 먹었으니, 오늘은 닭고기를 먹자든지, 돼지와 닭 대신 포화지방이 풍부한 오리고기를 먹자고 하던지, 아니면 늘 먹는 육고기 대신 오늘은 해산물을 먹자고 하던지… 우리가 식사를 하거나, 행여나 술안주로 무언가를 시킬 때, 늘 고기를 먹는다. 솔직히 단 하루라도 육식을 하지 않으면, 단백질 부족이 밀려오는 것처럼 대다수가 호들갑을 떤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우리 먹거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돼지들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내가 어릴 적인데, 아마 최소 30년 전일 것이다. 그 당시 돼지고기 한 근에 2500원이었고 소고기 한 근에 5000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만 하더라도 고기반찬을 먹을 수 있는 날이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할머니랑 같이 장을 보러 가면서 푸주간에서 돼지고기를 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한가? 아침에도 고기, 점심에도 고기, 저녁엔 술안주로 고기… 한끼를 먹더라도 고기를 먹지 않는 날이 없다. 대중이 언제부터 이런 ‘호의호식’이란 단어에서 ‘식’을 즐겼을까? 예전 과거와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너무나 넘치는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의 밥상 위에 올라오는 고기들은 도대체 어떠한 과정을 거처서 우리의 입안으로 오는지 한 번 생각을 해봤는가?


이 영화와 비슷한 영상물을 나도 본적이 있다. 그래서 그리 특별하거나 낯설진 않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함께 본 대구환경연합의 멤버들과 간단히 막걸리 잔을 들면서 영화감상후기에 대해 잠시 논하기도 했다. 그 때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고 각 자 보는 관점에 따라 엄마의 시각에서 때론 사회과학을 공부한 경제학도의 입장에서 등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었다.


지금도 종편에서 ‘먹거리 X파일’이라는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지 모르지만, 한참 유행을 하던 1, 2년 전만 하더라도 특정 음식이 고발될 때마다, 전국에서 그 음식을 파는 곳에서 상당한 매출 타격을 입었고 심지어 폐업에 이른 식당들도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냉면에 관한 방송분을 보고 나서 식당에서 냉면을 먹는 횟수가 급감하였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거다 라는 볼멘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감독처럼 더 이상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을 고집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고 나처럼 그 중간에서 타협을 보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는 전체 먹거리라는 백분율 중에서 단지 5-10% 정도에 대해서만 고발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닭고기 특집을 다룬다면, 소고기 특집을 다룬다면, 오리고기 특집을 다룬다면, 이 영화를 보고 채색주의자로 전환을 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모든 농산물은 그렇다면 안전한 것일까 라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발육촉진제와 항생제 덩어리로 구성된 단백질을 식단에서 몰아내고 채식주의를 실천했는데, 어느 날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모든 야채와 채소들은 모두 안전한가 라는 의문이 유발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껏 잡식을 하다가, 이 영화를 보고 채식주의자로 변신 하는 것은 너무나 얄팍한 내공을 가졌음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처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된다. 그만큼 공급이 있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수요가 도처에 널려 있다는 말이다. 과거에 비해 풍부해진 식량자원으로 인해 국민의 평균체중과 키가 급진적으로 향상되었다.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다양한 성인병이 도래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육식을 금하고 채식만 한다고 해서 개인의 생활이 갑자기 윤택해 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그것이 전 사회에 정착되기 까지는 최소 한 세대 이상이 걸린다. 대신 이런 영화를 통해 우리가 지금껏 간과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다시금 인식시켜 주었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궤적을 그리면서 온 방향이 맞게 왔는지 혹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제대로 맞는지에 대해 점검할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께 이 영화를 봤는데, 다음날 아침에 계란 후라이를 2개 먹었고 제육볶음으로 점심을 먹었다. 혼자서만 생활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영화를 보지 않았을 때와 식단에는 별반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조금씩 육식의 양을 줄일 것이며, 간을 너무 혹사시키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체내에 일정부분 이상의 단백질이 유입되면 간은 이를 분해하기 위해 심 없이 일을 해야 한다. 거기에 코가 삐뚫어 질 정도로 알코올 섭취를 한다면 간은 ‘허벌나게 거시기’ 할 정도로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해야 한다. 또한 다음날에 숙취를 해소한다고 아침부터 공복에 유산소운동까지 하게 되면 우리의 간은 너무나 혹사당하며 '우루사'를 주머니에 차고 다닐지도 모른다.


결론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감이 없지 않으나, 육식을 추종하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영화였던 걸로 기억하고 싶다.


P.S : 오늘 점심부터 닭백숙에 오리고기를 먹으면서 낮술을 해야 하는데… 참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