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용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의 첫인상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도 전에 축사냄새에 묻혔다. 일명 똥냄새.  예전 할머니댁 옆집에서 나는 소 냄새와 똑같았다.


점심시간 전에 우리 가족은 설거지 당번을 정했다. 이 설거지당번제도는 억울하게도 첫 날 내 담당이었을 때만 지켜졌다. 나머지날에는 각자 접시를 씻었다. 제일 간단하지만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 설거지는 가장 좋은 체험이었던 것 같다. 마을의 설거지는 싱크대를 네 구역으로 나누어 물과 세제를 낭비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아주 아주 드물게,  집에서 하는 나의 설거지와는 딴판이었다. 친환경이 뭐 거창해야 하나? 사실, 이 캠프에 참가하면서 무더위에 참패한 나는 소장님의 말씀을 제대로 들은게 없는 불량학생이었다. 이리저리 시원한 곳을 찾아 놀면서 한 거라곤 밥먹는것. 열심히 내 접시를 씻으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마을탐방. 넋을 놓고 따라다니다가 소나무 그늘로 들어와서 정신이 맑아졌을 때 들은 내용이 생각난다. 앞으로 몇십년 후면 지구 온난화로 이 소나무들이 사라질겁니다.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사회 수행평가 때 지구온난화 문제가 나온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문제를 깔끔하게 틀렸다. 지구 더운게 뭐라고! 나의 점수를! 이놈의 쓸모없는 온난화가 나의 점수를! 소나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놈의 교과서에 나오는 지구온난화 따위가 아니었다.  멀고 먼 역사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바로 코앞에 닥쳐있었다.

독일의 원자력 포기에 대한 동영상을 봤다. 앗, 우리 사회쌤이 에너지 절약하라고 보여준거다. 수업시간 간다고 좋아하면서 보던것과는 다른 느낌. 거짓말 안하고 소름이 돋았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 포기했다. 우리는 그 때쯤 살아있을거다. 방사능에 절어 죽기는 싫다. 차라리 덜 쓰고 말지.


 아이들은 밀랍초 만들러 나갑시다. 아악,안돼요. 이 땡볕에. 밀랍초 만들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더웠다. 녹아서 담겨있는 밀랍과 한몸이 되어 흐물흐물. 점점 더 초가 똥똥해지니 다리는 아픈데 경쟁심이 붙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초는 내 방 책상에 잘 놓여져 있다. 동생과 함께 가스레인지 불을 옮겨 켜 보았다. 캠프 밤에 붙였던 것 보다는 덜 예뻤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즐거운게 장땡이라 생각한다. 땡볕에서 준비한다고 선생님과 봉사한 아이들이 제일 고생했다. 고마워요.


숙소에 들어올 때 부터 주목을 받던 자전거가 드디어 자기 일을 시작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가 하나도 안들리고 화면도 가려서 결국 마지막 엔딩만 감상했다. 엔딩으로도 분노하기에 충분했다. 남자애들이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나름대로 순서와 전략을 정해 자전거를 돌리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천문대에서 별을 봤다. 나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자리가 그렇게 큰 줄 몰랐다. 달이 환하게 밝았다.


밤이 왔다. 이대로 자기에는 아까워 하다가 동생들과 함께 새벽까지 소음공해를 일으키며 나름대로 재미있게 놀았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잠 못드는 밤. 본의 아니게 소음공해 피해를 입은 분들의 잠 못드는 밤. 즐겁게 놀았다. 아이엠 그라운드!

이렇게 잠을 안자다가 일곱시에 일어나 마을청소는 제대로 하는게 기적이었다. 정신과 몸이 분리되었다.줍긴 줍는데 뭘 줍는지도 모르고 아침 산책을 하고 왔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게 무슨 봉사야! 돌아오는 길에는 봉투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채워져 있어 다행이었다.

해수욕장을 갔다가 헤어질 때는 많이 아쉬웠다. 에너지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지만 가장 재미있게 놀았던 캠프로도 기억이 남을 것 같다.


책상머리에 앉아 위험하다 해 봤자 돌아서면 다 잊어버린다. 직접 겪으면서 배우는 등용마을에서 일박 이일은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