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밝히지 않는 사과,

한나라당은 사실을 밝히고 실질적인 정치부패 청산 대책을 제시하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국민 기자회견에 대한 환경운동연합 입장 -

○ 오늘  (  30일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대선 당시 SK 비자금 100억원이 한나라당으로 유입된 것과 관련하여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공식 입장을 밝힌다.

○ 먼저, 환경운동연합은 이회창 전 총재의 알맹이 없는 대국민 사과에 국민 된 입장에서 더욱 참담한 심정이라는 것을 밝힌다. 기자 회견문 전문을 살펴보았을 때 이회창 전 총재가 국민 앞에 사과한 것인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지난 대선에서 낙선한 것이 국민에게 죄송한 것인지? 혹은 대선 이후 비자금 사건으로 공당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한나라당의 상황이 죄송한 것인지?,  한나라당이 거액의 기업비자금을 챙긴 것이 대선 승리라는 정당 목표를 위해 활동한 것이기에 사회법으로 죄가 있어도 정당차원에서는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인지?, 혹은 자신은 학처럼 깨끗하였으나 진흙탕은 정치판이 이회창 전 총재를 물들였다는 것이 죄송한지, 이회창 전 총재의 대국민 사과는 그야말로 모호함으로 가득 차 있다. 대법관 경력을 가진 이회창 전 총재가 무엇 때문에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해야 하는 처지에 섰는지 도무지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우리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한나라당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지적하고자 한다. 잘못된 정치풍토를 바로 잡고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위선과 모호함으로 가득찬 정치선언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

○ 먼저, 정치자금 내역의 거짓없는 공개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 전반이 투명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유독 정치권만이 특수성을 무기로 정치자금의 투명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와 한나라당은 위선적인 사과가 아니라 즉각적으로 전체 정치자금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둘째, 이번 사태는 일선에서 후퇴한 노회한 정치인 차원이 아니라 한나라당 차원의 문제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그간 유독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 조성이 문제화되고 있다. 이는 수십년간의 집권세력 경험을 통한 불법자금 조성이 생활화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를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셋째, 한나라당은 이번 정치비자금 사건을 정치공방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자기성찰과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조사와 자기성찰을 하기도 전에 공격수부터 배치하여 또 다시 정치공방을 준비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국민들의 정치냉소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치공세로 상황을 모면하고 남 탓을 하기 전에 자기성찰과 반성의 모습부터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넷째, 분명한 정치개혁의 비전을 제시하라. 이제 국민은 정치에 등을 돌리고 있다.  몇백만원을 갚지 못해 삶을 마감하는 국민과 수만원의 임금인상 투쟁속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노동자와 농민앞에서, 정치권의 수백억원 정치비자금 논쟁은 구역질나는 일이다. 이미 정치개혁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정치개혁의 방법과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였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역시 연말까지 정치개혁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제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일이다. 연말까지 정치관계법과 정치자금법의 개정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비전을 국민앞에 제시하라. 그것이 바로 한나라당이 국민 앞에 허위적 사과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 마지막으로 우리 속담에 '정수리에 부은 물이 발뒤꿈치까지 흐른다'고 하였다. 또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하였다. 윗사람이 한 일은 무슨 일이나 아랫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이번 사태를 저지른 것은 하급 당직자가 아니다. 엄정한 조사를 하여 잘못이 있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정당과 정치인은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이회창 전 총재의 사과는 그것을 외면하고 있다. 설사 한나라당을 위해 열심히 한 일이라 해도 사회적으로 잘못된 방법과 절차였다면, 사회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정당에 앞서 사회적인 법과 정의가 우선이다. 이회창 전 총재와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의 존재이유가 국민과 사회를 위한 것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끝>


2003년 10월 30일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