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환경운동연합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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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총 2매)



갓바위 망치는 케이블카 망령, 썩 물렀거라 

                    - 역사·종교·문화·환경적 가치 훼손하는 케이블카 건설 절대 용납 안 돼

                    - 대구시, 애물단지 구름다리 말고 시민과 함께 팔공산의 미래 그려나가길

 

팔공산이 동네북 신세이다. 시민사회의 숱한 문제제기와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대구시가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을 강행하니 이 때다싶은 속셈인지 케케묵은 갓바위 케이블카 망령이 되살아났다. 기도와 수행의 천오백년 불교성지 갓바위가 어찌 그리도 만만하고 우습게 보이는가. 잊힐만하면 고개를 드는 토건 망령 앞에 오 마이 갓! 갓바위!’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1980년대부터 4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틈만 나면 지치지도 않고 케이블카 타령이다. 구름다리가 그랬던 것처럼 지역경제 활성화관광객 유치라는 허울 좋은 명목이 케이블카 건설에도 장단을 맞춘다. 과연 팔공산에 구름다리가 없어서, 갓바위에 케이블카가 없어서 지역경제가 침체하고 관광 활성화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건가. 구름다리 하나 뚝딱, 케이블카 하나 뚝딱 짓고 나면 문전성시를 이룰 거라고 기대심리를 부풀리고 조장하는 세력은 도대체 누구인가.

 

이번에 추진하는 관봉 서편 케이블카 사업은 대구 동구 진인동 일대 갓바위집단시설지구에서부터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관봉 서편까지 길이 1.2킬로미터의 케이블카를 건설하고 상부승강장, 데크, 접근로 등을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익히 알다시피 850미터 관봉 꼭대기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보물 제431호인 관봉석조여래좌상, 일명 갓바위가 있다. 갓바위로부터 케이블카 승강장 예정지까지는 불과 200여미터 지척이다.

 

민간사업자는 케이블카를 짓기 위해 기어코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형상변경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 경계로부터 통상 500미터 정도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정해놓는데 그 이내에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형상변경 신청했던 케이블카 사업은 역사문화경관 훼손을 이유로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별반 달리진 거 없이 사업자만 바뀌어 추진되는 케이블카 사업에 문화재청이 손을 들어줄리 만무하다.

 

갓바위의 역사·종교·문화·환경적 가치들은 도무지 그 근거도 알 길 없는 막연하고 불투명한 경제성과 비교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케이블카 건설로 문화재·환경·자연경관·생태계 훼손과 수행환경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럴싸한 청사진으로 아무리 포장해도 결국은 숭고한 갓바위의 가치를 해하고 팔공산 지형을 훼손할 게 뻔한 토건사업이긴 매한가지다. 성스러운 불교성지를 무분별하게 관광지화하고 상품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온하고 자칫 불교계에 모욕적인 처사일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연간 500만명 이상의 기도객과 등산객이 찾는다는 갓바위 정상은 더 이상 가용할 수 있는 면적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공간이다. 근처에 케이블카가 생겨 협소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유입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안전에 대한 부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뿐만 아니라 팔공산은 대구시, 경산시, 군위군, 영천시, 칠곡군에 걸쳐 있다. 대구 동구에서 갓바위 케이블카를 추진하면 다른 지자체는 가만있겠는가. 경쟁적 난개발과 지역 갈등을 초래할 뿐이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잃을 것은 명백하고 얻을 것은 없기 때문에 갓바위 케이블카 사업은 매번 슬그머니 뒤꽁무니를 빼곤 했다. 그런데도 또다시 밑도 끝도 없이 케이블카 망령이 나타나 갓바위를 망치려 한다. 애물단지가 되더라도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 없이 강행되는 팔공산 구름다리에 이어 지리멸렬한 갓바위 케이블카 논란까지, 참으로 팔공산에 바람 잘 날 없다. 이게 팔공산을 대하는 대구의 참담한 현주소이다.

 

구름다리에 케이블카에 모노레일에 여기저기서 개발 광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팔공산 풍경이 정녕 우리가 바라는 팔공산의 미래일까. 영문 ‘DAEGU’ 위에 초록색 삼각형 3개가 겹쳐진 채 놓여 있는 대구시 심벌마크가 있다. 대구를 감싸안고 있는 팔공산을 형상화 한 것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산으로서 팔공산의 위상을 담은 로고가 무색할 지경이다.

 

민간사업자는 택도 없는 갓바위 케이블카 사업으로 소모적인 논쟁 일으키지 말고 손 떼시라. 대구시는 해결되지 않는 의혹과 책임질 수도 없는 구름다리에 혈세낭비 마시라. 구름다리를 내려놓고 케이블카를 내려놓고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과연 팔공산은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이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남아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묻고 답을 구해나가며 팔공산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대구시의 모습을 기대하는 바이다.

 


2019910


대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