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구멍에서 추진하는 대운하 계획, 당당하게 폐기하라 -

대운하에 대한 침묵의 실체가 드러났다.

한나라당 공약에서 제외된 한반도 대운하,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 단 한 줄 밖에 들어가 있지 않은 대운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하겠다는 청와대의 침묵 뒤에 숨겨진 추악한 음모가 밝혀졌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행정절차와 법들을 무시한 초헌법적인 내용들로 가득 찬 대운하 추진계획이 국토해양부 내부 문건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런 계획은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담당부처의 사전조율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지난 27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국토해양부 건설수자원정책실 주요업무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대운하추진을 위한 특별법 및 일반법령 정비 시나리오를 작성해놓았으며, 건설업체의 지원방안, 운하반대 논리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가 지원단 구성, 한반도 대운하 추진기획단 구성 등을 세밀하게 계획하였고,  ’09년 4월이라는 착공일자까지 정해 놓았다. 특히 민간제안사업의 경우 제안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적격성심사 기간을 통상 6개월에서 2개월 내에 하도록 단축하였다. 또한 계획이 마련되기 이전에 사전환경성 검토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립해 놓았다. 그뿐이 아니다. 민자 사업 협상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정부가 재무성 분석을 사전에 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민간 기업이 부족한 사업 제안서를 제출할 것을 우려하여 정부가 지원할 내용들까지 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을 뽑은 것인지 건설업체 사장을 뽑아 놓은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운하건설 사업이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추진되지 않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로  진행되면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착공조차 힘들다는 것을 이 자료는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국토해양부는 운하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편법을 동원하고, 기업들에게 각종 특혜를 줄 계획이다. 법질서 확립한다던 대통령 밑에 법질서 어지럽히는 부처 있는 셈이다. 이는 의회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 전통에 도전하는 것으로,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3월 27일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대운하계획을 1~2달 만에 보완해서 국민에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1~2달 만에 수정할 만큼 공식계획안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아닌가. 찬성 측의 주장을 따르더라도 한반도 대운하 건설비용은 최소 16조원이 넘는 대규모 토목사업이다. 대형국책사업의 내용을 1~2달 만에 수정한다는 것은 이미 완성된 계획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고 1~2달 만에 보완본이 나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치원생들이 단체로 만든 대형판화가 아니라면 말이다. 결론적으로 한나라당은 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며, 서로 협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총선을 앞두고 운하에 대한 거센 반대 의견을 의식한 듯, 겉으로는 “안할 수도 있다”며 운하 계획에 대해 아는 바 없는 듯 말하면서, 뒷구멍으로 운하 건설을 추진해 온 것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엄청난 사기극을 자행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현재까지 준비된 운하계획과 수립과정에 대해 명백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운하를 통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생각이 없다면, 운하 계획을 즉각 백지화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듯, 공약을 공약이라 부르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계획이 아니다. 얼마나 부실하면 국민 앞에 내 놓지도 못하는가? 국민 앞에 내 높지 못할 사업이라면 지금 당장 백지화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다.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은 총선기간동안 18대 국회의원에 출마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대운하 사업의 찬반의견을 물을 것이며,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대운하특별법(가칭)과 운하건설관련 법의 제․개정을 저지할 것을 다짐하는 서약서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운하 계획을 국민들과 함께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2008년  3월  28일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