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자료]

화원동산 하식애를 보존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이유

화원동산 하식애 앞 탐방로 공사 즉각 중단하라!



낙동강 화원동산 하식애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와 삵의 서식처가 공식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대구 달성군은 화원동산 하식애 앞 탐방로 공사를 여전히 강행하고 있다. 정말 생태적 문화적 몰개념의 대구 달성군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계명대 김종원 교수가 하원동산 하식애의 생태적 문화사적 가치를 일어주는 귀한 분석 보고서를 보내주셨다.


보고서를 보면 화원동산 하식애가 왜 그토록 독특한 생명들이 살아왔는지를 잘 알게 된다. 한 마디로 화원동산 하식애는 결코 건드려서는 안되는 너무나도 귀중한 생태적 보고이자 자산이란 것이다.


대구 달성군이 생태적 무지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관광용 탐방로 공사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이 문제의 관광사업을 재검토하기를 촉구하는 뜻에서 이 귀한 보고서를 공개해본다.


참고로 김종원 교수는 경북대학교 생물학과에서 공부하였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료하고 현재는 계명대학교 생명과학과에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하천생태학 그리고 낙동강>(2009, 계명대출판부), <우포늪의 식물군락>(2011, 계명대출판부), <한국식물생태보감1>(2013, 자연과생태), <한국식물생태보감2>(2016, 자연과생태)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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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동산 하식애 앞으로 대구 달성군이 관광용 탐방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화원 하식애를 보존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이유


김종원 교수(계명대 생명과학 전공, 한국전통생태학연구회)


1. 극단적으로 취약한 은밀한 수직 서식처


화원동산의 북벽 하식애는 낙동강과 금호강과 대명천이 합류하는 두물머리, 세물머리에 위치하는 직벽(直壁)에 가까운 독특한 지형으로 쉬이 다가설 수 없는 야생 생물의 서식처이다. 북벽(北壁) 하식애는 인간의 시간 스케일을 초월하는 중생대-신생대 초기 이후 장구한 세월동안 지금껏 인간 접근이 전혀 없었던 곳이다. 실제로 사람이 접근하기에 매우 위험한 벼랑이다. 그래서 민통선 내 DMZ보다 훨씬 더한 수준의 은밀하게 격리되었던 야생동물의 서식 공간이었다. 이런 외딴 공간은 그 지역의 자생 식생자원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동물사회를 지탱한 극히 귀중한 서식처로 평가된다.


보전생물학에서는 가장자리효과(영향)에 의한 건전했던 야생생물 서식처의 축소 또는 유실을 생물다양성 위협의 중대한 생태과정으로 규정한다. 예를 들면 국립공원의 자연림 지역을 관통하는 신설 도로 개설이 그런 자연림이란 서식처를 두 동강 파편화하게 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가장자리효과에 의해서 그곳에 살던 야생생물의 서식 기회는 크게 위협받는다. 학술적으로 100% 온전했던 서식처가 그런 관통 도로가 생기게 되면 야생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은 약 64%로 감소한다. 본래 서식처 면적이 조각(파편)으로 나누어지면서 작은 크기의 서식처로 동강나기(파편화, 조각화) 때문이다. 그 속에 살던 야생동물이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그 만큼 감소한다. 서식처 안쪽에 안온하게 숨어 있을 곳이 가장자리에 가까워짐으로써 그만큼 불안에 떠는 위협적인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역생태적 현상이 가장자리효과 가운데 하나이다. 그 속에 살아야 하는 야생동물은 ‘스트레스’를 크게 받게 되고, 결국 생식능력의 감퇴와 같은 번식이나 서식 자체를 위협받게 되고, 점점 그곳을 떠나고 만다. 스트레스는 생태학적으로 생물체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가장 나쁜 요소이다.


그런데 화원 하식애는 그런 국립공원의 숲처럼 일반적인 ‘평면 서식처’가 아니라, 직벽의 ‘수직 서식처’이다. 한쪽 방향에서 서식처 전체가 노출되어 있는 구조이고 형상이다. 따라서 수직 서식처는 한쪽 방향으로만 경계하면 되는 특성 때문에 많은 야생동물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 이런 수직 서식처의 보존은 직벽 바로 앞쪽의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화원동산의 하식애가 서대구 달성습지 일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서식처(keystone habitat, 지역 일대 생물다양성을 지탱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서식처)로 기여해 왔던 까닭이다,


이런 맥락에서 화원동산 하식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 탐방로를 개설하는 작금의 개발은 최악의 생태계 파괴행위이다. 그런 탐방로가 최대 스트레스 위협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수직 서식처의 대부분은 아마도 90% 이상은 통행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민감한 공간이 되고 만다. 한마디로 은밀하고 안전하고 안온했던 안방이 다 들여다보이는 형국으로 그곳에 살던 야생동물은 숨을 곳을 잃고 쫓겨나고 만다. 현재 건설 중인 화원 탐방로의 노선이나 위치는 가까스로 남아 있는 대구의 최후 원시 자연지역에 대한 포기를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화원 하식애는 한 시대의 자연유산이 아니며, 이때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대대로 남겨 물려주어야 하는 마지막 유산이다. 한 시대에 어떤 개인도 한 지자체도 그런 하식애를 소유할 수 없으며, 그런 탐방로를 개설하여 야생동물의 원시 서식처를 빼앗을 권리도 없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탐방로는 화원 하식애 직벽을 거점으로 하는 수많은 야생동물의 삶을 빼앗는 보전생물학적 초도살(superkilling)이고 생태 테러(eco-terror)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에게 노출된 적이 없고, 지형적으로 험준한 조건 때문에 인간의 간섭으로부터 격리되어 왔던 벼랑(직벽), 그것도 고식생 자원(뒤 이은 아래 두 번째 항목 참조)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화원 하식애 같은 곳은 지역 거점의 자랑스러운 “비오톱(biotope) 또는 에코톱(ecotope)”으로 보존해야만 한다. 하식애 직벽에 대한 어떤 정밀 생태계 조사 한번 없이, 그런 탐방로의 구상과 설계와 집행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가장 비이성적이고 반이성적이며, 무식하고, 부끄러운 행위라는 지탄을 두고두고 받는 흑역사가 될 것이다. 대구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스토리텔링이 풍부한 화원 하식애를 최고 수준의 자연사 교육 기회처로 물려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각적인 원상회복이 요구된다.


2. 국가 식물자원의 보존창고로서 하원동산 하식애 북벽의 ‘크립틱 사이트’에 발달한 모감주나무군락


화원동산 하식애에는 대구광역시 권역 내에서 가장 자연성이 높은 자연식생(식물군락과 식물종)이 잔존한다. 현지답사를 통해서 확인된 출현 식물은 모감주나무(산림청 취약종-보존등급), 쉬나무, 팽나무, 참느릅나무, 참산부추 등이었다. 이들 식물은 인간에 의해 길러진 식물종자원이 아니다. 국가유전자 자원 관리측면에서 저절로 자생하는 매우 중요한 현지내(in-situ) 야생 유전자 자원인 것이다. 보존의 우선순위로 따져 본다면, 아프리카 현지내 야생 코끼리와 동물원의 코끼리를 비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화원 하식애와 같은 서식처의 자생 식물종 자원에 대한 보존이 중차대한 국가적 의무가 되는 배경이다.


국가의 종자원 보존의 성취는 ‘자생 서식처’ 즉 오리지널 서식처를 보존하는 것으로 달성한다. 화원 하식애에서 그런 고유 식물종들이 자생하는 것은 서식처로서 환경조건의 특이성에서 비롯한다. 화원 하식애는 일반적인 보통의 서식처와 전혀 다른 생물서식 공간이다. 이른바 지구사적 독특한 생물 서식처인 “숨은 생태계, 숨은 서식처, 숨은 입지” 등의 의미를 갖는 ‘크립틱 사이트’(cryptic site)이다. 생물 서식처로서 “은밀하게 감춰져 있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건조와 척박(빈영양)과 계절적 급변환경 따위로 보통의 산지 삼림 식물이 살기에는 부적합한 특이한 생육조건이다. 지구상에서 이런 크립틱 사이트는 애당초 흔한 입지(토지)가 아니다. 공간적으로 그 면적이 늘 제한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모감주나무와 모감주나무군락은 지구사적으로 처음부터 그런 희귀 서식처에 자리 잡고 살아남은 ‘유존식생’(relic vegetation 또는 relict vegetation) 자원이다. 그래서 희귀하고 아주 귀중한 식생 자원인 것이다. 한반도 고식생사(古植生史)를 바탕으로 신생대 제3기 마이오세(약 2,500만 년 전-510만 년 전)의 수목종 다양성으로부터 모감주나무의 자생 분포를 짐짓 부정할 근거는 전혀 없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 대구 동구 도동의 측백(나무)수림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자연유산이 발견되면 국제사회는 ‘천연기념물’로 신속히 지정한다. 지역의 상징적 깃대종(flagship species), 깃대경관 또는 깃대생태계로 지정하여 최우선으로 보존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국내외 알려진 모감주나무 또는 모감주나무군락의 대부분은 그 생성기원이 ‘인공적(artificial)’으로 식재한 것에서 비롯한다. 비록 인공 식재로부터 기원할지라도 지역의 전통문화와 어우러진다면 이 또한 귀중한 식생자원이 된다. 천연기념물 제138호의 태안 안면도의 모감주나무군락이 그 대표적 사례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하원동산 하식애 북벽의 모감주나무군락은 크립틱 사이트에 잔존하는 유일무이한 ‘자연적(natural)’ 기원의 현지내 식물사회로서 그 가치는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 시점까지도 공식적으로 정밀 식생조사 한번 성취된 바 없었고, 작금에는 코앞에 탐방로가 개설되고 있다. 게다가 그런 크립틱 사이트의 독특한 서식 환경조건을 질적으로 크게 훼손하고 근본적으로 변질시켜버릴 수 있는 외부토양 반입(영양분 덩어리의 토양을 덧댄 뿌리돌림 한 각종 꽃나무 도입)이 이미 2016년경(확인 필요)에 자행되고 말았다. 참으로 무지막지한 반이성 비이성이다. 조속한 원상회복이 강력하게 요구된다. 모감주나무는 서양의 주요 도시 공원에 심겨질 정도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값비싼 조경수종이다. 우리는 그 야생의 오리지널 유전자를 화원 하식애에 간직하고 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우리의 자연사와 문화사를 계승하자. .



낙동강과 화원동산 막개발 반대하는 대구시민사회단체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평화통일시민연대,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경실련, 인권운동연대, 장애인지역공동체, 대구여성회, 우리복지시민연합, 대구여성의전화, 전교조 대구지부, 대구참여연대, 녹색당 대구시당,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 교수노조 대경지부, 정의당 대구시당, 대구북구여성회)


문의 : 010-2802-0776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