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날 기념 성명서]

 

기후 위기 시대 낙동강최저수위에도 물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

 

4월 22일 지구의 날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건이 하나 있다낙동강 페놀 2차 유출 사건이다. 1991년 3월 14이미 한 차례 페놀 유출을 한 바 있던 두산전자가 하필이면 지구의 날인 4월 22또다시 2톤의 페놀 원액을 낙동강에 유출하는 사고를 저지른 것이다.

 

1차 유출로 사건 관계자들이 구속되고 공무원 징계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두산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음에도 정작 범죄기업인 두산전자는 조업정지 처분을 받은 지 20여일만에 공장 가동을 다시 시작했다환경보다 경제를 우선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이 조업 재개를 허가해준 탓이다범죄기업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결과는 오늘의 우리에게 수돗물 불신이라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올해로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가 일어난 지 30년이 되었다낙동강에는 수많은 산단이 있고 페놀 사건과 같은 일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숱한 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몸살을 앓았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국제 댐 규모에 맞먹는 크기의 콘크리트 구조물 8개가 건설되기도 했다낙동강을 강이 아닌 호수로 만들어 버린 희대의 만행이다이는 가히 낙동강의 죽음이라 할만하다.

 

이뿐만 아니다. 2009년 7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진행된 4대강 공사 당시 이명박 정부는물 높이가 가장 낮을 때(최저 수위)에도 물을 끌어 쓸 수 있는 높이에 취양수구를 만들어야 함에도 예산을 낭비해가면서 취양수구 위치를 높여버렸다항상 강 수위를 높게(관리수위유지해야 낙동강 물을 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4대강 살리기가 아닌 ‘4대강 죽이기’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의 욕심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쳐 10년간 낙동강 전역에 녹조로 피어났다녹조는 비알콜성 간질환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맹독성 물질이다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팀의 논문에 그 증거가 있다.

 

녹조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문재인 정부는 보 개방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2017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4대강 보를 개방하여 변화를 조사했다금강 세종보(1,072)와 공주보(962)의 완전 개방 일수는 평균 1,000일인데 비해 낙동강 구미보와 달성보의 완전 개방 일수는 단 7일에 그쳤다.

 

보 개방 폭이 크고 개방 일수가 많았던 금강과 영산강은 녹조가 95% 이상 감소하고 멸종위기종이 돌아온 반면 낙동강은 개방하는 시늉만 했으므로 그 어떤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것만 보더라도 녹조를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은 취양수구 위치를 낮추고 강을 흐르게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지만 콘크리트보다 단단한 정치 논리에 갇힌 낙동강은 흐르지 못하고 있다.

 

작년 여름 50여일간 이어졌던 장마 때 이명박이 몸담았던 한나라당의 후신인 국민의 힘은 4대강 사업 당시 강바닥을 파낸 덕으로 홍수피해가 줄었다고 큰 소리로 떠들었다그러나 환경부 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한토목학회에 의뢰하여 진행한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능력 실증평가에 4대강 보는 홍수 발생 시기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이로 인해 오히려 홍수위가 상승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이명박 정부가 주장했던 4대강 사업의 주요 목표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이제 더 보를 유지할 이유가 무엇인가?

 

기후 위기는 홍수와 가뭄이 뒤따른다보로 인한 홍수와 녹조는 1,300만 영남인들을 위험으로 몰고 있다낙동강 주변에서 농사를 짓는 일부 농민과 농민단체는 낙동강 보가 있어서 가뭄에도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4대강 건설 당시 높였던 취양수구 위치를 그대로 둔 채로 가뭄을 맞이해 수위가 낮아지면 그때 그들은 어떻게 물을 끌어 올릴 셈인가그때서야 시설개선을 요구할 것인가공사에 필요한 예산은 언제 배정받고 공사 기간 물 이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낙동강 보를 유지한다고 해도 가뭄 시기 농업용수는 공급은 확실치 않다오히려 자신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취양수구 시설개선이 유일한 대안이므로 4대강 건설 당시 높였던 취양수구 위치를 가장 낮은 수위에 맞춰 다시 공사를 해야 한다그래야 진짜 가뭄이 왔을 때도 걱정 없이 물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의 지자체와 일부 농민단체들은 이제라도 취·양수구 시설개선에 나서야 한다그것이 스스로를 지키고 기후 위기로부터 지역민을 지키는 길이다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조금만 돌아보면 진리는 가까이에 있다올해 지구의날 주제는 ‘RESTORE OUR EARTH’, ‘지구를 복원하자'이다기후 위기 시대를 대비한 취·양수 시설개선과 아울러 뭇 생명의 삶터낙동강 자연성 회복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21년 4월 22

 

대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