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미래에서 보내온 핵폐기물 청구서, 국민 모두가 지불해야 합니다.”

  흔히 원자력발전소를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핵발전소입니다.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가 핵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핵의 위험성을 원자력이란 말로 가려서는 안 됩니다. 핵무기와 핵폭탄이 위험한 것처럼 핵발전소도 어마한 잠재적 위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대기오염이 없다며 친환경 에너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핵발전의 연료가 되는 우라늄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물이 사용되고 오염이 발생합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핵발전 후 나오는 핵연료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방사선을 내뿜는 고준위핵폐기물이 인간에게 안전한 상태가 되려면 10만 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정말 중요하고 알아야 할 이 문제에 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매일 전기를 사용합니다. 대도시의 길거리는 밤까지 밝혀져 있습니다.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은 동해안을 따라 들어서 있어 대구와 매우 가까이 있고, 지금도 그곳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정책 재공론화”가 있었습니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입니다. 2016년에 의견수렴이 있었으나 그 과정에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번 정부에서 다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재공론화’입니다. 그러나 시민참여단 549명이 참여한 재공론화는 의견 수렴이 진행 중인 줄도 모르는 국민이 더 많은 가운데 조용히 끝이 났습니다. ‘맥스터’ 라고 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을 경주 월성 핵발전소 부지에 추가 건설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는데 결국 ‘맥스터’ 증설이 결정되었습니다. 

  월성 핵발전소 2~4호기는 핵폐기물이 경수로형보다 4배 많이 나오는 중수로형입니다. 처리할 수 없는 쓰레기를 만드는 노후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는 게 맞는가를 따져보고 충분한 논의가 되어야 하는데, 핵폐기물이 포화상태라는 전제 하에 ‘맥스터’ 를 당장 짓지 않으면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만 앞세우면서 건설 쪽으로 성급하게 진행되어 버렸습니다.

  우리가 공론화라는 이름만 달고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히 내린 결정은 핵폐기물 청구서가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핵발전은 우리가 불안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는 아직도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으며, 찾는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핵폐기물은 발전소가 들어선 일부 지역 주민의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짊어지고 있는 위험입니다.

2020년 10월 28일

핵없는세상을위한대구시민행동, 부산에너지정의행동
<대한민국 방방곡곡 가져가라 핵폐기물> 캠페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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