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측 대표 대구시는 중립인사 운운하지 말라

대구시는 환경 파괴, 예산 낭비, 경제성 부풀리기, 특혜 의혹으로 점철된 팔공산 구름다리를 기어이 강행하려고 한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반대하고 대구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시민사회의 반대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지난 8일 조계종이 공식적으로 구름다리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자 “동화사(조계종)가 반대하면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던 대구시는 한 순간에 말을 바꿨다. 구름다리 사업을 철회할 것이냐는 물음에 공사를 하겠다는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12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구시는 갈등조정위원회를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갈등조정위원회는 12월 18일 오후 1시 30분 자문회의로 대체되었다. 그동안 이 문제에 공동대응 해온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도 참석요청을 받아 환경영향성 검토 보고서를 분석하는 등 회의 준비에 열성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문회의 하루 전인 12월 17일 오후 12시 전후 대구시 관광과에서 일방적인 불참통보가 전해졌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대구녹색소비자연대의 두 대표가 반대의견을 갖고 있어 참석시키지 않는 것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어불성설이다. 부득이하게 불참을 고려해야 한다면 납득할만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상호 간 이해를 구한 뒤에 결정을 내려야 마땅하다. 모든 사안에는 찬반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어느 한쪽 입장에 서있다는 이유로 참석할 수 없다는게 대체 무슨 논리인가? 

어떤 일에 입장을 갖는다는 것은 그 일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중립이란 그 일을 잘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모른 척 하는 침묵의 다른 말인 경우가 다반사다. 침묵을 선택하는 사람은 자문회의를 참석하더라도 결정을 도움될만한 주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고, 잘 모르는 사람은 나서서 설명하는 사람의 의견을 토대로 입장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모든 회의에는 중립인사만큼 찬반인사가 중요하다.

대구시는 이 사업을 결정하고 추진 중인 주체이며 각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므로 사실상 찬성측 대표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대구시가 나서서 중립인사만 모시고 자문회의를 한다니 소도 웃을 일이다. 자문회의가 진짜 중립을 유지하려면 대구시와 이 사업에 꾸준히 반대의견을 내왔던 시민사회가 마주 앉아야 한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만 5년간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이 환경파괴를 불러오는 부적절한 사업임을 일관되게 지적해온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시민들의 만원 이만원이 모여 움직이는 곳이다. 따라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의견은 단체를 후원하는 700여명 시민들의 의견과 같으며 이는 대구시가 구름다리 건설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반쪽짜리 “시민원탁회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시민단체의 대표는 시민들의 의견 전달자이고 시장과 공무원은 시민들의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반대 의견을 가졌다고 해서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참석불가 통보를 내린다면 그것은 단체를 후원하는 시민들에게 불가 통보를 내리는 것과 같다. 

대구시가 지난 5년간 구름다리 건설에 목소리를 내왔던 시민단체를 배제하고 본인들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구성해서 자문회의를 여는 것은 2019년 시민사회가 보이콧 선언을 한 시민원탁회의와 마찬가지로 형식적 명분 쌓기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알기 바란다.


[ 2019년 5월 16일 시민원탁토론의 문제점 ] 
“보존인가 개발인가 시민에게 듣는다 팔공산 구름다리(당시 주제)”

대구시가 운영하는 “시민원탁토론”은 대구 시민들에게 숙의 민주주의 학습장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탁토론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3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째, 찬반이 있는 주제를 택하되 입장이 나뉘게 된 배경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둘째, 찬반 양측에게 입장을 펼칠 기회와 반론할 기회를 동일하게 제공해야 한다. 
셋째, 참가자 모두에게 깊이 생각할 시간, 질문할 시간, 답변을 들을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시가 진행하는 시민원탁토론은 위의 3가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모월 모일 저녁에 100명 이상의 시민이 모여 단 3시간만에 찬반의견을 듣고 본인의 입장을 결정해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9년 당시 팔공산 구름다리를 주제로 한 “시민원탁토론”은 기획단계부터 구름다리 건설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보였던 것이 문제가 되어 시민사회의 보이콧을 불러왔다. 

물론 대구시는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2020년 현재, 시민사회의 우려가 한치도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었다. 대구시는 시민사회가 보이콧을 선언한 시민원탁회의 결과(총 183명 참가자 중 60.7% 찬성, 31.5% 반대, 7.8% 유보) 하나만을 붙들고 대구 시민이 원하는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는 반대의견을 낸 31.5%의 시민들과 유보를 택한 7.8%의 시민들, 대구 지역의 환경정책과 현안을 감시·비판하라고 매월 후원을 하여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동력을 제공한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가? 대구시는 스스로의 아집에서 벗어나 제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2020년 12월 18일 
대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