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1의견서]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사업에 관한 의견서

 

1972년 10월 13일 아홉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가야산국립공원은 경상남·북도에 위치해있으며 총 면적은 77.063㎢이다. 가야산국립공원은 해동의 10승지, 조선팔경의 하나로 이름나 있는 곳이며, 우리나라 화엄종의 근본 도량으로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종찰 해인사가 있는 곳이다. 가야산국립공원은 1995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과 경판전을 보유하고 있으며, 식물 719종, 동물 1,374종, 기타 생물 592종 등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이렇듯 가야산국립공원은 다른 국립공원과는 달리 역사문화와 생태환경, 경관이 어우러져 있는 국보급 자연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20년 전 불허된 골프장 사업으로 정체성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현재 환경부는 최종 결정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몫이라 하고 있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환경부 고시가 살아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우리는 망령처럼 되살아난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사업이 자연공원법 정신을 심히 훼손하며, 법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국립공원을 사랑하고 가야산국립공원을 걱정하는 환경단체, 조계종 환경위원회, 학자, 변호사 등은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사업에 대한 의견’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가야산국립공원이 ‘국립공원’이라는 것과 국립공원은 사익보다 공익이 우선한다는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길 바란다.

 

2011년 1월 12일 (수)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덕곡면주민대책위, 조계종 환경위원회,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생명의 숲, 생태지평, 문화연대, (사)에너지나눔평화, 생태보전시민모임, 우이령보존회,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불교환경연대,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박병상, 호남대 오구균 교수, 부산대 김동필 교수, 환경분쟁연구소 신창현 소장,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 김갑태 상지대 교수, 이덕재 대구대 교수, 최송현 부산대 교수, 유기준 상지대 교수, 유정칠 경희대 교수, 이경재 서울시립대 교수,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구지역단체]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대구참여연대, 대구여성회, 함께하는 주부모임, 맑고 향기롭게, 경실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강기탁, 권정순, 김남주, 김병일, 김상하 김상훈, 김승호, 김연수, 김은철, 김인숙, 김재영, 김재영_1, 김준현, 김호철, 남현우, 류제성, 문건영, 문덕현, 민누리, 박서진, 박연철 박정만, 박지웅, 박태현, 배경렬, 배영근, 서보열, 서선영, 설창일, 손명숙, 여영학, 오원근, 오종한, 우경선, 위은진, 윤기원, 윤복남, 윤종현, 이민종, 이상경, 이석태, 이성진, 이소아, 이영기, 이재균, 이종호, 이헌욱, 전종원, 전현희, 정남순, 정대출, 정연순, 조성오, 조성오_1, 조재현, 차상육, 최봉태, 최영동, 황인상, 황정화

 

*문의 : 지성희 활동팀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010-5003-8447)

 

 

1.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사업 과정

1990년 건설부는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사업을 국립공원계획에 반영하였고, 1991년 6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주)가야개발의 골프장 사업시행을 허가하였다. 그러나 (주)가야개발은 사업을 착수하지 않았고, 1994년 공사를 1997년까지 완료하겠다는 확약과 함께 공사연장허가를 신청하였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시행기간 연장을 허가해 주었다.

1998년 (주)가야개발은 사업을 착수하지 않은 채, 2001년까지 공사 연장을 허가해 달라며 ‘공원사업시행기간 연장허가재신청’을 하였다. 이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회 연장을 해주었음에도 사업을 하지 않은 채 사업시행기간이 경과 되었고, 가야산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설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므로 사업시행기간의 재연장을 불허 한다” 며 불허가처분을 하였다.

 

1999년 (주)가야개발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상대로 불허가처분취소 청구소송을 하였지만 2003년 대법원은 ‘공원사업지구 및 주위의 자연환경 및 이 사건 공원 사업이 주변 환경에 미치게 될 영향, 그동안 원고가 이 사건 공원사업을 진행하기 위하여 투입한 비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으로 인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 등의 사익보다 훨씬 그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 는 판결 내용과 함께 (주)가야개발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또한 1996년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면서 국립공원 체육시설 중 골프장, 스키장은 들어설 수 없게 되었으며, 1998년에는 공원관리청이 환경부로 이관하면서 국립공원을 개발과 이용이 아닌 보전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골프장 건설업체 (주)백운은 경북 성주군 수륜면 해발 500m 지점 103만9000여㎡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재추진 중이다. (주) 백운은 지난 2010년 12월 30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골프장 사업 허가 신청을 한 상태이다.

 

2. 사업허가권이 유효하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3년 대법원 판결은 승인을 불허한 것이지 시설계획을 불허한 것은 아니다’라는 기본 인식하에 당시 사업승인허가는 살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전문 변호사(환경법률센터 정남순 변호사, 대한불교조계종 정석원 변호사 등)에 의하면 “공원사업허가는 공원사업시행기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허가를 함에 있어서 그 기간을 초과하면 그 허가는 상실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주)백운이 (주)가야개발의 허가가 유효함으로 그것을 전제로 사업시행기간 연장을 청구하는 것은 무효인 허가를 근거로 한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고 하였다.

 

즉,”2003년 대법원 판결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공원사업시행기간연장허가불허’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사업허가권은 소멸된 것이다. 종전 공원사업시행허가는 허가 당시 사업기간에 한하여 효력을 가질 뿐이며, 사업기간 변경은 ‘공원사업시행계획변경’이라는 별개의 새로운 허가 신청이 필요하나 현행 자연공원법에는 골프장 사업이 불가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골프장 사업은 대법원 판결에서 이미 불허가 적법하다고 한 사안으로 허가권은 소멸한 것이며 더 이상의 법적인 고민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설령 사업허가권이 유효하다 하더라도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것을 이유로 국립공원 내 골프장 사업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만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실무기구로서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여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국립공원 내에 골프장 문제는 공단 설립 목적에 맞지 않으며 골프장은 공공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3. 환경부 고시가 살아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현행법상 국립공원에는 골프장을 지을 수 없지만, 환경부 고시에 여전히 그 지역은 국립공원 내 체육시설 ‘골프장’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1996년 자연공원법 개정 당시 후속조치를 통해 공원계획에서 골프장을 삭제하지 못한 점은 일부 인정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에 개인의 재산권이 침해받는 것을 고려해서 고시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또한 환경전문 변호사들은 “공원계획이 살아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2003년 대법원 판결 이후 공원계획 변경을 통해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오히려 환경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며, 현행법(골프장,골프연습장 및 스키장을 제외한다)에 맞게 공원계획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원계획이 유효하다는 것은 사업주가 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만 그것이 골프장 사업을 허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 골프장 사업은 불가하며, 법적으로 사업허가권은 소멸하였다. 게다가 대구지방환경청은 사업주의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에 가까운 최종 의견을 냈다.(대구지방환경청 환경영향평가 최종 협의내용 “2003년 대법원 판결 취지와 사업 부지의 생태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정적 측면이 많다”) 불허가냐 허가냐를 고민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골프장 사업에 대한 불허가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권한과 의무이다.

 

4.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정체성에 대한 의문

현재 환경부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환경부에 핑계를 대며 이미 소멸한 허가권을 가지고 법의 테두리에서 검토하겠다는 식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환경부의 태도이다.

 

환경부 장관의 권한으로 국립공원계획을 변경하며,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사업 역시 이에 따라 고시가 된 것이다. 따라서 환경부가 고시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이상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살아있는 고시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책임은 환경부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환경부의 국립공원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의 허가권을 빌미로 모든 것을 공단에 미루며 환경부는 아무런 권한도 없고 책임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이 문제가 국립공원관리공단만 고민하면 되는 것일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연공원법 제44조 및 제80조의 규정에 따라 국립공원관리청인 환경부장관의 권한을 위탁받아 국립공원의 보호 및 보전과 공원시설의 설치·유지·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즉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하향적 관리체계로 움직이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환경부가 고시 철회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떠넘기기 정책, 사업주의 재산권이나 입장만을 고려한 정책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또한 골프장 사업주가 사업허가 신청을 하지 않고 있던 2010년 12월 30일 전까지 환경부는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사업을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라 표현했다. 국립공원계획과 관련 일부 오래된 고시가 문제가 되고 있어 정리를 하려 하는데 가야산국립공원만 진행 중인 사업이기 때문에 고시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요지였다. 골프장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하는 것은 사업주가 공단에 사업허가 신청을 하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에 대한 판단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당시는 사업주가 사업허가 신청을 하지 않고 있던 시기였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주가 하는 일이니 사업주의 움직임을 놓고, 환경부가 ‘현재 진행 중’이라 표현하는 것은 과하게 사업주의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골프장 사업을 불허했을 경우 골프장 사업주 개인의 재산권이 침해 받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과유불급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업주가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두 차례나 사업주 자신의 사정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연장하여 지금까지 온 것을 두고 그들의 재산권을 염려하는 것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것이다.

환경부는 지금 당장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을 국립공원시설계획에서 삭제해야 한다. 이는 국립공원을 담당하는 부처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또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과거 자연공원법에 골프장이 체육시설로 명시되어 있을 때도 가야산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우려 하여 골프장사업 연장을 불허하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금 불허를 못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