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탐욕의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 즉각 중단하라

 

 

케이블카 쪽박그 누구도 책임 안 져

비슬산 정상에 참꽃이 만발했다꽃은 활짝 피었으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관련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기후변화 영향으로 날씨는 오락가락해지고 개화시기도 들쑥날쑥하다예기치 못한 감염병과 기후위기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토건개발사업만이 살 길이라는 구호가 유효하다달성군은 310억 원을 들여 비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한다정녕 케이블카 사업만이 지역경제가 살 길인 것인가.

 

달성군은 비슬산 케이블카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만능키인양 호들갑이다박근혜 정부 시절 진행됐던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중점추진 과제에 케이블카 사업을 포함하면서 지자체마다 우후죽순처럼 케이블카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 지역경제활성화 대책에 부응한다는 게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다그때의 정부와 지금의 정부가 다르지만케이블카 사업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은가 보다.

 

삽 뜨기 전에는 통영 등 몇몇 흑자 사례만 부각해 장밋빛 미래를 포장하는 게 케이블카 사업 추진의 불문율이다설치하면 대박이라고 못 박고 이용객을 과도하게 예측해 경제성을 부풀리기 일쑤다케이블카로 재미를 본 지자체들도 이용객 감소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만그건 함구한다. ‘잘 나가던’ 통영송도 등의 케이블카도 이용객이 급감하는 추세이다운 좋게 반짝 특수를 누리다가 적자에 재정부담만 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도 혈세 낭비에 대해 책임질 이 하나 없다.

 

교통약자 편의사업 명분으로 악용 말아야

비슬산 케이블카의 또 다른 명분은 장애인노약자 등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교통약자에게 우선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일회성 관광이 아니라 일상에서부터 이동권과 접근성의 보장이다외지의 장애인들이 대구까지 타고 올 고속시외버스비슬산까지 운행하는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 등 이동수단은 충분한가넘치는 방문객으로 주차난을 겪는 주차장엔 장애인 주차구역이 얼마나 마련되어 있는가.

 

그토록 달성군이 교통약자를 위한다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이미 비슬산 정상부까지 전기차와 투어버스가 운행 중이다기존 차량에 휠체어 승강시설과 교통약자 전용좌석 등을 설치하면 된다또는 교통약자 편의시설을 갖춘 차량 운행을 검토하면 된다정상부에 도착하면 교통약자가 큰 불편과 제한 없이 다닐 수 있도록 턱을 낮추고 경사로를 만들고 탐방로도 재정비하면 된다.

 

교통약자를 명분으로 앞세웠던 전국의 그 수많은 케이블카의 현주소는 어떠한가그중에 별도의 조치 없이도 전동휠체어로 탑승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몇이나 있는가비슬산은 참꽃 개화시기에 방문객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문전성시를 이루어 발 디딜 틈 없는 곳에서도 교통약자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할 대책이 있는가더 이상 교통약자를 케이블카 사업의 명분으로 악용하지 말길 바란다.

 

천연기념물 암괴류와 멸종위기 산양 서식처파괴 말아야

비슬산에는 천연기념물 제435호 지정된 암괴류가 있다바위들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형색이라 돌강이라고도 한다길이 2킬로미터에 면적이 992,979제곱미터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라 해도 손색이 없다고 한다보이는 것만이 아니다지표에 노출되진 않아도 계곡부 표토 아래 등지에도 암괴류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암괴류 외에도 다양한 지형자원들이 분포하고 있어 비슬산 전체를 지질공원으로 지정해도 될 만큼 학술적자연학습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2월 비슬산 자락에 산양이 서식한다는 사실이 국립대구과학관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확인됐다산양은 설악산, DMZ 등 강원권에 주로 서식하는데 백두대간과 연결된 청송 주왕산까지는 서식이 확인된 바 있었다그러나 지리적으로 단절된 대구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할 것이다이에 문화재청은 국립문화재연구소 관련 전문가를 파견해 현지조사를 수행하고 한국산양보호협회는 밀렵 감시활동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산양은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멸종위기1급 야생동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도 취약종으로 등재된 국제적 보호종이다주로 경사가 급하고 험준한 바위가 있는 해발 500m 내외 지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조사에서 멸종위기2급 야생동물이자 법정보호종인 담비삵의 서식까지 확인된 바 있다지금 비슬산에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야생동물 서식지를 비롯한 식생자연경관 등 종합적인 생태조사와 보존대책 마련이라 할 수 있다.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은 인접한 천연기념물 암괴류에 악영향을 미치고 산양을 비롯한 멸종위기종 서식처를 위협할 여지가 다분하다케이블카 노선과 상부정류장 예정지는 국토환경성평가지도상 보전지역 중 가장 높은 등급인 1등급에 해당되는 지역이기도 하다상류정류장 예정지역의 생태자연도는 별도관리지역삭도 노선 구간 중 일부는 1등급에 해당되는 지역이다자연환경을 보전하고 복원해야 하는 지역인 것이다.

 

행정력과 혈세 낭비 되풀이 말아야

지난해 말 180억을 들여 짓겠다던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이 끝내 엎어졌다교통약자를 위하고 지역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사업이었다만약 그 예산을 팔공산의 역사와 생태적 가치를 살리는 방향으로 여러 대안들을 찾아 집행했더라면 어땠을까비슬산 케이블카의 목적도 매한가지다전기차에 투어버스도 모자라 케이블카 타령에 310억 사업비 전액을 군비로 퍼붓는다일시적 유행에 편승해 벌이는 토건개발사업은 결국 행정력과 혈세 낭비를 자초할 뿐이다.

 

케이블카 사업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케이블카 노선은 우화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다케이블카에 훼손될지 모르는 비슬산의 빼어난 경관과 자연환경이 황금알’ 그 자체이다코로나19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케이블카 사업인가있는 그대로의 비슬산을 보존하고 복원해 나가는 것인가비슬산의 문화적생태적 가치를 지켜나가 길 위에 황금알을 노리는 탐욕의 칼날이 드리워져 있다행정력과 혈세만 탕진하고 말탐욕의 케이블카 사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2021년 4월 26

 

대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