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놀 사태 30주년 · 세계 물의 날 기념 성명서]

뭇 생명의 젖줄 낙동강은 살고 싶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낙동강의 안전을 생각한다

 

낙동강은 저 태백 황지에서 발원하여 부산 을숙도까지 1300리를 유유히 흘러가면서 우리들에게 농사지을 물을공장을 가동할 물을 그리고 우리가 먹는 물을 제공해왔다뿐만 아니라 수많은 야생동식물을 탄생시키고 길러오기도 했다낙동강을 영남인과 뭇 생명들의 젖줄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낙동강 하면 사기꾼 이명박이 벌여놓은 4대강 사업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4대강 사업은 22조나 되는 국민혈세를 탕진하고 전국의 강을 죽음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지난 10년 가까이 해마다 반복되는 맹독성 조류가 창궐하는 녹조라떼 현상과 물고기 떼죽음썩은 뻘로 뒤덮인 강바닥이 어떠한 생명도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을 똑똑히 목격해왔다. 22조나 되는 국민혈세를 탕진한 이명박을 통해 우리가 얻은 새삼스러운 교훈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다.

 

태백에서 부산까지 막힘없이 흘러야 할 낙동강이 거대한 보로 막혀 있는 이상 이런 모습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낙동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강이 흘러야 낙동강이 살고뭇 생명이 살고우리 영남인이 산다그러니 지난 2012년부터 9년 간이나 낙동강을 막아온 8개 보아니 8개의 댐을 즉각 해체해야 한다.

 

낙동강 보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낙동강 취·양수장 시설 개선 정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양수장 시설 개선은 낙동강 보로 인한 녹조문제 뿐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한 가뭄이나 태풍 등의 위험과 각종 화학물질 오염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하지만 이는 정치 논리에 갇힌 대구·경북 지자체의 반대로 수년째 표류 중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는 낙동강 재자연화를 거부하며 국정과제 수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구·경북 지자체가 취·양수장 구조 개선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처가 꼭 필요하다.

 

낙동강 수질 개선이라는 엉터리 목적으로 탄생한 영주댐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현재 영주댐은 심각한 녹조로 담수조차 못하는 무용지물의 댐으로 전락했고 우리 하천의 원형을 간직한 아름다운 모래강 내성천은 하루하루 망가지고 있다천혜의 자연하천 내성천을 되살리는 길은 쓸모 없는 영주댐을 해체하는 것 뿐이다.

 

페놀 사태 30주년을 맞아 낙동강 수계 산업단지와 영풍제련소를 생각한다

 

구미 공단에 위치한 두산 전자가 페놀 원액 30톤을 낙동강에 유출시켰던 1991정수 과정을 거쳤음에도 악취가 나는 수돗물이 각 가정에 공급되었던 이유는 페놀이 낙동강 원수 수질 검사 항목에 들어있지 않았고 정수 수질 검사에서도 월 1회만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관련법이 개정되고 고도정수처리 기술이 도입되었으며 지난 2월 14일에는 대구시 상수도 사업본부가 수질검사 항목을 308개로 확대했다고 발표했다하지만 수질검사 항목이 아무리 많아지더라도 수천가지나 되는 화학물질을 일일이 규제할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낙동강 물길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각 지역 산업단지는 페놀 사태가 일어난 지 3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낙동강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2018년 터진 과불화화합물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우리가 여전히 화학물질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수돗물을 불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돗물 안전을 확보하려면 폐수 무방류 시스템 의무 도입독성이 확인되지 않은 화학물질 사용 제한 등 산단 관리를 강화하여 유해화학물질이 낙동강으로 일절 흘러들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물론 상기한 것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불과하다궁극적으로는 상수원인 낙동강 주변에서 공장이 가동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낙동강 원수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면 그 어떤 기술도 한 순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원수 관리가 바로 수돗물 관리이며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낙동강 화학물질 이야기가 나오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이야기가 취수원 이전인데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낙동강 최상류에는 영풍제련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풍제련소는 1970년부터 2021년인 오늘날까지 무려 51년간 비소카드뮴불소 등등의 수많은 중금속과 공해물질을 내뿜으며 낙동강 최상류를 오염시켜왔다불과 2~3년전인 2018년과 2019년에도 중금속 폐수를 방류하여 각각 조업정지처분 20일과 60일을 받은 일이 있었다그럼에도 영풍은 관리감독 기관인 경상북도가 내린 행정처분을 거부하고 소송에 소송을 거듭하며 공장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1970년대 무소불위의 군사정권 시절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영풍제련소의 낙동강 오염의 역사가 무려 반세기가 넘는 것독극물과도 같은 오염원을 내뿜은 아연제련소가 낙동강그것도 최상류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도대체가 말이 되는 소리인가.

 

3월 22일 세계 물의 날페놀 사태 30주년을 맞아 우리는 영풍그룹에 강력히 경고한다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목숨줄이다낙동강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영풍은 1300만 영남인에게 사죄하고낙동강에서 즉각 떠나라.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낙동강을 죽음의 호수로 만든 4대강 보를 즉각 해체하라!

무용지물 영주댐 해체하고우리 하천의 원형을 간직한 아름다운 내성천을 살려내라!

페놀 사태 30낙동강은 살고 싶다낙동강 오염의 주범산업단지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

1300만 식수원 낙동강이 위험하다낙동강 오염의 원천영풍제련소 즉각 폐쇄하라!

 

2021년 3월 22

대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