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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망각의 10, 우린 여전히 ‘311일의 후쿠시마에 산다

 

10년 전 악몽이 떠오르는 지진이었다. 지난 213일 밤 118분경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이 지진을 2011년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인간에게 있어서는 강산도 변한다할 정도로 긴 시간이겠지만, 지구에게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일 것이다. 10년을 순간처럼 지나온 여진일지 또 다른 대지진의 전조일지 모를 흔들림 앞에서 인간의 오만함으로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던 ‘311일의 후쿠시마가 겹쳐 보인다. 10년 전 핵사고의 충격과 공포를 기억하기에 지진 소식에 먼저 핵발전소의 안전부터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10년이 지난 후쿠시마는 어떠한가. 핵발전소엔 녹아내린 핵연료가 그대로 남아있다. 강력한 방사능 때문에 건물 내부 접근은 꿈도 못 꾼다.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쏟아붓는 물로 매일 170여 톤씩 방사능 오염수가 만들어지고 있다. 202012월 기준 핵발전소 부지 내 약 124만세제곱미터의 오염수가 쌓여 포화상태이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를 서두르는 이유이다. 제염작업 후 후쿠시마 곳곳에 저장된 방사능 오염토는 1400세제곱미터에 달한다. 엄청난 양을 다 처분할 수 없어 토목공사와 농지 조성 등에 재사용할 계획이다. 10년 동안 겪고 있는 핵사고의 재앙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무엇을 했는가. 후쿠시마 후속대책으로 비상시 전력 공급을 위한 이동형 발전차량을 불량제품으로 확보했다.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한 수소제거장치(PAR)성능 결함을 알고도 축소은폐하며설치했다. 불량 자재 납품 비리가 밝혀졌고, 부실시공으로 격납건물에 공극이 확인됐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공론화는 졸속 추진되며 파행을 거듭했다. 월성 원전엔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추가 건설이 강행됐다. 월성 원전 곳곳에선 계획에 없던 누출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언제까지 뻔뻔하게 원전 없이 못 산다. 원전은 안전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뇔 것인가.

 

2016912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과 201711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있었다.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첫 번째, 두 번째 큰 지진을 차례로 겪으며 활성단층 위에 밀집된 핵발전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땅 위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가 떨어졌었다. 2017년 고리1호기, 2019년 월성1호기가 영구정지 됐지만, 여전히 24기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탈원전자도 시작하지 못한 부끄러운 민낯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속에서 핵발전소의 안전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 건인가. 최소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와 사전 징후가 먼저 나타나는 법이다. 크고 작은 사고에 대응하는 관련 부처의 모습은 왜 우리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가. 핵사고는 언제든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재난으로 이어지는 핵발전소의 끔찍한 최후를 목격했지만,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배웠는가. 후쿠시마 핵사고 10주기를 하루 앞둔 오늘, 망각의 10년을 되돌아본다. 반성도 없고 변화도 더디다. 여전히 ‘311일의 후쿠시마로 살아가고 있다.

 

2021310

 

핵없는세상을위한대구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