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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5

성명서 (3)

 

붕괴 위기에,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도 내쫓는 칠곡보, 철거하는 것이 옳다

구미 해평습지의 겨울진객 흑두루미, 옛말 되나?

 

 

구미 해평습지의 겨울진객 흑두루미

 

낙동강 구미 해평습지의 겨울진객, 흑두루미는 이제 옛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해마다 낙동강 해평습지를 찾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흑두루미는 20093,153마리 20101,187마리 20111,483마리, 2012년 올해 860마리로 그 수가 대폭 줄어들어 내년을 기약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철새천국 해평습지로 생태도시를 표방하며 그것을 널리 홍보하던 구미시도 그 이미지 큰 타격을 입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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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해마다 3~4천마리의 천연기념물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수천마리의 쇠기러기, 청둥오리, 고니떼 등등이 도래함으로써 그야말로 철새들의 낙원을 방불케했던 이곳이, 그리하여 전국에서 수많은 사진 작가들과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던 이곳이, 왜 더 이상 철새들이 찾지 않는 공간으로 급변한 것일까?

 

철새들은 호수와 같이 깊은 물을 좋아하는 녀석들과 강변의 얕은 모래톱을 좋아하는 녀석들로 대별할 수 있다. 그런데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고니 같은 녀석들은 대부분 모래톱과 얕은 물길을 좋아하고, 그런 곳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이다.

 

그런데 2012년 현재 해평습지의 모습은 옛 모습을 완전히 잃어 거의 호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해평호수라 불러도 좋을 만큼 넓고 깊고 느린 물길이 생겨버린 것이다. 왜 그런가? 바로 18하류에 건설된 칠곡보 때문이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서식환경 급격한 변화

 

4대강사업으로 해평습지 저 아래에 칠곡댐이라 불리우는 초대형보가 들어서서 물길을 막아 세우니,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리 준설을 했을지라도 일부 남아있었던 모래톱은 모두 강물 속으로 잠겨버리고, 이곳은 평균 수심이 6~7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로 완전히 바뀌어버린 까닭이다.

 

그뿐만 아니라 흑두루미는 경계심이 대단히 강한 철새로 사방의 시야가 확보되고, 인간 접근이 용의치 않은 모래톱에서 쉬는 습성이 있는 철새인데, 현재 강변둔치에다 운동장이나 생태공원 등을 만들어놓았으니, 그 경계심이 강한 흑두루미가 날아 올려야 올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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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환경단체들의 문제제기로 이런 사실을 인지한 국토부와 구미시는 해평습지를 대체할 새로운 습지를 조성한다 했고, 그 대체습지가 완공되면 흑두루미들이 그곳으로 날아와 쉬고 갈 것이란 참으로 기발한 발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겨울진객 흑두루미들은 담수로 인해 완전히 낯설어진 해평습지 상공을 배회하다 배회하다 대부분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고, 너무나 지친 그 일부만이 겨우 내려앉은 곳이, 국토부와 관변학자들이 기발하게도 만들어놓은 그 인공습지가 아니라, 강 스스로가 새롭게 조성한 감천 하구의 모래톱이다.

 

바로 자연이 만들어준, 달리 표현하면 지천인 감천의 역행침식 현상으로 복원된, 낙동강과 감천 합수부의 모래톱 바로 그 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수백억의 정성?을 쏟았지만, 인공의 손길을 거부하고, 다만 자연의 소박한 질서를 찾아 녀석들의 그 일부만이 내려온 것이다.

 

그렇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낙동강에 새로 들어선 8개의 초대형보 때문이다. 사실상 댐과 같은 보들로 인해 낙동강은 지금 거대한 8개의 호수로 바뀌었고, 습지이자 야생의 공간이었던 강변 둔치는 체육공원, 생태공원, 골프연습장 등으로 바뀌면서 낙동강의 생태환경은 거의 혁명적수준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 구미 낙동강변의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일어난 것도 바로 칠곡보 담수 때문이고, 철새들이 놀라 달아나듯 떠나게 만든 낙동강의 너무나 급격한 변화도 칠곡보 때문이다.

 

문제는 칠곡보, 보 붕괴하기 전에 수문 열라 그리고 철거하라

 

물고기가 살 수 없고, 철새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강을 과연 강이라 할 수 있을까? 그 강을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인간에겐 전혀 문제가 없을까?

 

그렇다. 낙동강을 강답게 하기 위해서도 우리 인간의 안위를 위해서도 칠곡보 수문을 열어야 한다. 칠곡보 수문을 열기만 하면 우선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최근 칠곡보는 보 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다. 파이핑 현상에 의해 보 본체 아래 물받이공이 균열/침하되면서 보 본체의 안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니 지금 즉시 칠곡보 수문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리 하면 이미 붕괴위험에 처한 칠곡보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는 저 엄청난 수압으로부터 보가 해방되어 최소한 보가 붕괴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수위가 자연스레 내려가면서 그동안 강물에 잠겨있었던 모래톱들이 다시 그 모습들을 드러낼 것이고, 그리 되면 겨울진객 흑두루미들도 다시 해평습지를 찾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그러니 문제의 칠곡보는, 갑작스런 붕괴로 인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이 저 강물 속에 수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물고기의 생명을 위해서도, 흑두루미의 서식처 복원을 위해서도, 아니 모든 생명붙이들의 공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철거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다만 그 전에 수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실패한 4대강사업으로 망가져가는 낙동강과 뭇 생명들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즉시 수문을 활짝 열어둘 것을 뭇 생명들의 이름으로 명하는 바이다. 수문을 열어라. 지금 당장!!!!

 

 

 

 

20121125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 고창택, 김동, 노진철, 송필경

문의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010-2802-0776, apsan@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