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는 ‘불통, 퇴행’ 행정의 전형!

대구광역시는 팔공산을 훼손하는 예산낭비 사업을 폐기하라.


○ 대구시,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을 조롱하듯 구름다리 길이를 90m 늘려 건설 추진

○ 대구시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조성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 사업에 투입하려고 함

○ 구름다리 건설보다 동화사 문화재관람료 폐지가 훨씬 효과적인 팔공산 관광 활성화 방안

○ 불통, 퇴행 행정의 표본으로 팔공산을 훼손하는 예산낭비 사업인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 사업은 폐기되어야 함



대구광역시가 추진 중인 팔공산 구름다리의 형태와 크기 등 기본설계안이 거의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구름다리는 폭 2m의 현수교 형태로 전망대와 스카이워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길이는 투자심사, 기본계획 등에서 제시된 230m보다 90m 가량 늘어난 320m로 정해졌다고 한다. 환경 훼손과 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이 변경된 것이다. 대구시는 팔공산의 생태계와 경관 훼손, 예산낭비 등을 이유로 구름다리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초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를 반대하는 여론이 조성되자 대구시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실시, 환경단체 등의 의견 실시설계 반영 등으로 환경 파괴와 환경 훼손 우려를 줄이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난해 5월, 사업비 4억 원 규모의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이 용역을 중지하고 길이를 90m나 늘리는 기본설계를 하고 최근에 와서야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환경영향성 검토 분석 용약’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하였다. 대구시는 시민을 기만한 것이다.


우리는 대구시가 중지된 기본 및 실시설계와 계획 변경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을 얼마만큼 수렴하고 반영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을 수렴, 반영했다면 대구시는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에 찬성하는 의견만 수렴하고 이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시민의 의견은 철저하게 배제한 것이다. 대구시의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사업은 ‘불통, 퇴행’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이기도 한 것이다.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약이자 대구시의 정책인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과 배치되는 것이다.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는 그 지역의 경관,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팔공산 막개발과 인근의 개발 경쟁을 유발해서 국립공원 지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구시가 밝힌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사업비는 140억 원이다. 대구시의 행정관행상 실시설계, 공사 과정에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대구시의 2018년 장기미집행 공원 조성 사업 예산은 119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대구시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곧 적용되는데도 불구하고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조성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팔공산 훼손에 사용하려는 것이다. 폭염 등 기후변화, 대기오염 심화 등에 따라 도시공원이 시민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심각한 수준의 퇴행이다.


우리가 이미 지적한 대로 팔공산 구름다리의 관광객 집객, 체류시간 증가는 대구시 기본계획의 방문객 추정이 그대로 실현된다고 해도 팔공산 방문객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와 같은 개발 사업의 효과가 대부분 부풀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효과는 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는 예산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삽질에 불과한 것이다.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의 주된 목적인 관광객 집객과 체류시간 연장은 동화사 문화재관람료를 폐지하고, 집단시설지구·동화문 중심의 동화사 출입 동선을 봉황문으로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대구시민과 관광객들이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관광자원으로 팔공산 랜드마크 중의 하나인 동화사를 제대로 향수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관광객 집객, 체류시간 연장을 위한 동화사 문화재관람료 폐지는 팔공산 구름다리처럼 환경을 훼손하지도 않고,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동화사 문화재관람료 폐지는 크게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 동화사가 문화재관람료를 폐지할 경우 대구시가 그로인한 손실을 보전해 주면 된다. 부산시와 범어사가 합의하고, 지역사회가 동의해서 2008년부터 범어사 문화재관람료를 폐지한 사례도 있다. 동화사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관광자원이라는 점, 폐지 이유 등을 고려하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문화재관람료 폐지에 동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대구시의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는 ‘불통, 퇴행’ 행정의 전형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예산낭비 사업으로 규정하며 팔공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삽질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계획을 폐기하고 동화사 문화재관람료 폐지 등 팔공산을 온전하게 보전하면서도 팔공산 관광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2018년 9월 7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대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