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환경운동연합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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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3종 서식, 영천 자호천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라 

                  - 멸종위기종 서식처 위협하는 하천공사 전면 재검토 해야

                  - 법정보호종 1종도 없다는 엉터리 어류조사, 사업 신뢰성 무너져

 

 

누구를 위한 생태하천 복원사업인가

생태하천하면 어떤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사업이나 고향의 강을 조성하겠다는 사업이나 천편일률적으로 하천정비라는 명목 하에 하천을 파헤치는 굴삭기를 볼 때마다 뜨악하게 된다. 과연 우리에게 생태하천이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영천시 자호천 앞에서도 던지게 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꼬치동자개, 얼룩새코미꾸리, 2급인 다묵장어. 멸종위기종 한 종만 있어도 귀한 하천일 텐데 무려 3종의 멸종위기 어류가 자호천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개체 보호와 서식처 보전이 절실한 하천인 셈이다. 그런데 이곳에 곧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하천공사로 인한 멸종위기종 서식처 위협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자호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6,400백만원을 들여 영천시 임고면 선원리 양항교부터 조교동 금호강 합류지점까지 자호천 6.7킬로미터 구간에 58,362제곱미터의 규모로 자연형 여울, 생태공원, 생태탐방로, 징검다리, 식생매트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연형 여울자연형이라는 말이 얼핏 긍정적 의미로 인식되게끔 하지만, 실상 생태적으로 별다른 가치가 없는 인공 구조물에 불과하다.

 

자연형 여울이란 사업구간 내 위치한 5개 콘크리트 고정보를 그대로 존치한 채 하류 측 물받이 표면에 호박돌 같은 큰 돌을 모아서 덮고 완만한 경사를 만드는 것이다. 하천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여울이 아니라 돌을 붙여 보를 만들고 인공적으로 여울을 조성하는 셈이다. 이런 인공 여울은 유량이 부족해 수위가 낮아지면 오히려 어류 이동에 방해 요소나 폐사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진정 자연형 여울을 만든다면 콘크리트 보를 철거해 자연스럽게 물길을 만들고 어도를 정비하는 등 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방안들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생태공원 예정지와 관련해서는 해당 부지가 범람의 위험이 높다는 점, 다른 소하천과 합류하는 지점이라 생태적으로 보호가치가 크다는 점, 인공 시설물과 이용객 증가로 인한 오염원 유입 증가가 예상되는 점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연형 여울과 생태공원 등 복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미관상 보기 좋게 꾸며질 하천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꼬치동자개, 얼룩새코미꾸리, 다묵장어 등 자호천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이 사업이 과연 얼마나 자연적·생태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식처 보전하자면서 생태 위협 하천공사 웬 말인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년 단위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이전 종합계획(2006~2017)이 멸종위기종 개체수 증식 및 복원에 초점을 두었다면 지난해 마련한 종합계획(2018~2027)은 적극적인 서식지 보전 강화에 중심을 두고 있다. 복원과 증식보다 서식지 보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된 것으로 서식지에서부터 개체군 보전이 최우선 과제가 된 셈이다.

 

국내 확인된 생물종 49천여종 중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67(160, 2207)이고 대부분 보호지역과 하천을 중심으로 서식하고 있다. 꼬치동자개, 얼룩새코미꾸리, 다묵장어. 멸종위기 야생생물 어류 27(111, 216) 3종이나 분포하는 자호천의 생태적 가치는 여러 학술자료를 통해 이미 수차례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환경부는 사업구간 인근에서 멸종위기 담수어류 보전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455호인 꼬치동자개 복원을 위해 치어 400여 마리를 방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꼬치동자개의 생태특징과 보전방안을 담은 낙동강 꼬치동자개를 찾아서라는 책자까지 발간했다. 멸종위기 담수어류 27종 중 첫 번째로 꼬치동자개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꼬치동자개가 복원이 시급한 종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낙동강 꼬치동자개를 찾아서' 책자 표지 ⓒ환경부.jpg


책자에 소개된 꼬치동자개 보전방안은 크게 서식지 보호, 환경오염 예방, 이입종 유입방지, 불법포획 방지 등이다. 특히 서식지 보호와 관련해서는 하천정비사업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보전방안이 무용지물이다. 한쪽에서는 종 복원을 위해 방류사업을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서식처를 위협하는 하천공사를 진행하이 혀를 찰 노릇이다. 환경부의 방류사업을 무색케 하는 지자체의 하천사업이 과연 적정한지 의문이 뒤따른다.

 

한편 사업 착공을 앞둔 영천시는 7월말 어류정밀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법정보호종 어류가 단 1종도 발견된 바 없다고 한다. 반면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17(수중관찰), 23(어류조사)를 통해 사업구간 내에서 법정보호종인 얼룩새코미꾸리를 각각 1마리씩 2차례나 발견했다. 이는 사업을 위한 정밀조사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뤄지는지를 반증한다.

 

8월 17일, 얼룩새코미꾸리 ⓒ대구환경운동연합.JPG


8월 23일, 얼룩새코미꾸리 ⓒ대구환경운동연합.JPG


제대로 된 어류조사를 통해 멸종위기종의 서식분포를 파악하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셈이다. 부실한 정밀조사로 법정보호종이 발견되지 않으니 아무런 보호대책도 마련되지 않을 것이고 사업은 문제없는 듯 강행될 것임이 자명하다. 엉터리 어류조사는 심각하게 사업 전체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들게 할 뿐이다. 서류 상 이런저런 저감방안과 대책마련이라는 말들이 얼마나 허울뿐인지 짐작케 한다.

 

 

하천공사 말고 생태계보전지역 지정 나서야

지금이라도 자호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전면 재검토 돼야한다. 자호천에 필요한 것은 서식처를 위협하는 천편일률적인 하천공사가 아니라 멸종위기종에 대한 적절한 보호대책 마련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이에 자호천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데 행정의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생태하천하면 어떤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물고기가 뛰놀고 아이들이 멱 감는 모습이 상상되는가. 무릇 건강한 생태하천이란 생태축을 이루는 하천을 중심으로 사람과 야생동식물이 조화롭게 하천을 나누어 누리는 모습일 거다. 또 하천 생태계 복원과 보전을 위해 지역주민을 비롯한 전문가와 행정이 함께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멸종위기에 처한 꼬치동자개, 얼룩새코미꾸리, 다묵장어가 자호천에서 사람들과 함께 뛰놀게 될 것인가, 아니면 굴삭기 삽질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뛰쳐 도망가게 될 것인가. 영천시의 현명한 선택과 재고를 촉구하는 바이다.

 

 

2019827

 

대구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