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 권고이행 계획 발표와

민갑룡 경찰청장의 사과에 대한피해자 단체 입장

 

오늘(7/26)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조사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개혁하기 위해 출범했던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보고회를 끝으로 공식 종료한다.

 

오늘 보고회에서 경찰은 그동안 위원회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 현황과 미진한 사항에 대한 향후 이행계획을 발표했다특히민갑룡 경찰청장은 조사결과에 대한 국민께드리는 말씀을 통해경찰 인권침해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의 사과는 어제(7/25) 용산참사 유가족과 생존 철거민들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반대 주민들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과 고 염호석 조합원 유가족고 백남기 농민 대책위 등 30여명의 피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피해자들에게 권고 이행 계획 설명 및 의견 청취에 이어 이루어진 대국민 공식사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각각의 사건별로 길게는 10년이 넘었고 짧게는 3년이 지나서야경찰권 남용에 따른 사망과 부상인권침해에 대해 경찰의 공식 사과를 받게 되었다. “경찰의 법집행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큰 고통을 받았던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당연한 한마디를 듣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생각하니 서럽기까지하다얼마전사과 한마디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절망하며 아픔속에 세상을 등진 용산참사 철거민 김대원과 쌍용자동차 서른 번째 희생자 김주중 조합원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경찰청장이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사과했고 오늘 국민과 언론에 공식적으로 또 한번 사과를 표 한 것을 환영한다.

 

어제와 오늘의 사과로 수년에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감당해야했을 피해자들의 고통을 온전히 치유할 수는 없다늦게나마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반성의 마음을 전달하는 사과를 했지만앞으로 이번 사과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정권의 성격과 경찰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경찰력 남용과 사과의 반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피해 당사자들의 당부와 오늘 경찰청장의 약속처럼뼈를 깎는 철저한 반성을 기초로 경찰 공권력 행사의 기준과 절차가 인권의 가치에 부합하도록 개선되고경찰 조직 문화의 쇄신을 통해 경찰관 모두에게 내면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우선적으로 살수차 배치사용 금지를 담은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고집회시위 현장 경찰특공대 투입을 제한하는 운영 규칙을 개정했으며피해자 사찰로 활용 되어 온 경찰 이동상황조 폐지 및 변사사건 부검 처리 규칙 마련 등의 권고가 이행되어 개선안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또한 다수의 권고가 이행되었거나 이행 중에 있고오늘 향후 이행계획과 의지를 밝힌 것 역시 환영할 만 하다.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가압류는 권고대로 해제를 완료했고 전향적인 검토를 언급 한 것은 그나마 진전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4억에 이르는 손배소 철회에 대해서는 대법원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권고 이행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이미 규명된 인권침해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법절차를 이유로 유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약속대로 더욱 전향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향후에 이러한 이유로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재벌과 건설기업한전 등 공기업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민간인 사찰과 정치개입도 일삼는 정보경찰 제도가 폐지되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어제 삼성서비스 고 염호석 조합원의 어머니는 경찰청장에게 왜 경찰이 아들의 죽음에 개입했는지왜 죽은 아들의 시신을 경찰이 나서서 사고팔았는지묻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동료 노동자은 정보경찰의 카르텔을 없애지 못하면 염호석 열사를 볼 낮이 없다며 정보경찰 폐지를 요구했던 점을 유념하여 개혁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력 과잉 문제가 일부 개선된 점을 볼 수 있지만여전히 일부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권 남용이 계속 목격되고 있다이는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이다민갑룡 경찰청장은 오늘 경찰조직 전체를 대표한 사과가 피해자들에게 더욱 진정성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개혁하고 쇄신하기를 거듭 촉구한다.

 

우리 피해자 단체들은 지난 2년 가까이 여러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애써준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들과 조사관들 그리고 실무진의 노고에도 다시금 감사를 표한다위원회 공식 활동은 종료되지만경찰이 거듭나고 위원회 권고들이 충분히 이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감시하고 사회적 목소리를 내 줄 것을 당부 드린다.

 

오늘 경찰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약속은 무엇보다 국가폭력으로 무너진 가정 ‧ 직장 ‧ 마을 공동체의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진실을 위해 목소리 내며 싸워온 피해자들과 그들에 연대하며 함께 비를 맞고 손잡아 준 수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에 이룬 성과다이에 우리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몸과 마음으로 연대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더 손을 굳게 잡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다시 한번 민갑룡 경찰청장과 경찰은 오늘의 사과와 다짐이 또 다시 거짓이나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거듭나기를 바란다손배 철회 등 미진한 권고 이행에 시간 끌기로 또 다른 죽음을 목도하는 일이 절대 없기를 바란다다시는 이런 아픔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개혁에 후퇴가 없기를 또한 바란다그 길에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9년 7월 26

 

경찰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일동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금속노조삼성전자서비스지회,

금속노조쌍용자동차지부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백남기투쟁본부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전국언론노조KBS본부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