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들과 뒷골 땡기는 밤을 오바이트로 보내고
전체의 일정에 따라 산을 올랐다.

본초(한약의 재료가 되는 들풀과 꽃...) 답사는 으레 약초 공부를 핑계로
늘 술이 먼저다.
그러다보니 막상 답사 시간에는 약초 냄새인지 술 냄새인지 구분 못하며
퀭한 눈을 껌벅인다.
84년 10월 3일의 일이다.

그로부터 실로 19년이 지난 오늘 산사랑 산행지을 그 때의 흐릿한 기억만 믿고
황악산으로 결정지었다.
지난 달 최정산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황악산을 고집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타 본 기억이 제법 오래 된 기차 여행과 ‘정미내 집’을 뺨치는 잉어찜에 기대를 건
다수 회원들의 이설 없는 묵인은 일단 공범으로의 자격이 충분했다.

새롭게 단장한 대구 역사에서 처음 보는 분들을 포함 총 18명으로
인원 점검을 끝내고 평소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하는 콧노래로 들 뜬 동해의 손을 잡고
무궁화에 올랐다.

신동을 지나는 기차는 왼 편으로 나란히 따르는 경부고속도로
그리고 바른 편의 4번 국도의 차량들과 레이스를 펼치듯 단숨에 김천에 다다라
부풀었던 기차 여행의 맛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직지사 행 버스에 올랐다.

늘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사찰 관람료가 너무 비싼데 대한 불자로서의
부끄러운 기분을 고백하며, 낮게 깔리는 빗소리를 조금은 원망스럽게 들으며
모두를 우의를 챙겨 입었다.

그런 불편한 심기 때문인지 돈으로 보이는 직지사 ‘남월료’와 비에 젖어 축 늘어진
3박4일 단기출가 안내 현수막을 흘겨보며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야속한 빗방울은
이제 더 굵어졌다.

19년 전에 왔던 기억 중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은 황악산 오르는 길이 지겹게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였다는 것인데 오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길게 이어지는 계단을 오를 때는 여기저기서 힘든 숨을 뱉으면 또 원망한다.
날도 더운데 기차여행이나 하면서 가비얍게 산행하고 잉어찜이나 먹자고 하고선
이렇게 힘든 곳으로 정했느냐는 것이다.

10시에 직지사를 출발하여 11시 30분에 640m 능선에 올라섰다.
잠시 쉬면서 쓰레기를 청소를 하다 일부러 묻은 듯한 다수의 PT병 등 쓰레기를
파내어 가져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백운봉을 지나 정상에 이르는 능선을 따라 양 옆에 핀 동자꽃은
마치 벌래가 뜯어 먹은 것처럼 군데군데 뜯겨져 있고,
빗물의 무게에 고개 숙인 비비추도 탈색되어 가는 보라를 힘겹게 지키고 서있다.
군락을 이루는 며느리밥풀꽃을 습기 찬 사진기로 담고는 일행을 찾아 서두르면서도
원추리와 이름 모를 버섯들 어느 하나 놓치기 싫었다.
하늘 말나리를 열심히 찍고 있는데 배 고픈 동해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1시 20분 쯤 타원으로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산에서의 식사치고는 너무 만찬 이었다.
포식으로 무거운 배가 하산을 더욱 더디게 하는 줄 뻔히 알면서...
식사를 하면서 그냥 버리면 생태 파괴와 환경오염의 주범인 알콜을
몸 바쳐 정화하기 위해 다들 열심히 마셨다.

식사와 간단한 회의를 끝낸 뒤 1111m 황악산 정상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너무 서두른 탓일까 선두는 이정표가 없는 형제봉을 지나쳐 바람재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뒤돌아 가다 형제봉을 다 지날 쯤 아래로 난 길로 내려왔다.
역시 포식한 밥통이 너무 무거웠다.
거의 300m에 이르는 급경사를 엎어지고 미끄러지며 내려왔다.
이번 산행까지 내리 3번째 엉덩방아를 찧은 어떤 이는 급기야 사전 답사 없는 결정을
불만으로 틀어놓았다.
사실은 7월 6일 답사를 왔다가 비에 막혀 되돌아간 것도 모르고...

그렇게 고생하며 정말 오를 때와는 비교 안 되는 힘겨운 하산이었는데
어디서 반가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제 큰 길이 가깝다는 것을 느꼈다.
맑은 물에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문바위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함께 계속 내려왔다.
출발 때 지났던 운수암 입구에 도착하니 완전히 다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비 온 뒤라 날은 시원하고 산행하기에 그만 이었으나 길이 미끄러워
모두들 고생이 많았다.
특히 처음 오신 분들께 너무 미안했다.

우리 어른들보다 더 씩씩한 산행을 했던 한문기씨 그리고 이미애씨 아이들과
동해가 대견스럽다.
마지막 일정에서 잉어찜으로 체운 속은 그래도 힘들었던 오늘 산행에 다소 위안이 되었다.
내려오는 기차에서 모두 아쉬운 기차여행의 맛을 그래도 또 볼 수 있었다.

다음 산행은 반드시 수월한 곳으로 할 끼다.

千 不...

2003   7   27일 산행  7월 29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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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산행>

▶일      시 : 2005년 11월 27일 (일)

▶ 출발장소 : 대구역 개찰구
                   8시 30분 집결

▶ 산행장소 : 김천 직지사 황악산

▶ 준  비 물 : 등산화, 도시락, 마실 물, 가벼운 복장, 산사랑 조끼(필수품!!)

▶ 문      의 : 최장윤 회장      (011-9560-3130)
                   안태주 총무      (011-528 -3366)
                   금종록 산행대장(011-813-7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