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25일 산사랑 갓바위 산행...
초반에 방 방 뛰던 몇 몇이 숨을 몰아쉬며 잠시 쉬는데
어디서 난데없는 고함에 가까운 꾸중으로
연신 검지를 하늘로 찔러대는 노인이 있었다.

가만히 들어 보니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고 지나는 산행객들을
꾸지람하고 있었다.

누런 마대 푸대를 허리에 찬 할아버지는
길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를 줍는 것은 당연하고
땅속에 묻힌 쓰레기마저 파내어 청소를 하고
이따금 쉴 때는 가차 없이 주변의 사람들을 훈계한다.

환경 운동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라고...
마치 우리보고 하시는 말씀 같았다...

산사랑 이전게시판 “130번”에 사진을 올려 소개를 했었는데
이 번에 그 환경할아버지가 법보신문 “713호” 에
변함없이 상기된 표정으로 기사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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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환경지킴이 김덕수 옹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가 우리내 부처님”

매일 4∼7시간씩 갓바위 오르며 청소

겨울엔 계단에 흙 뿌리고 여름엔 이끼 제거

팔공산 갓바위를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작은 키에 깡마른 체구, 등에는 보라색 배낭을 짊어지고
옆구리에는 쓰레기 주머니를 찬 백발의 노인 김덕수(79·사진) 옹이 바로 그다.
내년이면 팔순이지만 4년째 김 옹은 매일 아침 갓바위에 오르고 있다.
그냥 오르기도 힘들고 벅찬 길을 그는 갓바위 순례객이나 등산객들이 버린 휴지를
일일이 주워 담아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것이다.
그런 탓에 남들이 한 시간이면 오를 길을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6∼7시간씩
걸리기 일쑤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 같다.

“팔공산 갓바위는 천년을 이어온 민족의 영산이자 한국인의 자랑거리입니다.
그런 문화유산이 쓰레기로 얼룩지고 훼손돼선 안되잖아요.”
어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갓바위 부처님을 처음 찾았었다는 김 옹이
쓰레기를 본격적으로 줍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여름 무렵.
부인과 함께 오래간만에 갓바위를 찾은 김 옹은
산길 곳곳에 쓰레기가 널린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러던 중 한 아주머니가 돌부리에 걸려 다리를 크게 다친 것을 보고
산길을 깨끗이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
대구 비산동 달성공원 부근에 살고 있는 김 옹은 이를 계기로
날마다 팔공산을 오르내리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또 혹여 사람들이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돌계단 위의
작은 돌 들을 깨끗이 치웠다.
김 옹의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여름 장마비로 돌에 이끼가 끼어 미끄러워질라치면 망치를 들고 가 일일이
두드리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한편 겨울이면 쓰레기 주머니에 흙을 담아
눈길 위에 뿌렸다.
이렇게 한해 두해 지나면서 관리사무소는 물론 갓바위 불자들에게도
쓰레기 줍는 노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또 팔공산을 자주 찾는 불자들 중에는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어갔고,
혹여 작은 휴지라도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김 옹의 눈에 띠면
불호령을 감수해야 했다.

그의 불룩한 등배낭에는 점심 도시락과 함께 갖가지 구급약이 마련돼 있다.
압박대 및 붕대, 물파스, 밴드, 두통약 등이 늘 갖춰져 있다.
혹시 산행에 긴급환자라고 생기면 이를 돕기 위해서다.

“국토가 청정해야 마음이 청정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부처님께 기도하는 것도 좋지만 부처님의 말씀을 하나라도 실천하는 것은
더 중요한 일입니다.”

김 옹의 갓바위 봉사는 비록 4년에 불과(?) 하지만
이미 50년 전부터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봉사활동의 고수다.
젊은 시절 노인들을 모시고 효도관광이나 양로원을 오랫동안 방문해
지난 64년 구청장 상을 받을 것을 비롯해 70년에 내무부장관상,
91년에는 오랜 방역봉사활동으로 보사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마을 쓰레기를 줍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등교할 시간이면
학교 앞 건널목에 나가 교통정리를 돕는 활동을 6년째 계속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것은 꼭 돈과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만 되는 아니에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무엇인가를 베푸려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하죠.”

갓바위 부처님께 매일 3배하며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발원한다는 김 옹.
그는 팔공산 환경지킴이이자 갓바위 호법신장이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대구지사=김영각 지사장 dolgore@beopbo.com
<2003-07-09/713호>
입력일 : 2003-07-0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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