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수요일


 아침, 김선주 회원이 약속도 없이 들르셨다. 워낙에 바쁜 분이라 모임이 없으면 얼굴 보기가 힘든데 뜻밖에 보게 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평소 보이는 반가움에 거의 배로 호들갑을 떨며 맞았다.


 선주 언니(책 모임을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어 언니라고 부른다.)는 정말 독특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독특함 뒤에 숨겨진 매력이 많은 사람이다. 처음엔 도저히 해석되지 않는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해석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해석할 필요가 없는, 그 자체로 매혹적인 사람이란 걸 느끼게 된다. 일년을 알고 지내는데도 만나고 헤어질 때면 늘 이 사람을 좀 더 알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오늘도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동안 사무실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놓고 바람같이 사라졌다.


 점심을 먹고 조금 있으니 정간사님이 들어왔다. 오전에 서구문화복지센터에 가서 찾아가는 초록살림 교실 강의를 하고 돌아오시는 길이다. 근데 들어오자마자 오늘 강의를 들으신 분들 가운데 여섯 분이나 회원가입을 하셨다고 전해준다.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분들이 회원가입을 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라 모두들 기분이 좋다. 나도 서구문화복지센터 후원회원이기도 해서 가입원서에 쓰인 분들이 누구신가 확인해 보았다. 잘 아는 분들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여기저기 후원도 많이 하고 있는 분들인데 또 우리까지 후원하겠다며 선뜻 회원가입을 해주신 그 분이 한 분 한 분 떠올라 너무도 고마웠다.


 정간사님은 대부분 주부들이신 그 분들이 환경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시는 것에 대해서 조금 감동받은 듯 하다. 정간사님을 보면서 아마 그 분들이 회원 가입을 하시게 된 것은 정간사님이 보여주는 저 진심 때문이리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어도 그 마음들을 움직이는 누군가의 진심이 없으면 그 관심은 그저 관심으로 그칠 뿐이다.


 정간사님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자기가 알고 있는 지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줄 줄 아는 멋진 활동가다. 또자신의 삶과 철학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말하면 아니라고 부담스러워하실 게 뻔하니, 일치하기 위해 한없이 사유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해두자.)


 그러고 보니, 정간사님의 진심 덕만은 아니구나. 서구문화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장태수님과 김은자님 같은 지역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의 노력들이 거름이 되었겠구나. 그 분들의 진심들이 지역의 많은 주민들의 의식과 삶을 변화시켜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환경의 중요성들이 더 손쉽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게 분명하다. 두루두루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오후엔 정혜진 회원이 들렀다. 오늘따라 반가운 손님들이 많이 온다. 오늘은 혜진씨에게  (모두가 정기자, 정기자라고 그녀를 부르는데 그 예쁜 이름이 묻히는 게 안타까워서 나는 혜진씨라고 부른다.) 내가 발견한 그녀만의 매력을 일러줬다.

 누가 봐도 똑똑하고 잘난 사람임에도 타인에게 열등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사람이다. 잘나고 똑똑한 척하는 사람은 많지만 진짜 잘나고 똑똑한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타인의 열등감을 자극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잘나고 똑똑한데도 그 어떤 사람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게끔 하는 품성을 가졌다.

 아, 정말 멋지다.

 (내가 모두가 있는 앞에서 이 얘길 조목조목 했더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저런 얘길 낯 뜨겁게 하냐고 뜨악해하지만 정작 본인은 빙긋이 웃으며 “으흠, 그래?” 한다. 바로 저게 그녀의 매력이다. 겸손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 수용, 공감!)


 다른 사람들이 모두 퇴근하고 나서 사무실에 혼자 남았다. 얼마 전에 회원가입을 한 영랑씨가 아는 분이 환경에 관심이 있다며 퇴근 후에 같이 오겠다고 해서 기다렸다.

 좀 있으니, 영랑씨가 먼저 오고 곧이어 다른 여성분이 올라오셨다. 함께 오신 분은 같이 상담교육을 받으며 알게 된 언니라는데 첫인상이 서글서글하다.


 윤영경씨. 국악에 각별한 관심이 있다며 그 인연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 다양해서 환경 문제도 그렇게 접하게 되셨다고 한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아는 멋진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과 그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철학이 있는 사람이었다. 좋은 인연이 또 이렇게 더 좋은 인연들로 이어진다.


 회원 가입을 하시며 책모임에 관심이 있다고 하신다. 우리 책모임 사람들의 독특한 정신세계에 조금도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라서 다음 모임에 꼭 오시라고 했다. 영경씨가 가면 모임 분위기가 더 밝아질 듯 하다. (지금도 너무 밝다 못해 눈이 부시지만.)


 집에 들어오면서 오늘 하루동안 만났던 회원들을 주욱 떠올려보니 모두 공통점이 있다. 여성, 독신,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멋진 사람. 환경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

 내 이름도 그 사이에 끼워 넣어도 되겠지?

 아, 갑자기 마구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