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마저 내어 줄것인가.

 

 

대구에 사는 이들이라면 가야산국립공원과 해인사를 안 가본 이는 없을 것이다.

꼭 대구가 아니어도 산과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담하면서도 당당한 가야산국립공원과 법보사찰의 하나인 해인사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자산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곳을 더욱 유명하게 한 것은 십 수 년도 전에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려고 하여 해인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십 여 년의 긴 반대운동 끝에 결국  2003년 대법원은 사업주가 제출한 공사연장허가신청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불허한 것에 대해서 인정을 해 주었고, 사업주는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되었다.

 

국립공원에 왠 골프장이냐고 의아해할 수 있다. 환경인식이 보편적으로 확산되기 이전에는 골프장이나 스키장 건설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90년 초를 기점으로 국민들과 정부의 환경인식이 높아지면서 대규모의 환경파괴가 불가피한 골프장과 스키장을 국립공원에는 지을 수 없도록 법을 만들었다. 그것이 96년의 일이다. 가야산 국립공원내의 ‘해인골프장은’ 96년 전의 허가를 받은 사항이기 때문에 그 당시 추진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시민운동에 첫발을 내딛던 96년 뜨거운 여름.

7월, 8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고령에 살고 계시는 농민들은 매일같이 대구도심에서 가야산국립공원내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나가는 이들에게 알리고 서명을 받았다. 절에서 수행만 하는 줄 알았던 스님들이 모진 일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나서면서 ‘해인골프장’문제는 그야말로 전국적 이슈로 부각이 되었다.

수행공간을 단지 해인사라는 지엽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에만 한정짓지 않고 주변과 지역을 함께 염려하고 동참하는 스님들의 공동체적인 인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고, 결국에는 한국 환경운동역사상 최단기간에 100만 명 서명 돌파라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 당시에야 인터넷이 지금처럼 완전 생활화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소통의 방법도 대부분 직접 대면하는 식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발품과 수고가 있었을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그런데 다 끝난 것으로 생각했던 이 지역에서 다시 골프장이 재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이미 사업주는 환경재추진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올 초에 환경영향평가(초안)를 관련기관에 제출하였고, 이후 행정절차를 밟아 사업승인을 최종적으로 받을 계획으로 가지고 있다.

대법원에서 불허판결이 난 사항인데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이유는 환경부 고시에 여전히 그 지역은 국립공원내 체육시설 ‘골프장’으로 명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허가는 살아있다는 것이다.

96년 자연공원법이 개정되었고, 여러 번의 법률다툼 결과 2003년 대법원 판결결과에 대한 적절한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는 환경부는 직무유기가 아닌지.

20년이 되도록 고시를 손도 보지 않고 방치해 둔 것에 대한 책임은 없는 것인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의 답변은 궁색하기만 하다.

사업주의 재연장 신청을 불허한 것이 당시 국립공원관리공단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골프장 재추진 신청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역할은 대한민국의 국립공원을 국립공원답게 지키는 일이다. 개발의 영역이 끝도 없이 확장되고 있는 이 시대에 환경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부부처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고 절실하다.

거창한 가치와 이념이 아니어도 좋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기만 해도 이건 ‘아니오’일시다. 골프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은 차치하고라도 20년 묵은 고시가 유일한 근거가 되고, 대법원의 판결과 100만이 넘은 국민들의 뜻이 일거에 휴지조각이 되어도 되는 것인지.

많은 것이 정치적인 상황에 의해서 가치판단이 내려지고 있고 특히 ‘환경’이 돈벌이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 끝없는 개발압력에 국립공원마저 내어준다면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조직의 이름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공정옥(2010년 7월13일 매일신문 3040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