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수


 소식지를 발송하는 날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우리 소식지 표지 사진이 너무 멋지다. 이번 호도 “캬, 죽인다.”

 늘 제 때 들어오지 않는 원고. 오자투성이인 원고 때문에 죽을 맛인 우리 장간사님께 “수고했어요.” 한 마디 해줬다.


 근데 소식지 발송 작업, 이거 장난이 아니다.

 한 시간 쯤 작업하고 나니 손목과 손가락이 마구 쑤신다.

 “이거 산재 처리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 농담에 모두 각자 이 동네서 일하면서 든 골병을 하나 둘 꺼내놓기 시작하는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달랑 사흘 일하고 산재 운운한 신입, 입 다물고 열심히 봉투만 접었다.


 이기순회원이 잠깐 들르셨다. 어쩌면 그리도 열정적으로 사시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저런 사람들과 함께 하면 삶에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잠깐이지만 지루한 사무실에 서늘한 가을바람을 가득하게 만들어놓고 가셨다.

 조금 뒤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와서 건네주고 가신다.

 아이스크림에 담겨있는 신뢰와 애정을 함께 녹여먹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는 저 분이 이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올라오실 때의 그 마음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그 만큼 환경운동을 위해, 이 조직을 위해, 회원들을 위해 ‘수고하고’ 있는 사람인가... 음,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아이스크림이다. 맛있다.

  

 저녁엔 사무실 운영위가 있는 날이다. 그런데 참석률이 너무 저조하다. 어쩔 수 없이 추석 이후로 미뤘다. 운영위원들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나 싶었는데, 아쉽다. 그러나  오지 못하시는 분들께 조금의 원망도 없다. 일하면서 저녁 시간을 비워 회의를 참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나도 오랫동안 내 생계를 꾸리면서 진보정당 일을 해 왔기 때문에 별 것 아닌 것 같은 그 일이 얼마나 많은 진심을 내여야만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저 추석 뒤로 미룬 회의 때는 함께 이 길을 가는 사람들과 얼굴 한 번 볼 수 있게 되길 빌어본다.

 회의가 미루어진 걸 보고하기 위해 글을 쓰던 사무처장님이 우리에게 묻는다.

 “아, 최저참석률, 이런 표현 쓰면 못 오신 걸 질책하는 것 같아요? 어, 그러면 안 되는데...”

 그 말 한 마디에 그 사람이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애정이 묻어난다. 자세히 보면 참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아니, 대충 봐도 알겠다.


 미처 연락을 받지 못하신 윤병로 운영위원께서 오셨다. 또 아이스크림을 사오셨다. 아, 오늘 배가 욕하겠구나. 회의가 무산된 게 미안해서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했다. 예전에 편집위원회 회의하러 사무실 왔다가 잠깐 얼굴을 본 적이 있는 회원이다. 그 때도 느꼈지만 다시 봐도 인상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이다. 내가 농담 삼아 툭툭 한 이야기들, 설마 진심으로 받아들이시는 건 아니겠지? 나는 한번 본 분이라고 친밀감이 생겨서 한 이야기들인데... 뭐, 어떠랴, 다음에 만나면 나도 알고 보면 꽤 예의바른 인간이라고 얘기해야지. 믿어주실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