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사랑방
밤 12시, 막 집에 들어왔다.
대전에서 열린 활동가 토론회를 다녀오는 길이다.
지금의 환경연합 사태와 관련해서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들이 조직 쇄신안과 관련된 의견을 모아보기 위해서 만났다. 나로서는 처음 참석하는 전국대회가 이렇게 무거운 안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라 마음이 아프다.
몸이 아파서 가지 못한 공처장님을 제외하고 사무처의 모든 활동가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기차를 탔다. 가는 내내 모두들 애써 표정을 밝게 해 보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여진 숙제가 버거워 표정 관리가 잘 안 된다.
지난 월요일, 대구지역에서도 활동가들 내에서 결의가 있었다. 내년부터 정부와 기업의 프로젝트를 받지 않겠다는 것과, 거기서 생기는 사업비의 공백을 임금을 삭감하는 것부터 해서 메워나가겠다는 결의였다. 생계가 걸린 문제임에도 모두들 자발적으로 두 말 않고 기꺼이 의견을 모은 것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 환경운동가로 거듭 나겠다는 오롯한 순정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우리의 그 순정한 마음만으로는 헤쳐나가기 힘든 조직의 위기가 활동가들에게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고개를 들기 힘들만큼 죄송스럽다. 환경운동의 대의에 기꺼이 마음을 바쳐온 회원들에게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어떤 회원은 위로를 건네시며 개인의 비리를 조직의 비리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하셨다. 또 어떤 분은 지역은 중앙의 문제와는 별개인데 무에 그리 미안해하냐고 하시기도 하셨다. 그러나 지금 문제의 원인이 단순히 중앙 조직에, 몇몇 부도덕한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가는 아무도 없다. 지금의 사태는 과도한 프로젝트 중심의 사업 진행과, 엉성한 회계 체계, 외연의 확대에만 치우친 성장주의 운동방식 등 누적된 문제들이 곪아터진 것이었다.
대전에서 만난 전국의 활동가들 역시 생각을 같이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급급한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철저한 자기 반성이고, 그에 따른 실질적 혁신이라는 데 모두들 뜻을 모았다. 그러나 문제 해결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도 많다.
두 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밤 열 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조직 문닫아야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음에도 이상하게 올 때보다 내 마음이 한결 가볍다. 모두의 마음에서 환경운동에 대한 진정성을 엿보았기 때문일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환경운동의 대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비관할 까닭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일까?
대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서로의 마음을 도닥거리면서 가슴이 따스해졌다. 내가 잠시 잊었던 원칙들이 생각났다. 지금의 환경운동은 활동가 몇몇의 작품이 아니라 시민들의 꿈이었다. 지금의 환경운동연합 역시 임원들 몇몇의 작품이 아니라 회원들의 꿈이었다. 시민과 회원들은 여전히 우리의 환경을 우리가 지켜내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 그들이 있는데 걱정할 게 무언가, 그들과 함께하면 되는 것을...
이글을 쓰다 보니 내일 <회원의 밤>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일들이 떠오른다.
음... 푹 자고 내일 또 일해야지.
자자.
오늘 날씨 좋네요.
처장님이 함께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몸은 안 따라주고 마음은 갑갑하고 대구에서 혼자 힘드셨죠?
토론회장에서 내내 생각했습니다.
이 위기의 강도가 우리가 감내해낼 수 있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저는 우리가 원칙대로만 문제를 풀어낸다면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는 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에 나오는 담쟁이처럼 그렇게 하면 되겠다 싶네요.
담쟁이는 모두가 벽 앞에서 멈춰서서
그 벽의 높이에 아연해져있을 때
조용히 그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한다지요.
우리 앞에 놓여있는 벽, 치어다보며 절망할 필요없잖아요.
그냥 기어오르면 될 것을...
기어올라 벽을 넘고 계절이 지나 잎도지고 남는 담쟁이의 흔적...
그것이 우리이고 역사라는 이야기를 더 들었네요.
2개월 신입간사로 어제 토론회 참가 수고하셨어요..
환경연합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환경을 지켜내야 하는가, 그것이 문제네요 .
국장님도 어제 수고 많이 하셨어요.
요즘 같이 어수선한 때, 국장님의 그 단순하고 긍정적인 품성이
얼마나 요긴하고 고마운지.
함께 하고 있어서 진심으로 고마워요.
최진문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해법이
환경연합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운동의 문제, 어떻게 환경을 지켜나갈까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어요.
그 길에 답이 있겠지요.
그래서 별로 우울하거나 침울하지 않습니다.
선생님, 다음 주 번개모임 때 막걸리 한 잔 해요.^^
아직 자는지도 모르겠다.
결론없는 얘기를 출구가 없는 길은 걸어가는 것 같지만
지치지 않고 의논하다 보면 지치지 않고 걸어가다 보면 길이 있을겁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고단할지라 우리가 여러사람들에게 기꺼이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민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