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6. 수요일


 그저께 저녁 홈페이지 관리팀 모임이 있었다.

 김동 회원, 최진문 회원, 엄영랑 회원, 장철규 간사와 나. 이렇게 다섯 명이 관리팀으로 묶여있다.

 그런데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홈페이지 관리팀이 맞나, 싶은 모임이다. 김동 선생님과 최진문 선생님은 나이가 디지털 문화와는 좀 멀어 보이고, 엄영랑 회원과 장철규 간사도 아날로그적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성향들이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놓으라 하는 컴맹인데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홈페이지 관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니….


 그런데, 본질과 현상이라는 철학적 명제를 예를 들어서 우리 팀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고 싶다. 컴퓨터를 기술적으로 다루는 것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본질을 표현하는 현상에 불과하다. 요는 홈페이지가 넓게는 시민운동에, 좁게는 우리 조직에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에 대한 능동적 안들을 제시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철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본질적 철학은 현상을 끌어올 동력이 되지만 현상만으로는 본질을 끌어올 수 없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황당해하실 분들을 위해 쉽게 얘기하면, 우리가 기술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의욕은 넘치니 아무 걱정 말라는 뜻이다.)   


 만나자마자 개인 신상에 관한 일부터, 환경연합 사태와 종부세, 교원평가제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정신없이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니 시간이 어느새 열시를 훌쩍 넘기고 있다. 아차, 홈페이지 얘기는 하나도 못 했다. 마치기 전, 한 십 분쯤 핵심적인 얘기만 나누었다. 역시 일의 핵을 들여다보고 요약하는 데 능한 분들이라 아무 문제없이 모임은 잘 끝이 났다.


 밥집을 나오니 도시 한 가운데서 좀처럼 보기 드문 밤안개가 자욱하다. 밤안개 때문에 갑자기 기분이  감상적으로 변한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술자리에서 내가 말이 좀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자리에서나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권력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서열과 위계를 중요시하는 사회라는 증거겠지. 나 역시 어른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데….

 내가 그렇게 지껄이도록 놔두신 두 분 선생님들께서 얼마나 배려가 깊은 분이신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어른들, 나는 언제쯤 저 경지에 이르려나? 워낙에 천성이 말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영 글러먹은 건 아닐지 걱정도 된다. 

 다음에는 열심히 들어야지. 다짐!


* 홈페이지 관리에 관심이 있는 회원들은 언제라도 함께 해요. 두 달에 한 번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평소에는 온라인으로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하루 한 번 홈페이지를 방문한 짬이 되신다면 누구나가 활동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