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월요일


 지난 주 수요일, 처음으로 신입간사 일기를 빼먹었다. 잊어먹은 건 아니고 날마다 쓰는 글에 대해 조금 회의스러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어 달 남짓 신입간사 일기를 쓰다보니, 내 개인 일기를 거의 쓰지 못했다. 사무실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일에 사유를 집중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시간도, 고민을 다듬을 시간도, 내면의 세계에 침잠해 들어갈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내 삶의 겉만 떠도는 사유는 결국 내 글을 관계 속으로 스며들게 하지 못하고, 일 속에서 철학을 길어 올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필연이다.


 모두 어릴 때 일기 쓰는 일이 지긋지긋했던 기억들이 있을 게다. 의무가 되어버린 글은, 검사받기 위해 쓰는 글은 이미 글이 아니다. 자기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감흥으로 쓰는 글만이 진짜 글이다. 내 글이 회원들에게 검사받는 글이 되어간다는 느낌, 스스로 그 시선에 얽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일기는 날마다 쓰는 글이 아니라, 쓰고 싶은 게 있을 때 쓰는 글이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 진리를 나에게 다시 말해 줄 시기이다.


 앞으로 신입간사 일기는 한 주에 한 번 정도 비정기적으로 올릴 생각이다. 내용도 사무실 스케치와 만나는 회원들에 대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내가 바라보는 운동과 회원과 조직에 대해 좀더 깊이 있는 내용들로 채우려 한다.


 내게 부딪혀 오는 사람들과 사물들, 사건들을 내 사유의 거름으로 삼아 실한 열매를 맺고 싶다.

 다가오는 겨울, 그 열매를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 더 많은 회원들이 달콤하지만은 않을 그 열매를 맛보고 좋은 생각들을 다시 내게 들려주시길 기대한다. 그 생각이 내 삶의 나무에 밑거름이 될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