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월요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청소를 하는 날인데 날, 구국장님이 출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다. 모두들 ‘어라, 웬 일이지?’하고 한 마디씩 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공처장님이 전화를 받았다. 근데 전화를 받는 내용이 심상찮다.

 “뭐? 차바퀴에? 그럼 어떡해? 괜찮아? 지금 병원이야? 어떻게 수술해야 되는 거야? 알았어. 그래, 잘 해결하고 천천히 와.”

 우리는 모두 눈이 똥그래져서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어떡해? 국장님이 교통사고 냈나봐. 누구 치었나 봐.”

 공처장님이 전화를 끊자마자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올 끔찍한 소식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공처장님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사건을 정리해 준다.

 “강아지를 치었나봐. 지금 동물 병원이래.”

 “강아지... 아, 어떡해?”

 “국장님, 새해부터 액땜 씨게 한다. 우짜노?”

 평소에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밥 주는 당번인 날엔 육견(육아가 아니라) 하러 간다며 꼬박꼬박 칼 퇴근 하던 그 얼굴이 떠올라서 더 마음이 아팠다. 그 심성에 강아지를 붙들고 울지나 않았을지 걱정이다. 


 점심 시간이 다 끝나갈 무렵 국장님이 들어왔다. 모두들 평소엔 자리에 앉아 힐끗 얼굴 보는 걸로 인사를 대신 했는데 오늘은 다같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어떻게 됐어?” 묻기에 바쁘다. 

 “차바퀴에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장이 다 빠져나와 있잖아요. 그래서 일단 병원으로 데리고 갔죠. 근데 의사가 보더니 차에 치인 게 아니고, 병든 녀석을 누가 갖다 버린 것 같대요.”

 “그래서요,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하긴요, 그대로 놔두면 죽는다는데, 살리려면 수술해야 된다는데, 수술했죠.”

 “아, 걔들은 보험도 안 되는데. 돈 많이 들 텐데...”

 “의사가 55만원 달라고 그러는데 정희(부인이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한테 카드 들고 오라고 불렀단다.)랑 나랑 막 깎아서 35만원에 했어요. 히히. 의사가 새해고 하니까 많이 깎아준다고 하더라구요.”

 아이구, 이 사람아.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요?”

 “어쩌긴요, 보호센터에 보내면 15일 있다가 주인 못 찾으면 안락사 시키는데 일단 우리 집에 데리고 가야죠. 퇴원하고도 회복될 때까진 할 달 동안 죽 먹여야 한다는데, 당분간 육견 당번하기 힘들어질 것 같아요. 그 다음엔 키울 사람 찾아봐야죠. 아, 빨리 찾아야 하는데, 오래 데리고 있으면 정들어서 떼기 힘든데... 그냥 키울까? 아, 사료값 너무 많이 드는데... 에이 몰라요. 될 대로 되라죠. 사진 보여줄까요? 진돗개 종류래요. 예뻐요.”

 혼자서 온갖 시나리오를 쓰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을 보여준다. 우리는 우우 달려들어서 사진을 보고는 한 마디씩 거들었다.

 “아이구, 이쁘다.”

 “얘가 새해에 완전 돼지꿈 꿨나보다. 국장님 차바퀴를 고른 거 보니까.”

 “임마 이거 강아지 자해공갈단 아닐까? 킥킥... .”

 “아냐, 그래도 이 놈에 복덩일 거야. 구국장 올 해 좋은 일만 생길라는 갑다.”

 “국장님, 축하해요. 새 식구 생겼네.”


 없는 살림에 덜컥 수술비에, 입원비에, 기약 없는 군입을 하나 늘였는데도 국장님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웃기만 한다. 눈곱만치도 속상한 기색 없이, 그나마 자기한테 걸렸으니 목숨 하나 건진 거 아니냐며 잘 됐단다. 

 그걸 보고 있으니 가슴이 짜르르 하다.


 사람들은 환경운동을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비웃기도 하지만, 내 주위를 뒤덮는 기운은 완연히 그 빛깔을 달리 한다. 목숨을 목숨대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주는 따스한 기운, 돈을 그저 돈으로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주는 유쾌한 기운... 버려진 강아지를 내게 온 인연으로 감사하게 안을 줄 아는 사람들이 주는 그 밝고 따스한 빛이 사무치게 고마운 새해다.


^^ 이 글을 보신 분 중에 혹시 마당 있는 집에서 개를 키울 수 있는 분이 있으시면 사무실로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