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선견지명이 뛰어난 것 같다.

 올 여름, 내가 환경운동을 하겠다고 설쳐댈 때만 하더라도 주위에선 모두 나이 마흔을 눈앞에 두고 노후자금을 모으는 데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판에 웬 정신 나간 짓이냐며 핀잔을 주었다. 근데 내가 사무실에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미국 발 경제공황위기가 불어 닥쳤다. 그 탓에 모두들, 경제 위기 앞에 궁색함을 무릅쓰고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요즘, 나는 환경운동가로 살기 위해 품위 있고, 우아한 새해 계획을 계획하고 있다.


 사실, 계획은 환경운동을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지금의 지출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해마다 2,000만 원 가까운 마이너스 살림을 해야 한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지출을 유지하고 환경운동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 새해부터 지출을 수입 이내로 줄이는 긴축재정 계획과, 소박한 환경운동가의 삶을 유기적으로 엮어내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 계획의 일부를 공개하고 싶다.


 첫째, 내 지출 가운데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많은 소비를 하던 책 구입비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이 계획은 <많이 읽기보다, 적게 읽고 많이 사유하는 책읽기 습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한 주에 한 권만 읽고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내가 즐겨 애용하는 알라딘 서점도 한 주에 한 번만 방문하기로 정했다. 또 잡식성 책 취향이 불러오는 지나친 책 소비를 없애기 위해 해마다 집중적으로 읽을 책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의 책만 집중적으로 읽기로 했다. 내년엔 환경과 철학 분야를 중심으로 읽을 예정이다.


 둘째, 가진 카드를 모두 없앴다. 주유와 책 구입에 유리하다는 핑계로 이런 저런 제휴카드를 세 개나 가지고 있었는데 어제 전화를 해서 모두 없앴다. 세 군데 전화해서 상담사들과 싸우는데 꼬박 1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열심히 가계부를 써도 카드 사용은 과소비를 부추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걸 알면서도 내 꼼꼼한 가계부 기록 습관을 맹신했던 과거를 깊이 반성하며 카드를 모두 없애고 나니, 갑자기 기분이 뿌듯해진다.


 셋째,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마트를 이용하기 전에 반드시 구입 목록을 적어서 간다. 그리고 필요한 것 외에는 거의 사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대안이 될 수 없었던 것은 마트를 방문해서 새로운 물건들을 보면, 없던 욕망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 번 일어난 욕망을 잠재우는 데는 많은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리고 마트를 이용하는 내 행위가 지역경제를 죽이는 행위라는 자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를 이용하는 데서부터 마을 살리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금요일마다 장이 선다.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들어오는 길에 브랜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일 대신, 시장에 가서 장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잡채만두를 사먹고 들어오는 계획을 세웠다. 생각만 해도 신난다.


 넷째, 한 가지만 더 소개하면 일주일에 한 번은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편지나 메일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게 친환경적 삶과 무슨 관계냐고 하겠지만, 잘 생각해보시라. 휴대폰으로 시시콜콜한 수다를 떠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허한 마음에 한 번 씩 해서 잡다한 대화를 하기보다 정성스러운 편지나 메일을 보냄으로 해서 관계의 품질도 높이고, 통신비도 줄일 수 있다. 애인이 있으면 통신비의 차이를 당장에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서 좀 안타깝다. 그래도 20%는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그게 어딘가.


 이런 내 새해 계획을 통틀어서 나는 <늘 깨어있기>라고 이름 붙였다.

 관습에도, 자본에도, 관계에도, 포장된 나 자신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열망을 그렇게 표현해보았다.
  늘 깨어있는 삶, 2009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