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목요일, 환경미화부장인 나의 작은 소망이 이루어졌다. 사무실 공간을 재배치하고 자료들을 정리하는 대대적인 청소를 한 것이다.


 

 청소하는 날, 나는 솔직히 너무 설레어서 전날 잠이 안 왔다. 워낙 깔끔한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공동 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깔끔 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걸 알기에 다 표를 내지 못 한다. (그 동안 내 잔소리는 내 속에 있는 것 10분의 1도 아니거등요!)

 그래서 나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들을 눈감고 찜찜함을 누르는데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번 가구 재배치와 자료정리를 마치고 나면 적어도 그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일하는 데로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찌 설레지 않을까. 


 지난 해 사업평가와 올 사업 준비, 또 총회 준비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하루를 몽땅 비워서 청소를 감행했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부터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청소에도 철학이 있다.”면서 사무실 식구들을 들들 볶아댄 결과였다.


 장; 이런 청소는 이사한 뒤에만 하는 건데…….

 정; 너무 정리 정돈된 데서는 창조적 사고가 안 나온다던데…….

 구; 지저분해도 나는 일만 잘 되던데…….

 공; 하자, 하자. 그냥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하자, 마.

 모두들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따라주었다.


 청소를 하는 아침, 정경선 회원과 박은주 회원이 와서 도와 주셨다. 

 정경선 회원은 다른 일 때문에 잠깐 들렀다가 오전 내내 팔을 걷어붙였고, 박은주 회원은  너무 더러운 사무실이 늘 못마땅했는데 청소를 한다니 두 손 두 발 다 보태주시겠다고 일찍부터 나오셨다.

 오늘 청소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하나는 회원들이 왔을 때 좀 더 편안하고 아늑하게 머무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회원들이 자주 찾아오고 싶게끔 환경을 만들어두는 것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로서의 최소한의 배려라고 믿는다. 그래서 청소는 그냥 청소가 아니라, 활동가들의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일하는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정리정돈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개인적 성격도 원인이 되겠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납공간의 절대부족이다. (이건 집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청소의 시작은 ‘수납공간 확보’와 ‘필요 없는 물건 버리기’이다.)

 수개월에 걸쳐 관찰해본 결과 사무실 식구들의 업무공간이 어수선한 것은 넘쳐나는 자료들을 마땅히 정리할 곳이 없다는데 큰 원인이 있었다. (음, K국장님의 경우는 꼭 이것만이 원인이라고 하기엔, 흠…….)

 

  이 두 가지 원칙 하에 사무실 재배치에 들어갔다. 하루 꼬박 걸려서 책상을 옮기고, 책장을 들었다가 놨다가를 반복하면서 청소를 했다. 근데 모두들 마음 먹고 시작한 일이라서 그런지 의욕적으로 일을 한다. (아니, 어쩌면 머리 안 쓰고 몸만 쓰는 단순한 일이 체질에 맞았는지도.)

 

 저녁이 되어서 바깥 업무 공간을 얼추 다 정리하고 나니 사무실이 달라 보인다.

 “세상에, 여기가 우리 사무실이 맞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어깨와 손마디가 시큰거리기는 했지만 이 희열의 순간 때문에 나는 청소를 사랑한다.

 그래도 아직 회의실과 자료정리는 손도 못 대서 이번 금요일에 다시 한 번 더 청소를 하기로 했다. 총회 전까지 구석 구석 손을 좀 더 보고 나면 정말 깜짝 놀랄 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 같다.

 청소를 도와주신 박은주, 정경선 회원님, 그리고 우리 사무실 식구들 모두 정말 고마워요.


 회원님들, 조만간 한 번씩 사무실에 들러주세요. 환하고 깨끗한 공간에서 차 한 잔 하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