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4일 수요일

 크리스마스 이브다.

 국채보상공원 앞을 지나오다 보니 색색의 전등이 나무마다 불을 밝히고 있었다. 썰매를 끌고 가는 루돌프가 크리스마스 시즌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이 내게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마음이 편치 않다.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는 것도 안타깝고, 전기가 낭비되는 것도 언짢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 아닐 텐데, 왜 저런 관행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저 화려한 색색의 불빛은 무슨 까닭으로 밝혀지고 있는 걸까?


 “저런 것이라도 없으면 연말 분위기가 안 나잖아.”

 같이 있던 친구가 내 쓸데없는 생각을 타박하고 나섰다. 연말 분위기라...

 그렇구나. 저 불빛이 연말의 분위기를 돋우어주기 위해 있는 거구나.


 그런데 연말의 분위기라는 것의 정체는 결국 화려함과 흥성거림으로 치장된 자본과 도시의 욕망이 아닐까? 한 해를 돌아보기 위해 자기 속으로 빠져드는 명상 따위에 저 화려함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평소와 다른 들뜸과 흥성거림으로 더 많은 욕망을 소비하게끔 하기 위해, 저 불빛들이 반짝이고 있는 것이구나.

 불꽃을 보고 뛰어드는 나방처럼 인간들도 저 불빛을 보며 소비의 욕망에 홀려 들어가는 것이겠지.


 내 욕망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은 무얼까? 눈을 뜨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자본이 강요하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눈을 닫고 살아야겠다. 눈을 닫고 살다보면 내 마음으로 난 길이 보이리라.


 새해에는 마음으로 나 있은 고즈넉한 길을 따라 가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