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끊기로 결심한 것이 있다.
 담배도 아니고, 고기도 아니고, 화학조미료도 아니다. (원래부터 하고 있던 것들이 아니다 보니,^^)
 올 1월부터 차를 타고 대형마트에서 장보는 것을 끊기로 결심했다.

 밤 늦게 일을 마치고 차를 몰고 들어오는 길에 한 주에 한 번은 습관처럼 대형마트를 들렀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물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물품들이 나를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소비도 줄이고, 소비하는 순간에 나의 소비를 의식하자는 뜻으로 신용카드를 없애고, 마트에서 장 보는 것도 끊기로 했다.

 그렇게 4개월 동안 마트를 끊은 결과…….

 무언가 중독되어 있던 것을 끊으면 금단증상도 생기고 그래야 나름 실천하고 있는 짜릿함도 맛볼 수 있는데, 이건 너무 싱겁다. 그냥 끊었다. 그리고 뭐,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다. 생활의 불편함 같은 건 전혀 느낄 수 없고, 오히려 예전에 차 몰고 장보러 다닌 일들이 좀 우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집 가까운 시장에서 대부분 해결하면 되는데 뭣 하러 차 몰고 다니면서 그 고생을 하고 다녔나 싶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별 것 아닌 실천이 가져온 행복은 꽤 쏠쏠하다.

 먼저 인사를 나누는 동네 가게 이웃들이 늘었다. 아이가 없는 관계로 동네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없어서 늘 데면데면하게 살았는데, 물건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필요한 것들을 사러 여기저기 들르다 보니 금방 얼굴이 익는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로 이사를 온 지 5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늘 낯선 곳 같았는데 살갑게 인사하는 사람들이 늘다보니 이제야 비로소 정말 내가 살고 있는 곳 같다.

 또, 금요일 저녁마다 장 구경을 다니는 재미가 생겼다. 우리 동네에는 금요일마다 장이 선다. 마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싼 가격에, 하나씩 덤도 얹어준다. 저녁 늦게 가면 떨이 물건들을 어찌나 싸게 파는지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일주일치 장을 볼 수도 있다. 장을 다 보고 난 뒤에 야채만두와 떡볶이 한 그릇으로 저녁을 때우면 마음까지 든든하다.

 또 마트에서 장을 볼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지출이 줄었다. 
 넉 달을 이렇게 살아보니, 진즉에 이렇게 살지 못한 게 안타깝다.

 머리로 이미 알고 있는 것들 -마트가 지역 상권을 파괴하고 지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사실, 지역 공동체를 해체한다는 것,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긴다는 것 등은 삶을 변화시키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만 하더라도 그걸 몰라서 여태껏 마트쇼핑을 다닌 것은 아니었으니.

 지금 우리에겐 “이렇게 살아보니, 참 재미있더라.”는 경험들이 필요하다. 좀 불편한 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는 즐거운 삶의 대안이 마구마구 생겨나면 좋겠다.

 그래서 별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올려본다.

* 대구환경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5-12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