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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사에서 일어나는 일상화된 폭력을 어린 소녀 솔렌의 입을 통해 고발하는 이 책은 공장식 축산 방식의 말도 안 되는 끔찍한 현실과 오늘날 우리가 동물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그 어떤 정식 보고서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물의 고통에 눈을 감은 공장식 축산 방식

 

동물들을 가공할 원자재로 이용한다는 ‘축산’의 개념은 19세기부터 만들어졌으나, 산업 전반적으로 적용된 건 최근 몇 십 년 사이의 일이다. 이에 따라 동물들은 기업식 생산 시스템으로 재편되었고, 생산성 증대에 장애물이 되는 것은 모두 제거되었다. 가금류의 공장형 밀폐식 사육이나, 바닥보호판 처리가 된 철창 속에 암퇘지를 가둬 사육하는 대규모 양돈 경영 방식에서 동물들을 이용하여 행하는 작업의 목적은 오직 한 가지, 바로 ‘이익 창출’이다. 공장식 축산에서 동물들은 기계이거나 동물성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연간 프랑스에서 도축되는 돼지 2천 5백만 마리 가운데 90% 이상이 기업식 생산 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것들이다. 번식력이 뛰어난 혈통을 유전적으로 선별할 수 있게 된 기술 덕분에, 1970년에는 연간 16마리의 아기 돼지들을 낳던 암퇘지가 지금은 27마리를 낳고 있으며, 가장 성적이 좋은 암퇘지는 31마리까지도 낳고 있다. 이를 위해 연간 2~3번의 임신을 하게 되는데, 암퇘지의 14개 젖꼭지는 이러한 압박을 잘 견뎌내지 못한다. 더군다나 비좁은 우리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암퇘지는 맹렬히 파고들어 젖을 빨아대는 아기 돼지들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다. 따라서 암퇘지의 유두 손상을 막기 위해 아기 돼지들의 이빨을 깎거나 가는 방식이 보편화되었다.

 

암퇘지의 임신을 위해 일찍 젖을 뗀 아기 돼지들은 바닥보호판이 깔린 축사 안에서 살을 찌운다. 돼지들은 옆에 있는 다른 돼지들의 꼬리를 물어뜯으면서 권태로운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자연 상태에 있을 때, 돼지들은 바닥을 파고 다시 이를 덮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물어뜯기 행동은 ‘집약식 사육 환경에서 관찰되는 고통스럽고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돼지들의 이러한 행동을 막기 위해 꼬리를 절단하는 단미술이 제도화되었고, 또 아기 돼지들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행하는 절단술이나, 수컷 돼지고기 특유의 독특한 맛을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하는 거세술 등도 모두 공장식 축산 방식의 부산물들이다.

 

‘사육’은 경제성만을 내세운 ‘축산’과 달라

 

이 책의 저자 조슬린 포르셰는 ‘사육’의 개념과 ‘축산’의 개념을 구별하고 있다. 축산업은 사육업의 기업식 변형으로 프랑스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일반화되었고, 전통적인 사육 방식을 점차 파괴하면서 성장해 왔다. 반면에 사육업은 지난 천 년 동안 경제적 합리성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관계의 합리성 및 도덕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동물들과 함께 일해 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동물을 기른다는 것과 고기를 생산한다는 건 별개의 일이다. 기업식 시스템에서는 동물을 기르는 게 불가능하다. 사육자들은 동물들을 기르면서 이들을 보살펴주고 아껴주며 책임을 느끼고 배려해 가면서 일하고 싶어 하지만, 시스템의 구조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기업식 시스템에서 사육자의 임무는 생산을 하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생산을 하는 것’이 이들의 소명이다.

 

일상화된 폭력, 그리고 윤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육자들

 

공장식 축사에서 일하는 사육자들은 육체적 고통이나 심리적 부담감에 관련된 일의 고됨을 넘어서, 동물들과 이처럼 기업식 논리에 바탕을 둔 관계를 맺는 데서 오는 윤리적 고통에 시달린다. 게다가 막강한 산업 이데올로기가 작용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들이 일을 그만두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부채에 시달리며 노예살이로 일을 하는 사육자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틴 트리봉도는 여러 돼지 축사의 ‘분만돈사’에서 9년간 일한 경력이 있는 사육자 출신이다. 크리스틴 트리봉도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귓전에서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고 그 당시를 회고한다. “암퇘지는 아기를 낳는 기계다. 기계가 하나씩 호르몬제를 맞아가며 분만을 하도록 돌봐주는 게 우리 일이었다. 암퇘지가 진이 다 빠진 상태이거나 몸이 허약한 상태라면 암퇘지를 ‘헤집어놔야’ 한다. 즉 자궁 깊숙한 곳에서 마지막 남은 아기들을 찾아 끄집어내는 것이다. 아기 돼지들을 잃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기 돼지들은 이윤을 내기 때문이다. 한 배에 15마리 이상의 아기를 낳을 경우에, 아기들이 모두 생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젖을 빨 힘조차 없을 정도로 허약한 아기 돼지들은 머리를 쳐서 죽여 버린다.” 크리스틴 트리봉도의 증언이다. 축사에서 일하는 사육자들은 반복적으로 고통을 추스르고 곧이어 같은 일을 되풀이해야 한다.

 

농식품 산업의 합리성은 오로지 경제 논리만을 따르고 있으며, 기업식 노동 조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전통적인 사육 방식도 물론 먹을거리와 서비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동물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했다. 물론 과거의 농민들이 늘 동물들에게 최고의 친구인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업식 농축산 시스템은 모든 사육자들에게 폭력을 강요하고 있으며, 오로지 자신들의 은행 계좌와 기술적 성과만을 자랑으로 내세우길 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에 문제 제기를 하기란 쉽지 않다. 축산업계의 주요 세력이 그 폭력성과 잔인함을 감추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술적․경제적 논리에만 기반을 둔 강력한 이데올로기를 방패삼아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다. 사육자들은 늘 더 많이 생산할 것을 반복적으로 강요받고 있으며, 모든 단계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페인 사람들이 시장을 다 빼앗아갈 것이라고 겁을 준다.”고 조슬린 포르셰는 말한다. 끔찍한 고통의 굴레와 점점 더 수위가 높아지는 경제적 압박 사이에서, 사육자들은 모든 문제 제기와 도덕적․윤리적 물음에서 벗어난다. 그렇게 “동물들의 고통과 자신의 아픔으로부터 보호막을 치는 것이다.” 결국 이에 대해 입을 열기까지 9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크리스틴 트리봉도의 결론이다.

 

대안은 없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진공 상태로 포장된 햄 하나를 사더라도 멈칫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전체 돼지고기 생산량의 99.5%를 차지하는 기업형 양돈업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어쨌든 전보다는 더 많은 걸 알게 될 것이다. 유전적으로 조작된 암퇘지와, 움직이지 못하도록 강요받으며 지내다 기형이 된 암퇘지들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고, 양돈업 전반에 걸쳐 시행되는 거세 작업이 마취 없이 이뤄진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또 돼지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로부터 귀를 보호할 목적으로 만든 소음 방지 헬멧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유례없는 대학살을 멈추기 위해 사육 자체를 그만둬야 하는 것일까? 조슬린 포르셰는 “그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가축을 ‘사육하는 것’과 ‘생산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동물과 인간이 서로에게 길들여져 왔던 천 년 역사에서 손을 떼기보다는 동물들을 기르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또 소비자들은 산업화와 날로 늘어가는 인공 식품을 무턱대고 받아들일 게 아니라 동물과 노동자, 환경을 존중하는 사육 방식으로 생산한 축산품을 구매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슬린 포르셰는 강조한다. 

 

[추천의 글]
과연 우리가 동물들에게 무슨 짓이든 해도 될 권리를 갖고 있는가?

 

공장식 축산 방식은 돼지에게나 돼지들을 돌보는 사람들에게나 엄청나게 폭력적인 환경이다. 암퇘지들이 난산을 할 경우에 사육자들은 암퇘지를 살리기 위한 노력보다는 자궁을 마구 헤집어 아기를 끄집어내야 하며, 마취도 없이 수퇘지를 거세하거나 갓 태어난 아기 돼지의 꼬리나 이빨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라내야만 한다.

 

병에 걸린 돼지들을 연민을 갖고 돌보는 일은 사육자들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돼지를 생명체가 아니라 기계 부품처럼 대해야 하는 사육자들의 스트레스는 아주 극심한데, 심지어 그들은 고통으로 인해 내지르는 돼지들의 날카로운 비명으로부터 귀를 보호하기 위해 소음 방지 헬멧을 써야 할 정도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 소녀 솔렌은 묻는다. “과연 우리가 동물들에게 무슨 짓이든 해도 될 권리를 갖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라고.

 

그렇다면 이런 대규모 공장식 축산을 제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인류가 모두 채식을 한다면야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안이겠지만, 그건 너무 비현실적인 소망일 뿐이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육식을 절제하는 것만이 동물의 고통을 줄이고 지구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임순례 (영화감독, KAR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