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화요일


 편집위원회 회의 때문에 정혜진 회원이 다녀갔다.

 영남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는 그이는 나와 동갑내기이다. 성향과 취향이 많이 다름에도 의외로 통하는 구석이 있어서 만날 때마다 수다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동안 취재차 먼 곳에 다녀오느라 꽤 오랜만에 얼굴을 봤다.


 회의를 마치고 차 한 잔 하는 시간에 그이가 그 특유의 은근한 말투로 운을 뗀다.

 “사실은 내게 중요한 변화가 있었어.”

 “뭐야? 애인 생겼어?”

 나는 독신인 삼십대 후반의 친구가 중요한 변화라고 얘기할 때 누구나가 보일 법한 지극히 정상적 반응을 보였다. 근데 이 친구 표정이 샐쭉해지더니 곧 피식 웃으며 덧붙인다.

 “아니, 자전거를 새로 바꿨거든.”

 쳇, 고작 자전거 바꾼 걸 그렇게 은근하게 말할 건 뭐람.


 그런데 순간 그이에게 자전거가 얼마나 남다른 의미인가 퍼뜩 떠올랐다. 환경 관련 기사를 쓰고 , 환경관련 책을 내고,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삼는 그이의 자전거…….

 아차. 그래 그이에게는 애인 따위와 견줄 수 없는 너무도 중요한 사건이구나.


 그이를 배웅을 하면서 새로 사귀기 시작한 그이의 친구를 만났다. 한 시민단체에서 중고 자전거를 수리해서 판매하는 ‘희망자전거’였다. 노란 색에 얼룩무늬가 앙증맞은 것이 튼튼하고 예뻤다.


 자전거 세 대를 잃어버리고는 몇 년 동안 자전거 없이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슬금슬금 자전거를 사고 싶다는 욕망이 인다.

 정혜진 회원을 보내고 돌아서는 순간 가을바람이 휘익 지나간다.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욕망이 가슴속에서 부풀어 오른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계절, 아, 가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