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월


 청소하는 날이다. 쓰레기통을 다 꺼내서 정간사님과 뽀득뽀득 씻었다. 뽀얀 얼굴을 드러낸 쓰레기통, 예쁘다. 더러운 것들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서 그 존재까지 더러울 까닭은 없다. 쓰레기통이 더러운 걸 참지 못하는 내 성격을 뒷받침하는 내 철학이다. 


 12시에 편집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정혜진 회원이 해외로 출장 중이라서 편집위원장이신 최진문 회원과 장간사, 내가 참석을 했다. 지난 회의 때부터 외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활동가들의 결심을 얘기해드리고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맛있다.

“도시락은 다 좋은데, 이러면 여자들이 힘들어져서...”

늘 균형 잡힌 여성주의적 시각을 잃지 않으시는 최진문 회원의 말이었다.

최진문 회원은 내가 이 조직의 회원 가입을 해서 활동가들 외에 처음으로 만난 회원이다. 첫날 느꼈던 지적이고, 선한 분위기가 변함없는 분이시다. 열려있는 사고에 늘 감탄하게 되는 인생 선배이다.


 편집위원회 회의는 회의 분위기가 아니라서 좋다. 이 얘기 저 얘기 생각나는 대로 하다보면 어느새 회의 안건은 다 논의가 끝난 상황이다. 오늘도 놀며, 쉬며 회의를 끝냈다.


 조금 있으니 공처장님의 컴퓨터를 고쳐주러 이상진 회원이 오셨다. 늘 함께 다니시는 동료분과 함께. 공처장님이 지난 주 부터 끙끙대면서 머리를 싸매던 문제가 전문가들의 손길 한 번에 해결되었다. (정말 제가 타 드린 커피가 식기 전에)


 이상진 회원은 활동가들에게 IT교육을 해주신 인연으로 회원 가입을 하신 분이다. 소모임 용존산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잠깐 앉아서 얘기를 해보니 장자와 노자를 좋아하신단다. 컴퓨터 전문가와 장자, 노자라... 멋진 조합이다.  


 오후 늦게 대구시 정무부시장이 방문하신다고 해서 허노목 의장님이 오셨다. 제대로 인사를 나누는 건 처음이다. 음... 선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시다. 한승훈 운영위원장도 오셔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승훈 회원은 언제 봐도 싱글벙글, 100만 불짜리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고 있다. 근데 왜 저리 까매졌나?


 오후 내내 홈페이지 활동가 소개에 들어갈 내 소개를 쓰느라 낑낑댔다. 내가 만든 설문인데 내가 답하려니 얼마나 힘이 드는지. 활동가들이 설문 어렵다고 투덜대며 항의할 때 무시했는데, 오늘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죄송하다고. 그걸 이제 알았냐, 수학시험문제도 그것보단 낫겠다, 머리 쥐나는 줄 알았다는 둥 또다시 욕을 잔뜩 얻어먹었다.


 서울에서 브로셔 최종안을 보내와서 교정을 봤다. 반점의 용례가 헷갈려서 사전을 찾았다. 도대체 우리말은 왜 이리 어려운지... 그래도 브로셔 디자인과 내용은 몇 번의 교정을 거쳤더니 이번에는 썩 마음에 든다. 제발 잘 나와 줘야 할 텐데.


 저녁 시간에 꾸러기 자원교사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사무실 3층에 모여서 술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청춘들답게 사랑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할 때 가장 눈빛이 빛났다. 아이들 때문에 울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활동이 재미있다고 하는 그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풋풋한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얼마만인지... 즐겁다.


 10시쯤 사무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