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국립공원에 골프장은 없다.
'골프장 취하서' 제출로 20년 논란 종지부..."작은 힘 모은 큰 성과"
2011년 01월 25일 (화) 11:20:53 평화뉴스 공정옥 객원기자 pnnews@pn.or.kr

"처장님! 기쁜 소식!"
"예?"
"사업주가 사업신청서를 철회했데요."


1월 21일 저녁 8시경에 국시모(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활동팀장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기뻐할 일이었다. 1991년 가야산 국립공원 내 '골프장건설 공원사업시행허가'가 난 지 20년 만이다.

그런데 순간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난감함이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갔다. 사업신청 철회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말 그대로 가야산국립공원에 골프장을 짓겠다고 계획을 세우던 (주)백운이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사업철회를 한 것이다. 가야산국립공원 문제는 워낙 많은 이해관계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사업철회에는 어떠한 내막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부터 들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잘 된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워낙 뒤통수를 많이 때리는 지금의 정국에서 쉽게 안심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더구나 사업주가 사업추진을 하면서 유일한 근거로 내세웠던 것이 환경부의 ‘고시’였다. 91년 사업허가권을 받고 그 지역은 체육시설 ‘골프장’으로 지정이 되었고 그것이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것이었다.

   
▲ 가야산국립공원...'골프장 건설' 논란이 20년 만에 막을 내렸다 /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사업주의 승인신청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불허를 하게 되면 골프장의 꿈은 그야말로 재기불능이 되는 것이고, 지금처럼 사업주가 ‘철회’한다는 것은 언제일지 모르지만 ‘기회’를 완전히 놓지는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된다. 여기에는 무언가의 교감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골프장 추진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1월 21일 최종승인결정 시한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초조해 지고 잠을 설치는 날들이 많아졌다. 법률전문가들의 의견도 가야산 골프장 문제는 2003년 이미 종결된 사업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의 경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허가를 해 준다 하더라도 소송이 진행이 되면 우리쪽의 정당성과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이 시대가 너무 비상식적이고 무모하기 때문에 쉬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최종승인시한을 앞두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앞에서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덕곡면주민대책위가 함께 하였다. 21일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노조에서도 1인 시위를 하였다. 최종결정을 앞두고 공단내부의 긴장감과 의견이 팽팽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골프장 사업이 그렇듯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가능한 부분에 로비를 하고 손을 써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문제는 진행이 될수록 곳곳에 ‘복병’이 있다는 사실을 사업주는 계산하지 못한 것 같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앞 집회(2010.11.30) /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예전과 달리 해인사는 침묵하였다. 그러나 해인사 총동창회와 승가대 출신의 흩어져 있던 스님들은 이 문제에 침묵하지 않았다. 주민들의 편을 가르려 안간힘을 썼지만 그들은 잘 버텼다. 시민단체 인맥을 동원해 무마해 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노조의 1인 시위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라는 조직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양심 있는 공무원들의 외침이었다. 이러한 작은 힘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사업주가 ‘사업철회’라는 길을 택할 수 밖 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10년 1월 덕곡면의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공모모씨를 찾는다고 했다.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너무도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가야산에 골프장이 새롭게 추진된다고, 과거 기억을 더듬어 대구환경운동연합에 전화를 한다고, 내일모레 주민설명회를 하는데 무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하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고, 결국 사업은 진행되지 못했다.

주민설명회에서 발언하려고 하는 나를 사업주는 제지하였다. 상관없는 사람은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가야산국립공원에 골프장을 막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어떻게 이렇게 다시 하겠다는 엄두를 내지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1년 전 그날이 기억이 난다.

   
▲ '팔만대장경 이운로'(이동하는 경로) 순례 중 주민 집회(2010.11 고령읍) /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가야산국립공원에 골프장 재추진이라는 의제로 시민단체들과 의논하자고 메일을 보냈을 때  한걸음에 달려와 고민을 함께 해준 시민단체 활동가, 해인사 승가대학 출신으로 수행중이시던 멀리 계신 스님이 대구를 찾아와 함께 염려하던 모습, 불교방송 신입기자였던 이가 이제는 어느덧 중견기자로서 다시금 접한 골프장 문제에 함께 개탄했던 기억, 다시 걱정을 끼쳐드려 미안하다며 내 손을 잡으시던, 이제는 몸이 불편해 거둥도 하기 힘든 할아버지가 되신 덕곡면주민대책위 총무님, ‘공 양이 아니라 이제는 공 여사라고 불러야 하겠네.’ 라며 늘 반겨주시던 어르신... 많은 분들이 생각난다.

운동에서 희망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요즘. 가야산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작은 기쁨이었다. 인연이 되어 오랫동안 이 일을 챙기다 보니 축하의 인사를 듣게 되지만 그 또한 송구스럽다. 함께 걱정하고 염려하고 관심을 놓치지 않고 작은 힘을 모아나간 것이 가야산국립공원 골프장 투쟁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1996년 여름 새내기 간사로서 대구 동성로에서 가야산골프장반대서명운동을 받던 나를 아직도 이 자리에 머물게 한, 개발의 탐욕과 환경운동의 성과를 동시에 경험하게 한 가야산. 가야산국립공원에 골프장은 없다.

   






공정옥 / 대구환경운연합 사무처장. 평화뉴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