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에, 큰 마음먹고 그동안 받았던 편지들을 정리해보았다.
코찔찔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서른을 넘긴 지금까지 한 20년 동안 모아온 편지가 약 300통 정도 되더라.

어릴 적부터 편지 쓰는 걸 무척이나 좋아라 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짝사랑하던 부반장으로부터 처음 받은 쪽지, 중학교 3학년 때 흠모했던 국어 교생선생님으로부터 받은 편지, 대학 1학년 때 첫사랑 그녀와 주고받았던 분홍빛깔 편지, 신병교육대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았던, 아직도 눈물 자욱이 덕지덕지 남아있는 엄마로부터의 편지, 일본 어학연수 시절에 학교에 남아있는 동기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

편지 한 통, 한 통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득 안고 있다.


이쯤에서 편지하고 환경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단언하건대, 상관있다. 것도 아주 많이.

느림과 불편함을 추구하는 환경적 생활방식이 편지쓰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클릭질 한 번으로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이메일과 달리 손편지는 받는 이의 손에 도착하기까지 최소 며칠 동안의 시간이 걸린다.

편지지를 고르는 과정, 긴 글을 직접 손으로 쓰는 일,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이나 우체국에 보내기까지의 과정은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손을 움직이고, 몸을 움직이는 이 모든 과정은 고스란히 본인의 기쁨으로 돌아간다.


올겨울엔 편지를 쓰자.

따땃한 방바닥에 배깔고 엎드려서 사랑하는 그 사람을 떠올리며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편지를 쓰자.

편지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편지에는 느림과 불편함을 기쁨과 미소로 바꾸는 힘이 있다.


지금 한창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청춘들이여!

뻐꾸기는 고만 날리고, 이젠 편지를 날리시라.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테니...



* 대구환경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5-12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