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보도사진작가 유진 스미스의 1972년 작 ‘목욕하는 도모꼬’. 사진속의 도모꼬는 수은에 중독된 어머니로 인해 태어날 때부터 미나마타병을 가지고 있었으며, 76년 21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환경운동연합_서울 홈페이지에서 퍼옴)


이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열아홉, 사진공부를 할 때 나에게 충격을 준 사진이다. 그 충격이 나의 작은 언니를 사진기로 찍을 수 있는 용기까지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사진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수은 중독, 폐전지에 대한 고민에 대해.
어릴 때 논픽션 드라마에서 수은 중독에 걸린 사람이 간질을 앓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본 후로 나는 건전지를 버리는 것에 민감해졌다. 그것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무관하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언니가 간질약을 복용하기 전이어서 드라마의 그 사람처럼 그렇게 몇 번씩 발작을 일으켰다. 어린 나이에 나는 언니가 왜 아픈지 몰랐고 무슨 장애인지도 몰랐다. 그 드라마를 본 후로 내가 버린 건전지가 누군가를 언니처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건전지를 버릴 일이 생기면 항상 고민이 되고 양심에 꺼림칙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 후에 언니가 미나마타병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폐전지는 항상 나를 불편하게 했다.
좀 더 컸을 때 페전지를 따로 버리는 상자가 생기는 걸 보고 얼마나 안도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아마 내 양심이 좀 더 편해졌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 먼저였던 것 같다. 수거된 이후에 어떻게 처리될 지에 대해서까지 고민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한동안 폐전지를 모으던 상자들이 사라졌다. 그때 폐전지를 어떻게 처리할 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내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 날은 모아 둔 폐전지를 '에라 모르겠다'하고 쓰레기 봉투에 버리며 사회를 향하여 손가락짓을 했다.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 사라졌던 폐전지함을 어느 날 도서관 입구에서 발견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곳이 생긴 것이다. 그날 이후로 폐전지를 모으고 있다. 아빠도 '요즘엔 수은이 거의 없다는데...'하시면서도 딸의 성화에 같이 모아 주신다.
이제 한 봉지에 조금 모아진 것들을 폐전지함에 넣어야겠다. 하루하루 미루고 있던 일을 오늘 해야겠다. 이 사진이 내게 주는 메시지이다.

*중앙도서관 입구에, 경대북문 대구은행 옆에 폐전지함이 있습니다.^^

* 대구환경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5-12 17:06)